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14 카메라 구입과 사회인 야구
일요일 아침, 공기가 갓 내린 커피 향처럼 퍼지는 날.
마침내 <다카페 일기>의 그 카메라
캐논 5D를 손에 넣었다.
물론 신품은 언감생심이라 중고 장터에서 첩보 작전하듯 모셔온 녀석이다. 아내에게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실제 과감한 '수정 가격'을 보고했다. 우주를 예쁘게 담겠다는 핑계가 있었기에 가능한 범죄였다.
사진 속 우주는 아빠의 사회인 야구팀 모자를 쓰고 해맑게 웃고 있다.
사실 그 모자를 쓰고 그라운드에 서기까지의 과정은 꽤나 험난했다. 주중에는 입학처의 살인적인 업무 파도에 휩쓸려 집안일은커녕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었지만 주말이면 그 미안함을 뻔뻔함으로 포장한 채 야구 가방을 메고 도망치듯 집을 나왔었다.
그렇게 매번 등 뒤로 꽂히는 아내의 서늘한 눈총을 견디며 야구장으로 향했단다.
그렇게 눈치를 보며 나간 경기라면 좀 멋진 활약이라도 해야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팀 성적은 바닥을 기었고 경기 내용은 코메디에 가까웠다.
나 역시 그 코미디의 단골 주연이었다.
가장 황당했던 건 도루 사건.
1루에서 2루로 호기롭게 달리다 다리가 풀려 두 바퀴 반을 구르는 몸 개그를 선보였다.
흙먼지 속에서 창피함까지 털어내고 서있어보니 2루 베이스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세이프.(이게 사회인 야구의 평균적인 수준은 아니다.)
물론 대가는 혹독했다. 무릎에 물이 차 정형외과에서 거대한 주사기로 물을 빼내야 했으니까.
의사가 뽑아낸 투명한 액체를 보며 생각했다.
이것은 내 열정의 농축액인가 아니면 나이 듦을 인정하지 못한 자의 어리석음인가.
뷰파인더 속 우주는 아빠의 흑역사가 담긴 모자를 쓰고도 밝게 빛난다.
어쩌면 야구도, 카메라도 결국 이 아이의 웃음을 지키기 위한 아빠의 작은 소품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