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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Dec 16. 2024

내 머릿속의 알고리즘

최근 나에게 추천되는 유튜브 콘텐츠에 청바지에 대한 내용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오리지널 청바지를 재현한 일본의 복각 데님에 대한 브랜드 스토리 몇 개를 찾아본 것이 나에게 추천되는 동영상 알고리즘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자주 노출되는 영상 중 몇 개를 틀어보니 미국의 정통 청바지 이외에도 다른 매력으로 관심받는 두 나라의 데님 스타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오리지널에 집착하고 있는 일본의 복각 브랜드, 그리고 현대적인 해석으로 새로운 원형을 찾아가는 이탈리아의 데님 브랜드가 그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이탈리아 데님 브랜드 중 하나가 야곱 코헨(Jacob cohen)이었다.

청바지라면 대학생 시절이던 1990년대에 크게 유행하다가, IMF 사태를 겪으며 거품 빠지는 광고로 유명했던 GUESS라는 브랜드가 가장 좋은 브랜드인 줄로만 알고 있던 나였는데,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정성 들여 만들어 놓은 콘텐츠들을 보고 나니, 나 역시 한 번쯤 저런 데님을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나처럼 나이 좀 있는 사람도 이럴 정도니, 많은 기업들이 올드미디어에서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로 광고 매체를 옮겨 타는 게 당연하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리테일가를 확인하고 나니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를 주저하는 마음이 생겼고, 그래도 잘 찾아보면 온라인에서 지난 시즌의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네이버에서 Jacob cohen이란 브랜드 네임을 검색해 봤다.

그러자 뜻밖에도 검색 결과의 최상단에는 데님 브랜드가 아니라 낯선 배우의 이름이 검색되었다.


로드니 데인저필드(Rodney Dangerfield)


대체 왜 이 배우의 이름이 노출된 것일까 궁금해서 다시 '로드니 데인저필드'를 검색해 봤다.

그래서 알게 된 사실은 로드니 데인저필드가 태어났을 때 처음 가졌던 이름이 바로 Jacob cohen이었던 것이다.  (born Jacob Cohen; November 22, 1921 – October 5, 2004)


서양 패션 브랜드 중에는 창업자의 이름을 브랜드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동명의 유명인이 있다는 건 딱히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다만 배우의 정보를 살펴보다가 내가 신기하게 느낀 부분은 다른 측면이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배우의 생일이 11월 22일 내 생일과 같다는 점이었다.


묘한 우연이란 생각에 그가 출연한 필모그래피(filmography)를 살펴보니 또 뜻밖의 반가운 영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백 투 스쿨 (Back to school (1986))"

영화는 내가 고등학생 시절 비디오테이프로 빌려봤던 추억의 코미디 영화였다.  

그 영화 속에서 주인공 쏜튼 역을 맡았던 배우가 바로 로드니 데인저필드, 즉 야곱 코헨이었던 것이었다.


살다 보니 영화는 머릿속에서 까맣게 지워져 있었는데,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영화의 포스터와 등장인물 사진을 보니 갑작스레 기억 속에서 영화의 장면들과 배우의 얼굴이 다시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유튜브의 우연한 추천 동영상에서 특정한 데님 브랜드를 알게 되고, 그 데님의 가격 비교를 하려다가 한 배우를 찾게 되고, 배우를 자세히 찾다 보니 추억과의 연결고리가 찾아진 셈이다.

이런 신기한 경험이 있을까?


결국 그렇게 연결된 나의 검색과 추억의 상호작용 결과는 내가 Jacob cohen 데님 한 벌의 구매 버튼을 누르는 데까지 이르렀다. 


유튜브의 동영상 추천 알고리즘은 정확히 알지 못하겠지만, 내 머릿속의 알고리즘은 기-승-전-구매결정이란 것을 알게 된 경험이었다. 


혹시 내 머릿속의 알고리즘은 구매결정을 위한 자기 합리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 어쩌면 내 머릿속의 알고리즘도 잘 계산된 구글의 알고리즘 내에 포함된 예측된 행동은 아니었을까?


나는 또 이렇게 내가 감당해야 할 나의 물욕을 지름신이나 구글신의 알고리즘에 책임을 돌린다.

나의 충동적 지름은 신들의 계산된 장난일 뿐, 나는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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