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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Oct 12. 2023

가을!

조용히 집 안방 이불속까지 스며드는 새벽녘의 서늘한 공기.

질 수 없다는 듯 정오가 넘어가며 기세를 떨치는 태양.


매일같이 벌어지는 두 계절의 기싸움은 사람들을 고민에 빠트리곤 합니다. 오늘은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감기에 시달리지 않을지, 혹여나 소나기가 쏟아지지 않을지.

그럼에도 나무에 색이 물들고 해가 가쁘게 도망가버리는 모습을 보며 가을이란 계절이 다가온다고 느낍니다.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가을의 자취는 한해를 갈무리 지을 때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야 세 번째 계절의 시작이지만 어느샌가 손톱 마냥 얇아진 달력처럼, 마치 오래 지난 것 같지 않지만 얼마 남지 않아 버린 지금, 스스로 지나쳐온 한 해를 뒤돌아봅니다.    

  

높아지는 하늘을 나의 이야기로 메우고 싶을 만큼 자랑스럽게 살지도, 곧 쏟아질 눈에 파묻혀 지워지고 싶을 만큼 부끄럽게 살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두 달 남짓 남은 길의 막바지에 낙엽을 남기고 눈을 쌓기 위해서, 언젠가 지금을 기억했을 때 눈으로 시작해 낙엽으로 이어지는 너울을 만들기 위해서 성찰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짧은 가을의 끝을 알리는 입동이 오면 미련은 눈 밑에 남아 잊힐 준비를 마칩니다. 그 위에 조금씩 눈 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또 한 해가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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