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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Dec 13. 2024

Lemming's Goal

 앱스토어에서 레밍즈(Lemmings)란 퍼즐 게임을 발견했다.


게임의 이름만 보면 낯설 수도 있겠지만, 플레이 화면을 본다면 나이 좀 있으신 분들이 아마도 반갑게 기억할 수 있을 게임이다. 


'레밍즈'는 1991년 처음 개발되어 여러 운영체제로 이식되었던 게임인데, 나는 아마도 윈도우 버전의 게임을 경험했던 것 같다. 


게임의 목적은 각 스테이지마다 줄지어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레밍의 무리들을 안전하게 목적지로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출처 : Reddit)



게임에 등장하는 레밍(Lemming)은 북유럽에 서식하는 '나그네쥐'를 뜻한다.


'나그네쥐'는 서식지를 옮기는 와중에 절벽이나 바다에 집단으로 뛰어들어 죽음에 이르기도 하는 특이한 습성을 보여줘서 사람들은 집단자살을 하는 동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연구에 의하면 의도적으로 집단자살을 한다는 건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군중심리에 따라 무리 지어 행동해 결국 파국적 결과를 경험하는 동물로 여겨지는 점은 분명하다. 


그래서 시사상식용어 중에도 '레밍 신드롬'이란 용어가 존재할 정도이다.


(≒ 자신의 생각 없이 무리가 하는 양을 그대로 따르는 집단행동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레밍은 '나그네쥐'라 불리는 설치류의 일종인데, 이들은 개체 수가 늘면 다른 땅을 찾아 이동하는 특징이 있다.
이때 레밍은 우두머리만 보고 직선으로 이동하는데, 우두머리를 따라 이동하다 절벽을 만나면 그대로 뛰어들어 바다에 빠져 익사하기도 한다. 

이런 레밍의 특징에서 따와 맹목적으로 다른 사람을 따라 하는 집단적 편승효과를 가리켜 '레밍 신드롬' 혹은 '레밍 효과(Lemming effect)'라고 부른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렇게 레밍의 습성을 따온 시사용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사람들 역시 나그네쥐(Lemming)처럼 무모한 집단행동을 하며 살아가기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리더의 행동에 대해 이유나 근거를 묻지 않고, 아무런 합리적 의심도 없이 맹목적으로 추종하면서 그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그런 일이 설마 있을까 싶겠지만 의외로 인류의 역사 속에는 수도 없이 이런 경우가 존재했다. 


그래도 그렇지 사람들이 '나그네쥐'처럼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정도의 무식한 추종은 없었겠지 싶겠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평범한 사람들마저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아무런 저항 없이 가담했었던 사실을 생각해 보면 사람의 집단행동이 나그네쥐의 그것보다 훨씬 잔혹한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집단화된 사람들은 생각만큼 양심적(良心的)이거나 양식적(良識的)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사실인 셈이다. 




이렇게 리더의 뒤만 쫓아 무모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직장생활 속에서도 쉽게 경험하게 된다.


권위적인 리더가 제시하는 미션을 수행할 때는 해당 미션의 합리성에 의심을 갖기 힘들다. 

만약 업무 지시를 받은 직원이 일을 하면서 양심(良心) 때문에 혹은 양식(良識) 때문에 뭔가 의문을 제기한다면, "일을 성공시키는 게 너의 미션이야."란 단 한마디로 가볍게 무시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무런 의심 없이 일하다가 맞이하게 되는 궤멸적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구성원 전체에게 돌아가게 된다. 

정작 개개인은 무슨 일을, 왜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리더의 뜻에 따라 관성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실패의 책임은 어쩔 수 없이 모두의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마치 리더는 선택할 자유를 갖고, 팔로워는 책임질 의무를 나눠갖는 셈이 되어 버린다.



연말의 기업 조직개편을 바라보면 이런 경향이 더욱 도드라진다.


장밋빛 전망과 온갖 첨단의 트렌드로 포장해 버티던 부서들이 리더 교체와 함께 한순간 사라지기도 하고, 또 새로운 장밋빛 기치 아래 이합집산이 이뤄진다. 


조직이 사라져서 한 순간 갈 곳 없는 처지를 경험하게 되면, 대체 선택할 자유도 없는데 책임은 왜 그리 모질게 물어지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의 삶도 나그네 쥐와 뭐가 그리 크게 다를까 자조감이 들기도 한다.


한때 사람들은 나그네 쥐가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숭고한 희생으로써 집단자살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렇게 포장되어서라도 우리 주변에서 목격되는 일들이 의미 있는 일이기를 바라지만, 그런 목표를 가지고 벌어지는 일이 아니란 건 당연하다.


진짜 궁금하다. 


Lemming's Goal 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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