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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다 Feb 21. 2023

죽음을 상상했을 때 아무렇지 않다면

마음을 토닥이셔야 합니다.

얼마 전 동료들과 대화를 하다가 퇴직 후 얼마 정도 살다 죽게 될 것인가가 대화 주제가 되었다. 문득 소름이 돋았다. 검은색으로 머리가 물드는 것 같았고, 약간 무섭다고 느꼈다. 드디어.




우울이 잘 떨쳐지지 않고 약을 먹을 때뿐, 곧 반복되기에 1년 반 전 상담을 받았다. 상담 중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까지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얼마나 어릴 때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철이 든 후 항상 죽음이란 생명체의 화학 작용이 끝나는 것으로 무의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 이야기를 하니 상담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산다님. 그건 소극적 자살-정확한 단어는 기억나지 않지만 비슷한 표현이었음-이라고 해요. 자살을 직접 시도하진 않지만 죽음을 소극적이나마 원하는 거죠."

"죽음에 대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나요?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인 거죠. 아프지만 않으면 언제 어떻게 죽어도 상관없어요."

"아뇨.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낍니다.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그날 나는 누군가 나의 순두부 같은 뇌를 꺼내 목욕탕 냉탕에 떨어뜨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정상이 아니었다고? 죽음에 대한 나의 느낌이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의 결과가 아니었다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며, 피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대체 그 느낌은 어떻단 말인가. 나의 두려움은 죽는 순간의 아픔과 남은 가족들의 슬픔에만 있었다. 나 스스로에 대해서는 아무렇지 않았다.


조금 나아졌다고 약을 안 먹으면 우울은 곧 다시 찾아왔고, 약 3개월 전부터는 약을 무조건 꾸준히 먹기로 했다. 먹지 말라는 의사의 지시를 듣기 전까지는 절대 멈추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깨닫게 되었다. 남은 가족에 대한 걱정이나 죽는 과정의 아픔에 대한 것이 아닌, 죽음 그 자체가 두려웠다. 발 밑이 꺼질 것 같고, 몇 살까지 살아야 너무 오래 산다고 욕하지 않으며,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아주 잠깐 이게 좋은 변화 맞나 하는 의문은 스쳤다. 뭔가가 두렵다는 것이.



우울을 겪는 사람들은 많다. 가볍게든 심하게든 누구나 감기처럼 오가는 증상이다. 하지만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꼭 알아두자. 지금 그 느낌 정상이 아니다. 반드시 마음을 토닥여야 한다. 나를 다정히 쓰다듬으며 삶에 꼭 붙들어 두어야 한다. 죽음이 두려워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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