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2019년 10대 사건 #003

by 회사원 장규일

올 한 해를 돌이켜보면서 내게 큰 영향을 주었던 사건이나 활동 10가지를 하나씩 적어보기로 한다.


3.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 857일간의 여정, 나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


17년 3월 말에 입사해 19년 7월 말까지 나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라는 수제 맥주회사에 영업 및 물류 팀장으로 근무했다. 해당 회사에서 일하면서 ‘난생처음’ 이란 단어를 참 많이도 썼던 기억이 나는데, 난생처음 스타트업에서 일했고, 중간 관리자로 팀을 꾸리고, 펍에서 작게 맥주를 만들어 팔던 곳에서 서울 및 수도권을 넘어 전국을 대상으로 판매를 진행할 수 있게 되기까지 참 많은 첫 경험을 했다. 처음 이곳에 합류할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은 일을 경험하게 될 줄은 1도 몰랐었다.


지금껏 성숙기(또는 쇠퇴기)에 접어든 제품들을 판매하거나 관리하는 회사에서만 일하다 보니, 시장에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해서 빠르게 퍼져나가는 모습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이 회사의 아이템인 수제 맥주야말로 내가 생각하던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기 충분했다. 규제가 풀리면서 소수의 마니아들만 알고 있었던 수제 맥주가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수제 맥주만 취급하는 전국적인 프랜차이즈 등이 하나 둘 생기면서 이런 흐름에 불을 지폈다. 2020년에 그토록 바라던 주세 감면까지 이뤄질 경우 우리 생활 속에 수제 맥주라는 아이템이 더욱더 친숙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팀원에서 팀장으로 보직이 바뀌면서 팀원들을 끌고 가는 입장이 되다 보니 신경 쓸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내 능력 부족으로 떠나보낸 사람들도 생겼고,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성장한 팀원들도 생겼다. 그리고 채용 공고를 내고 나와 함께 일할 팀원들을 직접 뽑기도 했는데, 지금 그 친구들이 회사에 남아 영업팀을 이끌고 가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뿌듯하고 대견스럽다. 아무래도 팀장은 회사와 팀원 중간에 서서 소통해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 서로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단어 하나를 선택할 때도 신중해야 하며 정성적인 표현보다는 정량적으로 사안을 설명하고 가부에 대한 정확한 의견 제시가 필수적임을 재차 배웠다. 또한 경영진의 일부로 참여하면서 타깃 시장을 분석하고 영업 전략을 수립하고 조율해가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에서 오는 다양한 시그널 중 우리 회사에 필요한 것들을 선별하는 방법과 이를 잘 다듬어 누군가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내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 쉽사리 경험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초반에는 목표 설정과 달성을 예상보다 쉽게 했던 적도 많았고, 운이 좋아서 좋은 영업처를 소개받거나 내외부적으로 의미 있는 영업 기획들도 적잖이 진행했던 기억이 나는데, 시간이 흐르고 다뤄야 할 사안들이 많아지고 커지면서 다음 단계로 쉽사리 올라가지 못하고 회사에 적잖은 실망감을 안겼던 적도 많았다. 경기장 밖에서 바라볼 때 더 좋은 수가 보인다는 말처럼, 이제 그 자리에서 내려와 지난 상황들을 떠올려보니 아쉬운 구석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물론 상황상 그럴 수밖에 없었던 적도 많았고 억울하다고 할 수 있던 상황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 팀장으로서 사안을 잘 조율하고 더 좋은 기회를 만들 내려고 끝까지 노력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10여 년 가까이 직장인으로 생활하면서 적잖게 이직을 했는데, 아쉽다는 느낌이 그때만큼 컸던 적이 없었다. 아직 ‘하고 싶었던, 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이 있단’ 생각이 들던 동시에 ‘과연 내가 앞으로 그 미션을 잘 수행해 낼 능력이 있긴 할까?’라는 생각이 동시에 날 괴롭혔다.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19년 8월 초 나는 850일의 여정을 끝내고 잠시 쉬어감을 선택했다.


다시 17년 봄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2019년10대사건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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