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진 May 13. 2023

하루의 소중함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이라는 뜻의 중꺾마가 유행하기 전에는 이런 말이 소소하게 인기를 끌었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걸 잊지 말자.'라는 이야기.


요즘에는 진짜 소소한 일상에 행복해지기도 한다. 간편식을 받으러 오랜만에 찾아간 탑승동 직원식당에서 얼그레이맛 선식을 받고 나서는 아몬드는 무슨 맛을 줄까요? 물으시는 식당 어머니께 '아무거나 주세요!' 했더니, 달달한 아몬드와 매운 아몬드 사이에서 진심으로 고민하다 그래도 단 게 낫지. 하며 아몬드를 골라주시고는 소녀처럼 발그레 웃으시는 모습을 볼 때. 양 볼가가 분홍색으로 올라오는 그 모습을 보니 괜히 나까지 행복해졌었다.


아침 하늘


이른 초저녁에 관제실 밖 풍경을 구경하는 것도 익숙해서 놓칠 수 있지만 아주 아름다운 그림이다. 하늘색과 연보라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하늘을 보고 있자면 그냥 뭉클해지기도 한다. 세상 어떤 유명한 화가나 그림을 그렇게 잘 그린다는 ai가 와도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자연이 물들인 몽환적인 색을 보면 하루에 감사하게 된다.


살랑살랑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봄날, 해 지기 전 집에 도착하는 것도 하나의 기쁨이다. 최근에는 근무 형태가 교대근무에서 월-금에만 근무하는 일근으로 바뀌면서 드디어 ‘유연근무’라는 신기한 제도를 사용해 볼 수 있었는데, 정해진 6시라는 시각이 아니라 좀 더 일찍 퇴근하니까 이렇게 새로울 수가 없었다. 비슷한 시각에 같이 퇴근한 동기랑 저녁을 먹으러 가서는 ‘저녁이 있는 삶은 진짜 좋구나.’라는 얘길 나누고는 또 잠시 행복에 젖었다.



가끔 찾아가는 야구장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입점한 걸 알았을 때도 기분이 좋았다. 식사를 하고는 잠깐 뒤편으로 가서 후식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나 물고는 경기를 구경하던 자리로 돌아오는 것. 돌아오는 길에 경기가 고조되어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궁금한 마음에 달음질쳐서 널따란 야구장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것. 놓치기엔 아쉬운 일들이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바쁘디 바쁜 현대 사회를 살다 되돌아보면, 익숙하기 때문에 더 놓치게 되는 소확행들이 많았던 것 같다. 지금 내 앞에 닥친 힘든 일에 잠식돼서 행복하거나 기쁜 일을 소홀히 하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정초부터 수다 좀 떨어도 될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