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이빙 체험기-
뜨거워 미칠 것 같은 날씨가 계속되고 여름휴가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 여름휴가에는 친구와 함께 프리다이빙을 배워서 필리핀, 보홀에 가기로 했었다. 아직은 매우 서투르지만 어쨌든 연습도 꽤 했으니 물속에는 들어가겠지 싶어 다가오는 여름휴가가 너무나도 기대되고 설렜다. 그저 적당히 체험을 먼저 해보려고 하다가 마음이 생겨 레벨을 따려고 하는 나와는 다르게 지수는 처음부터 잘 알려진 선생님이 계신 팀으로 들어가 자격증을 따는 데에 몰두했다. 그만큼 선생님끼리도 굉장히 차이가 났다. 제일 큰 차이는 프리다이빙을 대하는 태도였다. 지수의 선생님은 물 밖에서의 이론도 많이 진행하시며 배워야 하는 이론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반면에 내가 배웠던 선생님은 이론을 1시간 수업하셨지만 ‘책을 보면 대충 다 알 것이다’라며 러프하게 설명된 부분이 많았다. 또, 지수의 선생님은 물속에서의 자세들도 굉장히 꼼꼼하고 정확하게 수업을 진행하셨다. 하지만 나는 제대로 된 자세를 배우지 못해 다른 사람을 찾아 1대 1 수업을 들어 자세를 고쳤다. 심지어 남은 수업 동안 선생님에게 배운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제대로 된 자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난 적은 손에 꼽는다. 지수가 수업을 들으며 나에게 알려주는 팁들을 들으며 나는 배우지 못했던 부분을 어깨 넘어로라도 들을 수 있었다. 이때 한번 더 ‘처음부터 팀으로 들어갔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수는 처음부터 나와 달랐다. 내 첫 스태틱 기록은 1분을 겉돌았는데 지수는 처음부터 2분을 훌쩍 넘겼고 두 번째 스태틱 때는 3분을 넘겼다. 그리고 풀장에서 수업을 받는 동안 이렇게 이해를 잘하고 잘 배우는 사람 보기 드물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들었고 강사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 쯤의 나는 망고님과 여러 번 만나 풀장을 가서 연습하고 숨 길이를 늘이고 5미터라도 내려가려고 노력했다. 우리는 매번 실패를 맛봤지만 좌절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수의 기록과 상황을 듣고 나니 부러우면서도 앞길이 더욱 막막했다. 이 정도면 연습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닌 거 아닌가? 얼마 전에 만났던 입수조차 힘들었던 그분도 생각이 났다.
강사님들에게 들었던 처음부터 이퀄도 쉽고 숨도 길었던 그 재능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프리다이빙에서의 재능에 대한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다음 날 망고님과 연습을 하러 만났다. 망고님과 만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레벨 2의 성공여부였다. 우리는 그만큼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답답함도 가지고 있었다. 연습하던 중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망고님은 본인의 숨 길이가 늘지 않는 것에 대해 작은 한탄을 내놓았다. 문득 최근 재능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면서 망고님께 지수의 이야기와 함께 얼마 전에 만났던 입수조차 힘들었던 그분의 이야기도 전했다. 과연 우리 같은 그렇게 못하지도 잘하지도 않는 평범한 일반인들은 어느 정도의 노력으로 레벨을 올라갈 수 있을까? 이런 의문과 함께 많은 생각으로 가득한 머리를 끌어안고 지수와 함께 드디어 필리핀 보홀로 향했다.
지수는 나에게는 등짝과 같다. 살아가는 동안에 자주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어딘가에 등을 대는 순간 편안함을 느끼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처럼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있었던 내 모습을 잠시나마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친구이다. 그런 지수와 함께 간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굉장한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보홀은 큰 섬 옆에 작은 섬이 거북이의 머리처럼 붙어있다. 국제공항이 거북이의 머리에 있어서 그런가 관광지도 이 작은 섬에 모여있다. 우리는 거북이 머리에서 며칠을 보내며 나팔링 포인트를 찾아갔다. 나팔링 포인트는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해 인터넷에 나팔링을 검색하면 산호들이 가득한 절벽들 사이에서 다이버들이 마치 인어처럼 자유롭게 유영하는 사진들이 가득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부럽고 멋있어 보였는지 인터넷으로 매번 사진을 찾아보며 5미터도 겨우 내려가는 ‘프린이’라는 것을 잊고 산호 절벽 가운데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래서 나팔링으로 향하는 길이 더욱 신나면서도 처음 바다에서 하는 프리다이빙이라 혹시나 지수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내가 못 구하면 어떻게 하지? 등의 걱정을 많이 하며 도착했다.
그곳에는 핀을 대여할 수 있었고 원한다면 가이드도 추가할 수 있었다. 우리는 마스크와 스노클은 가지고 있어서 핀과 가이드를 대여하며 부이를 가져가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가이드가 부이를 가지고 내려가 있을 거라고 하여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로 길게 이어져있는 돌계단으로 향했다. 대여를 받은 꽤 무거운 핀을 양 발에 착용하고 들어간 바다는 시원하고 투명하며 아름다웠다. 아쿠아리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알록달록 예쁜 색을 띠고 있는 물고기들과 산호들이 펼쳐져 있었다. 바다에서 스노클링도 해보지 않았던 나에게는 새로운 풍경이었다. 하지만 내가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아보았던 진한 파란색과 함께 예쁜 산호절벽이 있는 그런 바다는 아니었다. 도대체 그 사진 속 절벽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수랑 나는 조금 얕은 부근을 지나 바닥이 보이지 않는 부근까지 나아갔다. 점점 멀리 갈수록 안개가 낀 것처럼 뿌연 바닷속이 보였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 깊고 불투명한 안갯속을 따라 산호들이 절벽 가득히, 그리고 끝없이 이어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