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비즈니스의 기본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비즈니스뿐 아니라 친구나 연인 같은 인간관계에 모두 ‘기브 앤 테이크’의 관계가 성립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내가 겪은 경험들을 되짚어봐도 실제로 사람들 사이에서 일방적으로 주거나 또는 일방적으로 받는 관계는 오래 지속되기 힘들어 보였다.
어쩌면 혹자들은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아가페(agapē)적 사랑의 경우엔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내리사랑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 부모도 역시 자식으로부터 많은 것을 받는다.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면 많은 힘이 들고 수고로움이 크지만, 아이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하며 느끼는 보람과 행복은 또 다른 의미의 보상이 되고는 한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의 관계가 ‘기브 앤 테이크’라고 표현하는 것은 제법 정확한 통찰을 보여주는 말이라고 공감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도대체 이런 통찰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볼 수 있다.
특히 ‘사람 對 사람’이 아니라 ‘조직 對 사람’의 관계에서는 이런 등가교환 같은 관계가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몇 년 전 재밌게 봤던 일본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에는 관료화된 은행조직의 문화를 드러내는 대사가 나온다.
극 중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의 원수 격인 도쿄중앙은행 '오오와다 상무'는 '부하의 공은 상사의 것, 상사의 실수는 부하직원의 책임'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사실 이만큼 불합리한 말이 어디 있을까?
당연히 부하의 공은 부하의 것이고 상사의 실수는 상사가 책임지는 게 합당한 것 같지만, 극 중의 조직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 마치 당연한 진실처럼 얘기된다.
그런데 여기에도 사실은 '기브 앤 테이크'의 관계가 존재한다.
상사가 공을 차지하고 책임으로부터는 자유롭도록 만들어 줌으로써 그의 자리를 공고히 유지하면, 그 과정에 기여한 부하직원은 상사로부터 다른 형태의 보상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상사를 정점에 두고 운명 공동체가 됨으로써 집단 내에서의 보상을 기대하는 것
그게 바로 조직 내부의 기브 앤 테이크이자 특정 세력의 생존 방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세력이 힘을 얻는 조직 안에서는 그렇게 똘똘 뭉친 세력에 맞서거나 아니면 그 세력에 동조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러니까 부하의 공은 부하의 것이고 상사의 책임은 상사의 책임이란 생각을 갖는 것 만으로 세력에 의해 배척되고 도태되기 마련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의 조직 속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런 모습을 겪었거나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뉴스만 챙겨봐도 유사한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라는 통찰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개인의 관점에서는 틀려 보여도 관계를 넓혀서 이해해 보면 '기브 앤 테이크'의 관계가 존재하니까.
다만 개개인이 그런 조직적 세력과의 관계에서 스스로의 입장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은 문제이지 싶다.
선택할 자유나 권리는 없는데도 세력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손해 보고 책임져야 할 의무만 주어지기 때문에 '기브 앤 테이크'가 적절히 동작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되는 셈인 것이다.
그래서 좀 더 생각해 보자면 세상의 원리는 사람들 사이의 '기브 앤 테이크'만으로 공정하게 작동될 수 없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바라건대는 인간관계에서 '기브 앤 테이크'의 관계로 해결될 수 없는 희한한 일들은 결국 하늘의 섭리라 할 수 있는 '인과응보(因果應報)'나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다른 차원에서라도 제 자리를 찾아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