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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중년의 일상 Oct 16. 2023

기획된 축제의 민낯

지역 정서가 담긴 축제 기획은 부재중이다

고향의 가을 축제


내 고향의 축제인 지방예술제의 효시, 진주 개천예술제가 올해로 72회째, 13일 개막을 했다. 어린 시절 진주 개천예술제를 다녔던 희미한 기억을 떠올려봤다. 당시는 밤바람이 제법 쌀쌀했던 것 같다. 시기적으로는 가을걷이가 끝날 무렵이었으니 지금보다 조금 더 늦었던 것 같다. 가을걷이를 막 끝내고 겨울이 오기 전에 서부경남의 유일한 축제인 진주개천예술제가 진행되었다.

    

당시만 해도 교통편이 많지 않았다. 작은 마이크로버스에 차장이 문에 매달려 "오라이" 하고 출발신호를 보냈다. 개천예술제 때는 버스 문에 매달린 사람들을 차장이 사람을 밀어 넣고 차가 터질 듯 태워도 남겨진 사람들이 많았다. 걸어서 읍내로 나가서 진주 가는 버스를 타고 개천예술제로 갔다.

      

엄마와 아이들은 손에 손을 잡고 구석구석 축제를 즐기고, 아버지들은 소싸움 구경을 했다. 그날은 세상 걱정 없이 동네사람들과 함께 축제를 즐기는 가장 큰 연중행사였다. 엄마들은 그 어느 때보다 곱게 차려입고 아이들과 함께 축제의 주인공처럼 개천예술제에 참여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대한민국이 축제의 장이다. 빛 축제를 복사한 듯 전국이 빛 축제다. 각 지자체마다 특색 있는 축제를,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장이 되어야 마땅하나, 대한민국 축제는 거의가 야무진 기획자들의 화려하게 기획된 불빛 잔치다. 각 지역마다의 상징적인 축제의 내용을 담아 그 축제의 장에서 지역 사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획이 되면 좋으련만, 각 지자체마다 빛 축제 전쟁이다. 어쩌면 더 화려하고 대규모로 호객행위를 하듯 앞 다투어 불꽃 튀는 경쟁을 한다. 물론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하겠지만, 정서상 아쉬움이 남는다.

     

며칠 전 백제의 땅, 부여 공주 여행을 다녀왔다. 1박 2일 여행기간 중에 대백제전 행사기간이라 자연스럽게 대백제전을 보게 되었다. 공주 공산성 야간 투어를 보고 깜짝 놀랐다. 화려한 불빛과 현란한 영상을 보고, 성 너머에 바다 불빛을 보자마자 진주 유등축제가 옮겨온 듯 바다에 띄워놓은 모형들이 진주유등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진주 유등축제를 보는 듯했다.     
 

예전에 개천예술제는 서부경남 사람들 스스로가 축제의 주인공이었다. 가을걷이를 마치고 스스로에게 상을 주듯 함께 즐기는 축제였다. 아이들은 덩달아 개천예술제의 수혜자가 된다.      


지금도 어린 시절 엄마나 이웃 아주머니들이 곱게 단장을 하고 다소 흥분된 목소리와 홍조를 띤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명절보다 더 큰 행사였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진주 남강으로 나간다. 남강다리에 사람들이 떠밀려서 걸었다. 아이들을 잊어버릴세라 큰 소리로 아이들 이름을 부르고 방송에는 누구누구를 찾습니다. 누구누구 아이가 본부에 와 있습니다. 등 모두가 들떠 개천예술제를 즐겼다.

     

요즘은 지역사람보다 전국에서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모여든다. 지역축제의 정서는 사라져 가고  작년까지만 해도 입장료를 받는 축제가 많았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축소되었던 축제가 활발해지면서 전국이 축제로 몸살을 앓는다. 과연 대한민국의 오늘이 이래도 될까 싶다.     


지역 정서가 듬뿍 담긴 지역 축제에서 어린 날의 향수를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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