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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May 21. 2022

봄 내음의 추억

이와이 슌지 <4월 이야기>

나는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을 지나 해가 가까워지는 5월을 거쳐, 태양이 자신의 열기를 마음껏 뽐내기 시작하는 6월의 초입에 서 있다.


새로운 계절의 시작. 새 학기의 내음이 진동하는 봄이란 계절은 이미 지났다. 그럼에도 이따금 그 감성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짧아지는 밤과 함께 계절의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체감되는 봄과 여름 사이의 경계는, 벌써 한 해의 중간에 도달했다는 회의감 그리고 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감정 양측 전부를 강하게 자극한다. 그렇기에 무의식적으로 봄을 찾아 헤매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달아오르는 열기에 적응해가며 봄이란 감성은 잊히는 5월의 지금, 우연히 마주친 한 편의 영화로 그토록 그리워하던 4월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운 그때의 추억

'새내기 대학생' 때의 기억은 많은 사람들이 간직하고 있는 추억이다. 정들었던 고등학교를 떠나 대학교에 입학하는 기분. 한 편으론 동경하고 한 편으론 걱정하던 대학생이 되었을 때 느끼던 그때의 감정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눈이 오던 날 배웅하던 가족들. 자취방과 이삿짐이 들어올 때의 설렘. 동기들과 인사를 나눌 때의 떨림. 동아리를 찾아 헤매던 호기심 까지. 모두가 어리숙한 성인이던 스무 살의 추억은 감정의 뒤편에 남아 때때로 우리를 젖어들게 만든다.


이와이 슌지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누군가는 그리워하고, 누군가는 잊고 싶을 기억. 하지만 평생을 가져가는 신입생이라는 기억.


그는 추억을 돋아줄 이미지들을 연출한 뒤, 추억을 보정해줄 '첫사랑'이란 이미지를 삽입한다.

고등학생 때 짝사랑하던 선배와 함께하기 위해 같은 대학을 지원하는 낭만과 준비된 만남. 그리고 서로를 기억하는 영화 같은 이야기는 기억의 저편에 묻어놨던 관객 개개인의 추억을 어느 때보다 빛나게 만든다.


사랑스러운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영화를 보며 흐뭇해하는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본인의 기억을 되새기, '첫사랑'이란 이미지에 스스로의 추억을 보정해가며 영화에 더욱 깊게 몰입한다. 정말로 즐거웠던 그때의 추억, 가끔 좋지 못해도 그리워지던 그때의 추억을 통해 말이다.


그리고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영화는 갑자기 끝이 난다. 스스로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을 때, 갑작스레 엔딩 크레딧이 올라옴으로써 관객에게 최고의 여운을 남기는 것이다. 관객들이 '그땐 그랬지'라는 추억에 잠긴 채 극장을 떠남으로써 4월의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짧은 시간 만개하고 흩날리는 4월의 벚꽃처럼, 한 시간 남짓한 짧은 상영 시간 속에서 관객의 추억을 피워낸 이 영화의 감성이 정말로 대단하지 않은가?

그 시절의 추억


이제는 뙤약볕의 태양이 매일같이 우리를 비춘다. 4월의 감성은 지나갔고, 그때의 기억은 다시 잊혀간다. 하지만 언젠가는 저편에서 기억을 꺼내는 날이 되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날을 다시금 마주한다면, 이제는 영화를 통해서가 아닌 이야기를 통해서 추억을 되찾았으면 하는 작은 바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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