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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Oct 29. 2024

남의 침묵

"침묵(沈默)은 금(金)이다"라는 말이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대중에게 삶의 지혜를 일깨우는 금언(金言)으로 알려진 만큼

'불필요한 말을 아끼는 게 오히려 가치 있다.'라는 의미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 필요한 경우와 필요하지 않은 경우를 막론하고, 무조건적인 침묵을 우선시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학폭의 대상으로 괴롭힘 당해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면서도, 
보복이 두려워 침묵하는 걸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식품 회사에서 사람에게 유해한 성분의 음식을 판매하는 걸 알게 된 종업원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직장을 위해 침묵하는 게 나은 처신인가?

논쟁적 이슈의 fact를 알고 있는 사람이 일방 진영의 공격이 두려워 침묵으로 외면하면 괜찮을까?


물론 나도 개인의 안녕이라는 관점에서는 입 다물고 모른 체 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효익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위의 경우에는 침묵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도움 될 것이란 점이 자명하다.  


누군가의 침묵으로 다른 누군가는 억울한 피해를 보는 상황이 존재한다면, 

한 사람의 침묵과 외면은 다른 어떤 사람에게 절망적인 태도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현실에서는 나의 작은 안녕과 평화를 위해 타인의 큰 고통을 무심하게 외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귀찮아서, 힘들어서, 두려워서... 무슨 이유가 되었든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다른 누군가 겪고 있는 억울한 피해에 침묵하고 외면한다면, 그리고 그런 게 당연한 사회가 된다면...


남들의 침묵을 먹고사는 사람들은 점점 더 탐욕의 크기를 키운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 일당은 반역을 지적하는 상대편 장군들에게 침묵을 종용한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데 왜 그러냐는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에선 반역을 지적한 사람들과 불의에 동조한 사람들의 이후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 마음이 후련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되었을까?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역시 "침묵(沈默)은 금(金)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을지...

제발 "침묵(沈默)을 금(禁)하자"라고 생각하며 다짐을 했을지...


모를 일이다.




Tiny silence makes tyra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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