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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주 Feb 27. 2024

보홀, 나의 첫 바다_part.2

프리다이빙 체험기-

그 깊고 불투명한 안갯속을 내려다보자 순간적으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나와 달리 지수는 더욱 신이 난 듯했다. 지수는 깊이 내려가보길 원했고 나에게 고프로를 맡기고 덕다이빙을 시작했다. 지수에게 들은 이야기가 많아 기대가 되었지만 어떤 상황이든 내가 도움이 되지 못할까 봐 걱정될 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다이빙을 시작하니 내 걱정은 무색해졌다. 한번, 두 번… 수면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지수는 점점 더 멀어졌다. 적어도 13미터는 족히 들어간 것 같았다. ‘역시 재능이 있는 아이는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숨길이도 길고 이퀄도 배우는 중이지만 정말 멋있어 보이고 부러웠다. 신나게 발장구를 치며 올라온 지수는 한껏 동그래진 눈과 함께 즐거움을 감출 수 없는 얼굴로 나에게도 내려가 볼 것을 권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수면 위에 누워 안개 낀 바다를 내려다보며 눈을 감았다. 이 타이밍이 항상 제일 좋았다. 편안하게 누워 깊은 물속을 바라보며 마음과 숨을 차분하고 느리고 만드는 이 순간은 복잡한 머릿속을 잠시 커다란 천으로 감싸버리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긴장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배를 유연하게 만들었다. 최종호흡을 하고 덕다이빙을 하여 물속으로 들어갔다. 뿌옇게 보이던 물속을 지나 막상 아래로 내려가니 점점 시야가 맑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안갯속에서 잘 보이지 않던 바닷속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아까 얕은 곳에서 본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크기의 산호와 다양한 물고기들이 보였다. 몇몇 물고기랑은 뭔가 눈을 마주친 것만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말로 형연할 수 없는 풍경을 보고 있을 때 슬슬 호흡충동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당시의 나는 호흡충동을 2-3번 정도 참을 수 있어서 첫 번째 호흡 충동이 올라왔을 때 슬슬 갈 준비를 해야 했는데 눈앞의 산호와 물고기들이 너무 예뻐서 더 자세히 오래 보고 싶어 꾹 눌러 참았다. 그러다 호흡 충동이 2번을 지나가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몸을 돌려 허벅지에 붙은 근육을 사용하여 힘차게 올라왔다. 혹시나 호흡충동이 더 빨리 오지는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수면으로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저 멀리 안개 낀 바닷속으로 내려오는 햇빛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여전히 안 보이는 공간에 대해 겁이 나고 무섭지만 저 멀리에는 또 어떤 생물들이 있을지 궁금했다. 우리는 가보지 못한 그 공간을 바라보며 몇 번 더 다이빙을 했지만 사진 속의 그 절벽이 어딘지는 찾아내지 못했다. 


그 후 몇 번의 다이빙 후 피로감을 느꼈고 조금 얕은 곳으로 돌아가 사람들 구경을 했다. 부이를 잡고 스노클링을 하며 축축이 젖은 식빵을 떼어주며 물고기를 불러 모으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펴져있었다. 사람들과 함께 물고기들 밥을 주고 있는데 옆쪽 머리가 살짝 아파오기 시작했다. 전날 밤의 피로감 또는 장시간 쐰 햇빛 탓을 하며 신경 쓰지 않고 물속으로 계속 들어갔다.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두통이 심해졌고 조금 더 지나니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지수에게 물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비틀비틀거리며 롱핀을 벗어 손에 들고 돌계단을 올라갔다.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드러누웠다. 마치 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것만 같았다. 따라 올라오던 지수가 그늘에 가서 누우라고 이야기를 했다.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아서 움직일 수도 없었지만 힘겹게 그늘을 찾아 몸을 다시 뉘었다. 맨바닥에 누워있어 개미가 옆으로 지나다니고 알 수 없는 벌레들이 근처에 보였지만 반응을 보일 처지가 못 되었다. 할 수 있는 건 그저 눈을 감고 이 두통이 빠르게 지나가길 바라는 것뿐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까 두통이 조금씩 가라앉는 것 같이 느껴졌다. 왜 이런 두통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멀미의 증상이 생각났다. 어지러움, 두통, 피로, 구토 등등. 아 지금 내가 겪은 두통과 어지러움이 멀미구나 싶었다.  

옆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 지수에게 멀미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지수는 가만히 듣더니 선생님께 바다에서 수면 위로 올라올 때 너무 빠르게 올라오면 몸에 무리가 가서 멀미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계속 더 자세히 보고 싶어서 버티고 버티다가 올라왔다 보니 굉장히 빠른 속도로 수면 위로 올라왔었다.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계속 햇빛에 노출되어 있었고 에너지도 많이 썼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겪어보는 멀미 증상은 생각보다 후유증이 컸다. 결국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고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프리다이빙의 고수가 되어도 멀미를 할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전에 선생님이 소개해준 오픈채팅 방이 생각났다. 오래간만에 들어가니 여전히 고수들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런 것도 물어봐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러웠지만 내가 물어볼 수 있는 곳은  여기가 제일 빠르니 일단 질러보기로 했다. 

‘혹시 바다 갈 때 멀미 하는 사람 있나요?’ 

사실 질문을 올리면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누구라도, 한 마디라도 이야기해 줄 줄 알았다. 이 방은 하루에 대화 내용이 300개를 넘어가니까. 근데 한동안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아 내가 너무 초보 티를 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창피함이 올라오고 있을 때쯤 누군가에게 개인 톡이 왔다. 그분은 강사 자격증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는데 멀미가 심해서 바다에 나갈 때는 무조건 멀미약을 먹는다고 이야기하며 각종 멀미약을 추천해 주셨다. 그분의 이야기에 누구나 멀미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바다에 나갈 때 필수품이 하나 더 늘었다. 하지만 보홀에서는 없기에 남은 바다에 갈 때는 무리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첫 바닷속 프리다이빙 경험은 매 순간 아쉬움이 남았다. 조금 더 연습해 볼 걸, 핀을 미리 구입할 걸 등 예쁜 물속과 물고기 그리고 바다에 있는 그 순간의 행복감도 가득이었지만 더 준비하지 못했던 모든 것이 아쉬웠다. 아마도 내가 보고 있는 바다보다 보지 못한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욕심이 나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조만간 꼭 다시 돌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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