떡볶이 대한 예의
제3회 3교시 수학능력평가모의고사 영어영역입니다. 1번에서 17번까지는 듣기 문제입니다. 잘 듣고 문제에 답 하시기 바랍니다.
여러 알바자리에 구직등록을 해 두었던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교사자격증을 취득한 후에 언젠가 쓸 수 있는 날이 있을지 몰라해 놓은 조치였다. 가까운 학교에 대체 교사가 필요하다고 했기에 생각 없이 지원서를 내어 두었다. 성인이 된 후의 자신의 순수 한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하기도 했었으니까, 어색하겠지만 다시없을 기회이기도 했었다.
마침 수학능력모의고사가 있었던 주간이었지만, 라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감지한다. 머리를 연신 매만지며 가르마를 왼쪽으로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정돈하는 아이. 점심 지난 후의 식곤증 탓인지 초점 없는 눈으로 겨우겨우 펜을 돌리고 있는 아이, 뭐라고 자세히 들리진 않지만, 알 수 없는 추임새를 곁들여 가며 시험과는 전혀 긴장감이 없는 분위기를 이루고 있다. 타종이 울린 후 모두 일괄적으로 자신의 본연의 임무로 돌아선다. 시험 안내방송을 듣자니 갑자기 떠 오르는 생각이 있다. 난 잘 들어주었는가? 내 말은 잘 이해해주었을까?
'야. 진짜 한 번만 빌려줘. 수업시간에 자느라고 필기 못 했단 말이야. 내가 이번 시험 잘 보면 다 ~~ 네 덕이야. 응?? 응?' 영주는 해수에게 팔을 붙잡고 귀여운 얼굴을 턱 밑까지 추켜올리고선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해수는 목덜미를 타고 오르는 무언가 뜨거운 기운을 느끼고는 뒤로 한 발짝 물러선다. '꼭 돌려줘라. 나도 아직 다 못 마쳤으니까.' 며칠 뒤 영주는 아이들과 나를 떡볶이 집으로 소환했다. 해수의 노트 덕에 수행평가를 잘 봤다며 한 턱 쏜다는 것이다. 옆반의 채윤이는 남자 친구하고 헤어졌다면서 , 그 남자에게 양다리 아니 세 다리를 걸친 아주 쓰레기 같은 놈이며, 교무주임은 하교 시간에 벌점을 매기기에 혈안이 된 게임 캐릭터와 닮았느니 하며 아무 말들을 공중에 띄워 두었고, 그 말들은 떡볶이의 국물 속에 빨간 옷을 입고 나더니 끈적 거리는 치즈에 달라붙었다. 아이들의 젓가락 질에 올라온 아무말떡볶이치즈덩어리는 누구도 근거를 묻지 않았으며, 사실 인지 확인 따위도 하지 않은 채 엉겨 붙어 다시는 떼어 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근데, 너 영상 반에 들어오라고 했더니, 왜 안 오는 거야? 선생님도 너한테 부탁해 보라고 하시던데. '근우가 물었다. ' 아냐. 거기까지 가면 공부에 지장 있을 거 같아. 내가 선생님께 가서 다시 말씀드릴게. ''그러게 음악과 영상은 1학년때도 늘 네가 손 봐주고 했었는데... ' ' 사장님. 저희 밥 비벼 주세요. ' 한마디 하지 않고 오롯이 먹기에 집중 이었던 채원이는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 몇 개 해 줄까요? '' 야. 난 배불러. 채원이 넌 그렇게 먹고도 밥이 들어가? 엄청 말랐는데.. 대박이다.'' 마지막 피날레는 반드시 필요한 거야. 시작이 찬란하지만, 끝이 초라하다면 너무 슬프잖아. 떡볶이의 운명도 그렇게 아름다운 색상을 지니고 태어났지만, 난도질을 당하고 다른 것을 얹어 퇴색이 되어버린 후 누구도 손대 지 못할 정도의 비참함의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면 우리가 사랑한 떡볶이에 대한 예의는 아니지 않을까?' 순간 가게 안은 채원이의 격조 있고 논리 있는 설명에 감탄과 경의를 표하면서 아이들은 자세를 고쳐 바르게 앉게 했고 , 냅킨이며 어지럽게 널어진 숟가락과 물컵을 정돈하며 채원이가 얘기한 생명력을 다함에 대하여 예의를 갖추기 시작했다.
전해수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내어 주는 곳은 너무도 익숙한 네모난 둔탁한 무엇인가 이다. 대학을 들어간 뒤 우연히 하루를 정리하다가 마주한, 물결처럼 디자인된 책상이 눈에 띄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여겼지만, 해수는 전공과는 너무나도 다른 목공을 배워보고 싶었다. 신이 나를 만들고 부모를 알게 해 주었다면, 나도 내가 만들 수 있는 하나 즘은 있다면 좀 멋지게 살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인류의 모든 길은 '내려놓음'으로 귀결한다는 철학으로 뭉쳐진 남자. 오후 5시. 해수는 나갈 채비를 마친 채 거울을 쓱 지나가 본다. '이런' 생각 보다 오늘은 근사하다. 순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사이에 쑥 어딘가 올라와있는 나이를 알려주는 반짝이는 그레이 것 이 보인다. 몇 초 전의 품위에 당당함을 얹었던 어깨는 금세 자리를 이탈한 듯하다. 어쩌라고. 툭 털고 일어난 해수는 집안을 한 번 둘러보고는 거리를 만나러 그의 작은 공간들과 작별을 한다. 마주한 신호등은 초록의 빛으로 나를 반겨 준다. 어서 오라고 나에게 오라고 '어라? 이게 뭐지? 해수의 눈에 들어온 아주 작은 너무나 작지만, 좀 전 자신의 거울의 비친 것과 유사한 반짝이는 것이 눈에 띈다. 아.. 세상에 똑같이 생겼네.. 눈이 밝은 해수는 물건의 작음도 놓치지 않는 버릇과 습관이 생겨 버렸다. 무엇인가를 대할 때의 얻어진 태도는 곧 자신을 결정짓는 밑거름이며 오래도록 지탱해 줄 수 있는 것임을 알았기에. 그때의 채원이 처럼.
중후함을 내뿜는 고상함. 꿉꿉하지 않은 나무의 냄새. 숨을 들여 마셔본다. 내가 숲으로 달려간다. 나무가 나를 안아준다. 처음엔 딱딱함에 망설이지만, 이내 부드러운 속살로 포옥 감싸서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해준다.
'해수 씨. 어제 이거 파일 넘기고 간 거 아니지? 오전에 업체에서 전화 왔던데. 언제까지 해 줄 거야?'
여하튼 반드시 이런 인간들이 있어. 박 차장이다. 일벌레. 목공계에선 잔뼈가 굵을 대로굵은 인물이라는 소문이 있다. 대표가 이 사람을 잡으려고 몇 년을 공을 들였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2시까지 올리겠습니다. ' '오늘 퇴근 전까지는 꼭 보내요.' '알았다고요. ' 콧속을 뚫고 올라오는 퀴퀴한 냄새 탓에 얼굴을 찡그려 보니, 몇 주째 치우지 못했던 작은 휴지통이 해수를 노려 보고 있었다.
가슴에 따스함을 가진 예의는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지만,
친절함을 가진 예의는 누구에게는 아픔을 자주 받아요.
너무 가까이 오진 말아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