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단순하게 살기 프로젝트 2
집안 정리하기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한 해 마무리를 하면서 집안 정리도 하고
마음도 가다듬고 했지만, 이번 연말연시에는 해결해야 할 일들이
한꺼번에 몰아닥쳐서 미뤘다.
한 해를 시작하려니 집안 대청소를 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부터 하는 게
순서인 것 같다.
젊었을 때 밤을 새워 정리를 하고 이른 새벽 무렵 홀가분함에
정돈된 상태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달콤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새해는 무리하지 않고 며칠로 나눠서 시나브로 정리를 하기로 했다.
# 냉장고와 주방 일부
첫날, 냉장고와 주방 일부를 뒤집었다.
냉장고에는 텃밭에서 가져온 야채와 장아찌, 김치 등으로
냉장고가 꽉 차서 정리하기 전에 스텐반찬통을 크기별로 주문을 했다.
새 그릇이 배송이 되기도 전에 버려야 할 플라스틱통과 함께 일회용 물병인 플라스틱
삼다수 병을 버렸다.
몇 년 전부터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전자제품을 멀리했다.
예전에 임대를 했던 정수기도 중단을 했는데, 오늘 플라스틱 물병을 정리하다 보니
일회용은 안 쓰는 편이 쓰레기도 줄이고 환경을 고려해서 정수기를 다시 설치하는 편이
여러 모로 나을 것 같아 정수기를 신청했다.
2016년 작은 아이를 출가시키고 32평 아파트에서 24평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평수를 줄이는 동시에 집안 살림도 최대한 줄였다.
2년 후, 가끔 손주들이 외가에 오기 시작하면서 집안이 복잡해서
다시 32평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때, 32평 사이즈 소파와 이케아에서 TV 받침대만 구입을 하고 소품들은 생략했다.
평소 집안에 물건을 쌓아놓고 사는 편이 아니라 모델하우스처럼 살아간다.
별다른 집안 정리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냉장고와 주방, 신발장과 서재는 널브러져 있어 정리가 필요했다.
젊었을 때는 물건 하나를 버리면 그 자리에 더 비싸고 좋은 물건으로
채우려고 애를 썼다.
나이를 더해가면서 물건 하나를 사면 그만큼 할 일이 늘어나서
빈 채로 비워둔다.
지금 사는 집에 이사 온 지도 7년째쯤 되었다.
집밥을 고집하는 남편이 신김치를 좋아해서 김치냉장고 없이 살다 보니
냉장고와 냉동고가 몸살을 앓는다.
두 식구가 먹기에 한계가 있다.
다음에 먹으려나 하는 미련을 버리고 정리를 했다.
냉장고와 주방 일부를 정리한 다음 남편에게 협조를 해달라고 했다.
외식도 좀 하고, 테이크아웃도 하자고 하면서
텃밭 야채도 먹을 만큼만 재배를 하자고 했다.
냉장고와 플라스틱 병만 정리를 해도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단순해지는 느낌이다.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환하게 밝아졌다.
맨 위칸은 텅 비었다. 케이크이나 간식칸으로 남겼다.
냉동고도 위칸이 남았다. 손주가 오면 아이스크림 칸으로 비워두기로 했다.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상쾌한 기분은 하루 종일 노동력 대가로 충분했다.
냉장고 정리를 다 하고 나니 집안 정리하기를 참 잘했다는 마음이다.
# 아일랜드 서랍장과 싱크대 서랍장 정리
아일랜드 서랍장과 싱크대 서랍장에 쌓인 그릇을 끄집어냈다.
그릇은 두 세트를 쌓아놓고 산다.
포토메리온과 광주요를 사용한다.
포토메리온은 일상밥상으로 오래전에 사치하듯 한 세트를 마련했다.
광주요는 큰아이 사돈들을 초대했을 때 한 세트를 구입해서 12 년째 사용하고 있다.
요즘은 그릇이 깨지더라도 놀라거나 아까워하지 않는다.
제법 썼으니 깨질 때가 되었구나 하고 덤덤해졌다.
젊은 날은 아끼는 그릇이나 예쁜 컵이 깨지만 놀라고 아깝울만큼 소중했다.
