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이제,,,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얼마 전, 관제사와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하려고 한다며 도움을 줄 수 있겠냐고 물어오는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이야기를 들어보고 내가 전달한 답변은 ‘가능은 합니다만, 전 이런 관제사예요.' 하는 것이었는데 그 '이런'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결국에는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또 가끔은 메일로 ‘인천공항 관제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런'에 대한 설명과 질문에 답을 하려면 약간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천공항 관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크게 보면 우리의 업무인 항공교통관제업무는 이렇게 나누어 볼 수 있다.
1. 비행장 관제(Aerodrome Control)
2. 접근 관제(Approach Contorl)
3. 지역 관제(Area Control)
관제사라고 하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모습은 관제탑에서 눈으로 직접 비행기를 보고 비행기에게 이착륙 허가를 주는 비행장 관제사의 모습이다. 이건 아주 단편적인 모습이고, 공항을 떠난 비행기가 머리 위로 날아다닐 때 비행기를 관제하는 또 다른 관제사들이 있다. 접근 관제사는 공항을 막 떠난 비행기와 공항에 접근하는 비행기를 예쁘게 줄 세워서 항로 진입과 착륙 순서를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 지역 관제사는 비행장 구역에 포함되지 않는 곳에서 항로를 지나다니는 항공기를 관제한다. 인천의 접근 관제사와 지역 관제사는 관제탑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항공교통관제소'라고 이름 지어진 건물 내부에서 레이더 화면을 보고 관제업무를 진행한다.
나는 비행장 관제사로서 인천공항 계류장관제탑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비행기 이착륙을 담당하는 관제사는 아니다.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일까?
인천공항의 비행장 관제업무는 또 이렇게 나뉜다.
1. 비행허가 중계(Clearance Delivery)
2. 계류장 관제(Apron Control)
3. 지상 관제(Ground Control)
4. 이착륙 관제(Local Control)
비행기는 출발 전 비행계획서라는 것을 정부에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허가 중계석에서는 비행계획서를 기반으로 비행허가를 주는 역할을 한다. 계류장 관제사는 공항 안 지상의 계류장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움직이는 비행기를 관제한다. 쉽게 말해서 땅에 붙어있는 비행기만 관제한다는 이야기다. 지상 관제사도 비슷하다. 지상 관제사는 활주로와 이어지는 기동지역 유도로에서 움직이는 비행기를 관제한다. 활주로를 담당하는 이착륙 관제사가 비행기에게 이착륙 허가를 주고, 더해서는 인천공항 관제권이라고 불리는 공역 안에서 날아다니는 교통까지 관제한다.
여기에서 우리 관제탑 관제사가 맡은 업무는 2번 계류장관제업무이다. 앞전에 말한 인터뷰 요청 건은 비행장 관제사, 그중에서도 이착륙 관제를 해 본 사람을 원했는데 아쉽게도 나는 이착륙 관제는 시뮬레이터에서 밖에 안 해봐서 어떤 의견을 전달하기에는 부적절했다.
계류장관제도 혼자서 근무할 수 있는 자격인 레이팅을 따려면 길게는 일 년, 짧게는 7-8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생각보다 넓은 구역을 관할하고 있어서, 여러 좌석의 관제 기법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우리 관제사의 인천공항 관할 범위는 어느 정도인가? 아래의 인천공항 도면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인천공항 계류장에서 주파수가 나뉘는 기준은 탑승구 숫자에 있는데, 각 좌석 별 관할구역을 이렇게 분리한다.
1. 1터미널 관제석(APRON1/주파수 121.65MHz)
1터미널 1 ~ 50번과 탑승동 남측 게이트 103, 105, ~ 132번 탑승구, 제빙장 821 ~ 834
2. 탑승동 관제석(APRON2/121.8MHz)
탑승동 북측 게이트 101, 102, 104 ~ 130번 탑승구, 원격 계류장 301 ~ 324, 341 ~ 353
3. 화물 관제석(CARGO APRON1,2/123.325MHz)
1화물터미널 601 ~ 616, 621 ~ 636, 2화물터미널 641 ~ 655번, 제빙장 841~852
4. 2터미널 관제석(APRON3,4/122.175MHz)
2터미널 231 ~ 268번 탑승구와 원격 계류장 361~376, 501 ~ 517, 북측 원격 계류장 520 ~ 547, 제빙장 551 ~ 557
각 주기장은 물론이고 표시된 구역 안에 있는 유도로와 계류장유도선 또한 계류장관제사의 관할구역이다. 2터미널 관제석인 4번의 관할 구역이 유난히 큰 것처럼 보이는데, 곧 2터미널 확장공사가 끝나고 나머지 부분이 열리면 2터미널 또한 관제석을 두 개로 분리(apron3,4)하여 운영할 것이다. 지금은 교통량에 따라서 각 관제석을 분리해서 운영하기도 하고, 심야시간 때에는 두 개정도로 통합해서 간단히 운영할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지금은 2번 관할 구역과 3번 관할 구역의 교통량이 적어 두 개의 좌석(주파수)을 합쳐서 2번으로만(121.8) 운영하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곳인 인천공항에도 비행기 출도착이 몰리는 피크타임이 있다. 현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아침 07시부터 11시까지, 그리고 저녁에는 17시부터 21시까지를 교통이 몰리는 시간으로 본다. 아침 네 시간, 저녁 네 시간 정도 되는 이 시간대에는 출발항공기도 많고 도착항공기도 매우 많아서 계류장이 혼잡해진다. 내 주파수에 나와의 관제교신을 기다리는 항공기가 한 번에 열 대가 넘어가면 관제사도 조종사도 서로 먼저 말하고 싶어 해서 radio(교신)가 겹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할 말을 못 하고, 더해서는 들을 말을 못 들으면 아주 답답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위의 그림처럼 구역을 나누어 비행기를 관제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계류장관제사는 근무 자격을 갖기 위해서 1,2,3,4번의 모든 관제석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착륙 관제를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관제사도 항공기 운항 출도착의 첫 시작과 마무리에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