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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시 Oct 27. 2023

'그날'의 '이태원'이 가지는 의미는? (시간과 공간)

본 시리즈는 이태원 사고 (2022.10.29) 1주기를 기억하기 위해 연재하는 글입니다.


저는 데이터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진다기보다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인사이트를 얻어낸 후, 이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본 분석이 지난 해 발생한 이태원 사고와 관련하여, 원인 분석과 문제 개선 및 예방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첫 번째 글에서는 이태원 사고 당시, 어떤 연령대/성별/국적의 사람들이 이태원을 많이 방문했는지생활인구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https://brunch.co.kr/@geography17/31

두 번째 글에서는 언제 이태원을 주로 방문했는지 (방문/체류 시간)를 알아보았습니다.


https://brunch.co.kr/@geography17/33


세 번째 글에서는 이태원의 어느 동네를 방문했는지 (방문 지역)어디로부터 방문했는지 (출신 지역)를 알아보았습니다.

https://brunch.co.kr/@geography17/34


이번 글에서는 '이태원' '할로윈'이 가지는 시간과 공간의 특성본 분석 시리즈의 결론 및 요약을 담아보겠습니다.


1. 이태원이라는 '공간'


左 : 이태원 일대 해발고도 / 中 : 경사도 / 右 : 지적편집도

본 분석의 연구 대상은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 일대이며,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이태원 1동에 포함됩니다.

구득한 데이터별로 연구지역을 각기 달리 설정하였는데, 행정동 기준으로 제공되는 데이터의 경우 이태원 1동을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법정동 기준의 데이터를 사용한 경우 이태원동을 연구지역으로 설정했는데, 법정동 이태원동은 이태원 1동과 이태원 2동을 합한 공간적 범위를 가집니다.


이태원 1동 세계음식거리의 북측부터 급격하게 고도가 높아져, 이태원 1동과 2동의 사이에는 오르막길이 비교적 많이 있습니다. 경사도 또한 이 부근에서 높게 나타납니다.


우측의 지적편집도를 살펴보면 이태원역 인근을 중심으로 상업지역으로 설정되어있고, 그 외에는 대부분 주거지역으로 설정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태원 남쪽에 일반상업지역으로 나타나는 곳은 실제로는 군사시설이 위치해 있는 곳입니다.


이태원 1·2동의 연령별 인구 (자료 : 통계청)

이태원 1·2동의 연령별 인구를 살펴보면 위의 그림과 같습니다. 30대의 구성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으며, 특히 이태원 2동의 경우 30대가 2천 명 이상 거주하고 있어 약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서울 동 평균 전체 인구는 22,728명인 데에 비해 이태원 1동과 이태원 2동의 인구는 각각 7,935명, 10,432명으로, 평균보다 인구 수가 적은 편입니다. 그러나 등록 외국인의 경우 서울 동 평균 543명에 비해 이태원 1동은 1,784명, 이태원 2동 1,661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적인 수준에 비해 동 전체 인구는 적음에도 외국인은 많은 이태원은 외국인이 많이 거주한다는 지역적 특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다문화 거리로 꼽히는 이태원은 인근에 용산미군기지가 위치하여 주한미군들의 유흥지가 되었던 지역성을 바탕으로, 현재는 많은 외국인들이 방문하는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1997년에 한국의 관광특구 1호로 지정되었고, 이태원 세계음식거리가 2013년에 지정되었습니다. 젊은 세대와 외국인들은 이국적인 식당, 카페, 주점이 몰려있는 이태원을 다수 방문하고 있습니다.


지도 플랫폼에서 이태원 식당의 검색 결과를 정리한 결과(네이버 지도 크롤링),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이 이태원에서 영업중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32곳이 영업 중인 한식당과 비교했을 때 양식으로 분류된 식당은 55곳, 이탈리아 식당은 24곳이 영업 중이었습니다. 또한 일식 및 이자카야는 22곳, 중식은 11곳이었으며 멕시코·남미음식과 태국음식은 5곳, 아시아음식은 4곳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터키, 베트남, 스페인, 프랑스, 인도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도 영업 중이었습니다.





2. 할로윈이라는 시간


90년대 초반부터 압구정, 홍대, 잠실 일대로 전파되기 시작한 할로윈 이벤트 문화는(중앙일보, 1996) 이제 한국에서 매년 10월 진행되는 상업적인 이벤트로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초반에는 국내 대형 테마파크나 호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할로윈 기념 행사가 열렸고, 점차 유통업계와 식음료업계로 확산되어갔습니다.


일반적으로 10월이 시작됨과 함께 점차 할로윈을 테마로 한 다양한 마케팅이 진행되고, 할로윈이 다가올수록 점차 그 분위기는 고조되며, 10월 31일 할로윈이 지나고 11월이 되면 기념 행사는 끝나게 됩니다.


上 : 1990년 – 2022년 할로윈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 검색량 (연도별) / 下 : 2017년 – 2022년 할로윈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 검색량 (월별)


뉴스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빅카인즈에서 1990년 1월 1일부터 사고 전날인 2022년 10월 28일까지 ‘할로윈’이라는 검색어로 검색한 결과 그림 3과 같이 나타났습니다. 이때, 표준 외래어 표기를 준수하는 언론사의 경우 할로윈을 ‘핼러윈’으로 표기한다는 것을 고려하여 ‘핼러윈’으로 검색한 결과도 함께 활용하였습니다.