지금은 주방용품이 덜 소중해졌다. 그냥 밥상을 차리는 그릇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그릇에 대한 의미도 달라졌다.
컵 역시 두 세트다.
포토메리온 세트를 구입할 때 세팅된 컵 한 세트와
한때 유행했던 기장 공수마을 제이엠에서 커피를 마시다
컵이 예뻐서 한 세트를 구입한 컵이 전부다.
두 세트도 쓰임이 덜해졌다.
매일 밖에서 커피를 마시고
어쩌다 아이들이 방문을 해도 테이크아웃을 하거나 커피 맛집을 찾아간다.
아일랜드 식탁 위에 네슬레커피머신이 자리만 차지하고
눈에 거슬려 포장을 해서 주방 서랍장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주방에 그릇들을 정리하는 동안 그간의 추억이 떠올랐다.
큰아이를 결혼시키고 사돈들을 맞이하면서
가슴 떨리도록 행복하고 신경이 곤두섰던 기억이 난다.
부족한 게 많은 여식을 보내고 마음이 널뛰기를 하던
그 시간이 흘러 12년이 지났다.
그 추억 속에 광주요가 남았다.
사돈들을 대접하기에 광주요가 적당하다는 생각을 하고 정성을 다 해 음식을 장만하고
양가가 모여 식사를 하며 행복했던 시간의 추억과 감사가 광주요에 담겼다.
그릇을 아일랜드 서랍장과 싱크대 서랍장에
다시 세팅을 하고 수저도 가지런히 정리를 했다.
정리하면서 간식 트래이와 커피포트는
오랫동안 함께 한 물건이라 애착이 갔다.
간식 트래이를 정수기 옆에 세팅을 했다.
외출에서 뽑아온 풀꽃 한 줌을 작은 꽃병에 꽂았다.
늘 집을 떠나 마을 여행을 다니느라 집안 살림이 소홀해서 집한테 미안했는데
오늘은 집한테 말을 걸었다. “미안하다. 올해는 집에서 자주 머물게” 했다.
행동이 느려져서인지 여기까지만 해도 하루 해가 저물어 간다.
저녁을 먹고 남편과 둘이서 간식 트래이에 다과를 담아
이사를 다녔던 집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저녁 시간을 보냈다.
집안 정리를 하면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더 쉽고 더 행복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옷장과 신발장 정리
옷장과 신발장 정리를 하기로 하고 옷장을 들여다봤다.
최근에 동부산 롯데쇼핑몰에 산책하듯 자주 드나들면서
하나 둘 옷을 사들이다 보니 옷장에 안 입는 옷들이 눈에 띄었다.
계절별로 옷장 정리를 하면서 버릴 옷과 분류를 했다.
버릴 옷은 기껏해야 2~3년 안에 구매한 옷이라 헌 옷 수거함에 넣었다.
옷을 이것저것 사들이기보다 가격이 좀 높아도 단출하게 몇 가지를 구매해서
오래 입어도 괜찮은 옷을 사는 취향이다.
옷장에 옷가지가 별로 없다.
가끔 ‘집에서 입으면 좋겠다’ 하고 즉흥적으로 사들인 옷들이 몇 개 쌓였다.
한두 번 입고 쌓여 있어서 정리를 했다.
옷장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정리가 되었다.
신발장도 마찬가지다.
여러 종류의 신발을 사들이지 않는다.
현재 봄· 가을 운동화, 여름 운동화, 겨울 운동화가 있고,
여름 슬리퍼, 샌들, 겨울 부츠와 털 슬리퍼가 있다.
다양한 종류의 신발을 구매하기보다
필요한 신발만 사는 실속형 소비를 하는 편이다.
남편은 운동화와 텃밭용 장화와 등산화 등 몇 켤레의 신발들이 쌓여있다.
신발은 신발장 한 줄도 안 된다.
문제는, 그 외 신발장이 남편의 농기구와 다양한 전기 제품이나 소소한 잡동사니로 가득 찼다.
몇 켤레 안 되는 신발을 넣을 자리가 없이 어지럽혀져 있다.
가끔 스트레스가 된다.
