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토모 나라 컷으로 잘라줘요

D+529 오늘의 변신

by 우주별
IMG_9664.JPG

우주는 새로 산 모자를 쓰고 현관을 나섰다.

발걸음은 가벼웠고 표정은 '또 어디론가 놀러 간다'는 확신에 찬 기대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오늘은 피크닉이 아니라 요시토모 나라의 그림 속 소녀를 만나러 가는 길이였다.

아빠는 그 화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반항적인 눈빛과 뭉툭한 단발머리를 가진 소녀의 이미지를 우주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IMG_9669.JPG

미용실 의자에 앉아 가운을 두르는 순간 우주는 직감했다.

이것이 나들이가 아니라 뭔가 불편한 일이 생길것 같다는

사실 예전에는 내가 직접 가위를 들었다.

우주가 깊은 잠의 빠지길 하염없이 기다렸다가 앞머리에 투명 스카치테이프를 붙여 수평을 맞추고는 마치 폭탄 제거반처럼 숨을 멈춘 채 가위질을 해대곤 했다.


사각사각


낯선 가위 소리가 귓가를 스칠 때마다 우주의 표정은 점점 더 불편한 기색으로 굳어져 갔다.

견디기 힘들었던 가위질이 끝나고 거울을 마주한 우주는 그야말로 망연자실~

잘려 나간 머리카락만큼이나 영혼의 일부도 떨어져 나간 듯한 허망한 표정이었다.

IMG_9681.JPG

하지만 내 눈에는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 속 소녀와 싱크로율 100퍼센트였다.

아빠는 만족스러웠지만 우주의 심기는 산산조각이 났다.

긴 여정 끝에 집으로 돌아와서야 비로소 우주의 얼굴에 안도감이 돌아왔다.

비록 머리는 몽실언니처럼 짧아졌지만 익숙한 환경 속에서 우주는 다시 평화를 찾았다.

짧아진 머리카락이야 다시 자라겠지만 일요일 아침의 배신감은 아마 조금 더 오래갈지도 모르겠다.

IMG_9690.JPG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