먼저 연도별 기사 검색량을 살펴보면 검색 기간 중 가장 이른 시기인 1990년에 두 건 검색된 것을 시작으로 해가 갈수록 조금씩 증가하였으며, 2010년대 초반에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월별 기사 검색량을 살펴보기 위해 2017년에서 2022년만 추려 자세히 살펴본 결과, 다른 시기에는 관련 기사가 거의 없다가 10월 앞뒤 월을 중심으로 기사가 다수 검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태원 할로윈에 대한 관심도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이태원 할로윈’과 ‘이태원 핼러윈’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는 그림 4와 같습니다.


최초로 이태원 할로윈이 언급된 시기는 2002년 1월이었고, 해가 갈수록 이태원 할로윈이라는 키워드를 포함한 뉴스 기사가 점차 증가하였습니다. 2017년에서 2022년의 기사만을 추려 월별 기사 검색량을 살펴본 결과 10월을 중심으로 많은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실제로 이태원의 할로윈은 언론에서도 다수 보도되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본 분석 시리즈의 요약



본 분석에서는 대중교통 이용 데이터, 생활인구 데이터를 활용하여 이태원 일대의 할로윈 기간 통행 패턴을 분석하였습니다.


먼저 대중교통 데이터를 활용해 지난 수년 동안 할로윈 기간에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규모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였습니다. 해당 기간 대중교통 이용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태원 직전 토요일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태원을 방문하는 요일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생활인구 데이터를 활용해 집계구라는 보다 상세한 단위에서 이태원 방문객들을 탐지할 수 있었습니다. 생활인구를 연령별, 성별, 국적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었으며 사고 당일 오후 10시 경, 이태원역과 인접한 집계구 두 곳이 실제로 서울에서 가장 집계구 당 생활인구가 많았던 곳이었다는 점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행정동 단위로 상세성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관내·외이동이라는 타 지역과의 상호작용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할로윈 기간 동안 이태원 1동을 방문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가까운 지역에서 방문한 경우가 먼 지역에서 방문한 경우보다 많은 경향을 보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본 연구의 의의는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그동안 공간적으로 논의된 바 없는 이태원 할로윈 시기 보행 문화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입니다. 다문화 지역이라는 이태원의 지역성을 고려하여, 내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분석에 포함하였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타 지역과의 상호작용을 살펴봄으로써 공간적인 맥락에서 할로윈 시기의 이태원을 조망하였습니다.


4. 본 시리즈의 한계


본 분석의 한계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분석 시 활용한 생활인구 데이터는 KT 외의 통신사 (SKT, LG, 알뜰폰)는 추정을 통해 얻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완벽하게 정확히 집계한 결과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집계구는 지역별로 그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집계구별 생활인구에 대해 단순 비교를 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습니다. 만약 집계구 자체의 크기가 절대적으로 작다면 다른 지역에 비해 생활인구 밀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생활인구 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습니다.


또한 이태원 일대에 원래부터 거주하고 있던 인원이 있기 때문에 할로윈 기간이 발생시킨 순수 인원을 계산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는 전월 혹은 6개월 전의 인원을 빼는 방식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5. 본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이태원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후, 현장통행 및 통행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루어졌습니다.


먼저 경찰 측에서 이태원에 결집할 인원을 추산하는 데 실패하였습니다. 2021년의 할로윈 참석 규모는 10월 평균 이태원역 및 녹사평역 승하차인원의 2.4~2.97배에 달했음에도, 경찰은 2022년의 할로윈 참석 규모를 두 역 승하차인원의 1.5~2배 규모에 해당할 것으로 추산하였습니다(서울용산경찰서 보도자료, 2022).


이에 전문가들은 안전사고 예방의 첫걸음인 인원 추산부터 틀렸으며, 이벤트 문화를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습니다(문화일보b, 2022). 경찰은 실제로 이태원 일대에 137명에 불과한 인력을 배치했으며 이마저도 안전사고를 대비하고자 함이 아닌 불법촬영 및 마약 관련 단속을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2017년에는 설치했던 폴리스라인을 이번에는 설치하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할로윈 결집 규모를 추산할 때 활용 가능한 공공 데이터와 플랫폼이 이미 구축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나 경찰들이 이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비판 또한 제기되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실시간으로 특정 지점에 모여있는 인원의 밀집도를 알려주는 서비스인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놓고도 이를 안전 부문에 활용하지 않았습니다(비즈월드, 2022; 조선일보, 2022; 시사IN, 2022), 이에 정부는 금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 부문에 유용하게 활용 가능한 공공데이터 선별·운용을 늘린다는 방침이라 밝혔습니다(행정안전부 브리핑, 2022).


연구지역 전체로 1㎡ 당 6.07명의 인원이, 압사사고가 발생한 지점에서는 1㎡ 당 16.45명이 밀집한 상황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여, 앞으로는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이 집결하는 경우의 대처 방안을 행정 당국에서 매뉴얼화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할로윈과 같이 명확한 주최자가 없는 행사나 기념일이더라도 많은 인원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면 사전에 예상 결집 인원을 예측하고, 밀집도가 크게 높아질 경우 재난 문자 서비스로 알려주거나 경찰이 해당 지역에 긴급 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대규모의 인원이라 하더라도 통행로가 제대로 확보되고 인원 통제가 잘 된다면 큰 인명사고 없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입니다.


본 분석은 추후 이러한 이벤트적 성격을 가진 통행의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서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본 이태원 분석 시리즈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음에 새로운 공간분석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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