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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진 Apr 07. 2023

AI로 만나는 인천공항 관제탑

karlo 그리고 chatGPT

'air traffic control tower with cherry blossom' @karlo



벚꽃의 계절이 돌아왔다. 내가 어릴 적 살던 대전의 신탄진은 굽이굽이 쭉 뻗은 도로 양쪽 갓길에 가로수로 벚꽃나무가 가득해서, 이맘때만 되면 달리는 차창 너머로 흐드러지게 피어난 분홍색 벚꽃을 구경할 수 있었다. 아직도 길거리에 곱게 쌓인 연분홍빛 알갱이들을 보면 그 계절 벚꽃축제에서 엄마가 사주던 꽈배기 과자가 생각나곤 한다. 따뜻한 봄날에 비행기 타고 여행 가는 승객들이 구경할 수 있게 계류장 안쪽에 벚꽃나무도 좀 기르고 화단도 만들어두고 하면 보기에 좋을 텐데, 아쉽게도 계류장 안에서는 풀 한 포기 찾아보기가 어렵다. 아쉬움을 달래줄 비장의 대책이 있는데, 바로 AI화가다. karlo가 그려주는 AI그림을 통해 벚꽃과 함께 서있는 멋진 관제탑을 구경할 수 있었다.


karlo​ : 인공지능 화가! 클릭하면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따뜻한 봄날에 보이는 관제탑 이미지도 만들어준다. @karlo



이것저것 단어를 조합해서 멋진 관제탑을 그려보다가 마지막에는 진짜 인천공항 관제탑을 구현해 볼 수 있을까 싶어서 'three air traffic control towers'라는 키워드를 연속적으로 입력해 봤다.



'three air traffic control towers' @karlo



근데 이상하게도, 몇 번을 다시 그려봐도 3개의 관제탑은 그리질 못했다. karlo가 내게 보여준 그림들은 전부 두 개뿐인 쌍둥이 관제탑들이었다. 인천공항 세 개의 관제탑은 아래의 사진에서 볼 수 있다.



인천공항에는 관제탑이 세 개



사진을 본 후 ‘왜 karlo는 세 개 관제탑을 그리지 못했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보자면 다수의 관제탑이 있는 공항의 경우에는 관제탑 두 개 정도가 있는게 일반적인 그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장 왼쪽부터 관제탑은 2터미널 250번 주기장 앞에 하나, 300번대 원격계류장 가운데에 하나, 탑승동 114번과 118번 주기장 사이에 하나, 총 세 개가 있다. 그중 가운데에 위치한 관제탑을 뺀 나머지 두 관제탑이 우리가 관할하는 관제탑이다.



관제탑 입구에 붙어있는 표지



관제탑에 막 출근하게 되었을 때는 출퇴근길이 꽤나 복잡해서 길을 잃어버린 경험도 있다.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방화문 같은 철문을 몇 개는 지나야 하는데, '이 쪽 방향으로 가야 관제소가 나옵니다‘ 라는 식의 친절한 길 안내가 보호구역 안에는 당연히 없기 때문에 왼쪽으로 가는 건지 오른쪽으로 가는 건지 헷갈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관제소를 옮겨 다니며 훈련을 받던 시절에는 1관제소에서 2관제소로 가는 길을 잃어버린 적도 있다.


최근에는 보호구역 출입구 개선공사를 한다고 원래 지나다니던 출구가 막혀서 터미널 면세구역에서 길을 잃은 적도 있다. 나랑 비슷하게 출퇴근 통로를 딱 하나만 꿰고 있던 우리 팀 관제사들이 얼마 전에 퇴근하다가 길을 잃었다며 너도 나도 이야기를 꺼낸다. 며칠 전에는 국토교통부 관할의 인천관제탑 관제사에게 지금 보호구역 출입구 하나가 막힌 것 같은데 혹시 2터미널에서 출퇴근하는 길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말로만 설명하기에는 진짜 어렵고 애매해서 대신 챗GPT에게 물어봤다.





답변이 다소 길지만 허가를 받지 않으면 보호구역에는 진입할 수가 없다는 핵심은 정확히 짚어낸다. 컴퓨터치고는 꽤나 정확한 답변을 내서, 지식in에 뭔가를 물어볼 바엔 차라리 이 친구한테 도움을 청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했다. 자기소개서를 쓴다거나 연설문을 쓴다거나 할 수 있다는 것도 절대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내친김에 한 시간 정도 같이 채팅을 해봤다. 챗GPT는 아주 고도화된 심심이 같은 느낌인데, 어떤 글을 대신 작성해 줄 뿐만 아니라 함께 수다를 떠는 것까지도 가능해서 진짜 컴퓨터랑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것저것 물어보다 보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에 대해 답해줄 수 있냐는 데까지 대화가 이어졌다. 내 인생에서 이것과 저것 중에 뭐가 더 중요할까?라는 질문이었는데, 끝까지 뭐가 더 좋다고는 얘기를 안 해주고 알아서 잘 생각해 보라는 ^_^ 답만 남기고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아 힘들다며 사라져 버렸다.


<Humans>라는 영국 드라마에는 감정도 갖고 사고도 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나온다. ai가 능숙하게 그림도 그리고 대답도 곧잘 하는 것보니 <Humans>의 애니타처럼 우리 세상에도 곧 사유하는 휴머노이드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게 실감이 난다. 챗GPT는 이렇게 설명했다 :

'아직 기초단계이기는 하지만,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에 대해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인공지능이 감정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능성이 있다는 대답에서 소름이 돋은 건 나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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