남자들은 기계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인지,
텃밭에는 텃밭대로 곳곳에 농기구와 잡동사니가 쌓여있고
집에는 신발장과 창고 겸 팬트리 공간까지 꽉 찼다.
함께 정리를 했다간 싸움으로 번질 게 뻔하다.
남편에게 위임을 했더니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다 갖다 없애고 싶지만, 그 정도 되면 전쟁이 난다.
거슬리지만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반쪽만 정리가 된 셈이다.
신발장은 남편이 정리할 게 더 많은데 언제쯤 정리가 될지,
말끔하게 정리가 안 된 채,
앞으로 즉흥적으로 옷을 사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남기고
옷장과 신발장 정리를 가볍게 끝냈다.
# 서재 정리하기
책을 좋아한다. 헌책보다 새 책을 좋아한다.
언제부턴가 책장이 복잡해졌다. 거실 팬트리 공간을 작은 서재로 이용하고 있다.
이사를 할 때마다 책을 버리거나 기부를 하지만,
또 살다 보면 한두 권씩 구입을 한다.
두 개의 서재가 빼곡하게 차서 가끔 읽고 싶은 책을 찾지 못할 때가 있다.
더해 마을 여행을 다니면서 각 지자체에서 펴낸 책들을 가득 안고 들어와 쌓았다.
그것도 모자라 지자체 홍보 리플릿까지 가져와서 서재가 뒤죽박죽이다.
하루는커녕 아무래도 서재 정리는 이번 기회에 분류도 하고,
리플릿도 정리를 해서 하루 이틀밤을 새워서라도 정리를 할 각오를 하고 서재를 정리했다.
며칠에 걸쳐 서재를 정리를 했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서재 정리를 하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읽고 싶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책을 꼼꼼하게 분류를 하고, 다시 서재에 책을 쌓다가
문득 새해는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재 일부는 향토사학자들의 책이 쌓여있다.
특히 기장에 관한 책이 많다.
게다가 각 지자체에서 발행하는 안내 및 홍보지가 몇 박스가 모였다.
마을 공부를 하면서 홍보지는 소중한 자료가 되었다.
각 지자체에서 마을 공부를 하면서 수료증, 협회자격증이 서재에 자리하고 있다.
정리를 하면서 쓰임은 없더라도 프로필을 말끔하게 정리를 했다.
컴퓨터에 입력을 하면서 지난 시간을 돌이켜봤다.
누군가 그랬듯이, ‘깊이 파기 위해, 넓게 파야 한다’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전문가도 아니고, 전공자도 아닌 마을 여행과 역사를 공부하면서
깊이보다 넓고 얕게 펼쳐 곳곳에 발을 담그고
부산의 끝에서 끝으로 마을 여행을 다니면서
내 삶의 영역을 넓혀갔다.
서재는 줄이기보다는 분류를 하는 정도로 정리를 했다.
책 위에 책을 쌓았던 책들이 제 자리를 잡았다.
만족할 만큼 정리가 잘 되었다.
긴 시간 서재 정리를 하면서 뿌듯하고 대단한 뭔가를 시작하는 느낌이다.
읽을 책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니 한 달 이상은 읽을 책이 쌓였다.
새해는 다르게 책 읽기를 하기로 했다.
한꺼번에 읽기보다 시간 나는 대로 읽고 싶을 때 읽기로 했다.
책을 읽을 때 완독보다는 목차를 보고 골라 읽기를 하는 편이다.
완독 할 때도 있지만, 다 읽지도 못 한 책들도 많았다.
서재에 꼽힌 책 중에 3분의 1 정도는 읽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새해 이 책들을 뒤져볼 생각이다.
지금까지 집안 정리를 하면서 추억과 교훈, 경험의 기억이 또렷해졌다.
집이라는 공간은 살아온 날의 추억과 살아갈 날의 교훈과 경험한 것들의 기억으로 남아
과거와 현재, 미래의 공간이자 그간의 살아온 날의 흔적들이 배어있다.
집은 물리적 장소에서 시간의 기록을 통해 집이란 단순한 가족 이상의 의미가 확장된 공간으로 다가왔다.
단순하게 살기 위해 집안 정리를 하면서 한편으로 지속 가능한 단순한 삶이기를 바라면서
단순하게 살기 프로젝트 2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