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내 산 + 회사 돈 회사 산
야간 근무를 하려고 관제실에 올라갔던 어떤 날의 기억이다. 훈련생 신분이었던 나는 타워에 올라가서 뭔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갑자기 조장님이 부르시더니 '너 왜 제일 중요한 걸 안 했어!'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대체 내가 뭘 까먹었지라고 고민하는 중에 다시 조장님이 말씀하셨다. '식당 식단표 뽑아서 붙여뒀어야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을 찾았어도 맛있는 밥을 먹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거의 5년 이상을 공항에서 근무하면서 직원식당 이외에 다른 맛집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여왔다. 아래에서 내 소중한 맛집 수첩을 공개한다.
- 더 타코부스(양식, 2터미널 면세구역 3층)
최근에 오픈한 신상 가게로 외국느낌이 물씬나는 mz 취향저격 인테리어를 잘 해둔 곳이다. 본점이 있는 압구정에서는 주말에 웨이팅을 하기도 하지만 공항에서는 웨이팅 하지 않아도 된다. 대표 메뉴는 비리아 타코[14,000]고 밥과 각종 토핑을 작은 용기에 담아주는 토푸 부리또 보울[12,000]도 있다. 먹어본 것 중에 제일은 치킨 부리또[12,000]. 전반적으로 매뉴가 매콤한 편이며, 고수를 얹어주기도 하므로 고수가 싫다면 빼달라고 요청하자.
- 무교쿠(일식, 1터미널 일반구역 1층&2터미널 면세구역 3층)
일본식 라멘과 돈까스를 맛볼 수 있다. 특히 돈코츠 라멘[11,000원]의 맛이 좋은데 육수가 진하고 위에 얹어주는 꼬들한 고명의 식감이 재밌다. 매운맛 라멘[12,000원]도 있는데 맵찔이에게는 조금 많이 매운 편이니 조심할 것. 로스카츠[14,000원]도 판매하고 있지만 라면에 비하면 임팩트가 조금 약한 편이다. 점심시간에 직원들로 붐빈다.
- 오므토토마토(양식, 1터미널 일반구역 4층)
오므라이스가 주력 메뉴인 식당이다. 오므라이스 위에 얹어주는 토핑의 종류가 다양해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수제 돈등심 오므라이스[12,500]은 큰 돈까스를 밥 위에 얹어줘서 먹고 나면 배가 빵빵히 부르다. 그냥 오므라이스가 질렸다면 크림 오므라이스를 먹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가장 추천하는 메뉴는 옥수수 베이컨 오므라이스[9,000원]! 단 느끼하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4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통유리 밖으로 보이는 공항 전경도 멋있게 보이는 곳이다.
- 라그릴리아(양식, 탑승동 면세구역 3층)
관제탑에서 멀리 가긴 어렵고 괜찮은 양식을 먹고 싶을 때 자주 찾는 곳이다. 주력 메뉴는 파스타로 수란을 곁들인 로얄까르보나라[15,900원]나 해산물 토마토 스파게티[15,900]가 맛있다. 참고로 여기 커피도 맛이 괜찮다. 공항에서 파는 커피 중에 가장 맛있는 아이스 카페라떼[5,500원]를 파는 곳이다. 커피 양이 좀 적은 게 아쉽지만. 제1계류장관제탑이 보이는 곳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혹시라도 출퇴근하는 관제사가 구경하고 싶다면 여기에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면 된다.
- 송탄영빈루(중식, 1터미널 교통센터 지하 1층)
인천공항에서 가장 유명한 중식당으로 우리 회사 직원의 회식장소로도 자주 애용되는 곳이다. 얼마나 이 식당에 자주 가는지 우리끼리는 '또빈루(또 영빈루)'라는 별명을 지어서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맛이 보장되는 곳이다. 짜장[11,000원], 짬뽕[11,000원]은 기본이고 어향가지[25,000원] 등 왠지 공항에서는 먹어보기 어려울 것 같은 요리도 선보인다. 그리고 꽤나 맛있다.
- 실버카페 하늘마루(카페, 1터미널 교통센터 지하 1층)
지하 1층 교통센터 가장 중앙쯤에 위치한 카페로, 실버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젠틀하고 멋있는 바리스타가 반갑게 인사하는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아이스를 기준으로 아메리카노[3,300원]보다는 카페라떼[3,800원]가 맛있는 편이고, 직원들의 아침 식사 대용으로도 많이 애용되는 햄치즈 토스트[2,500원]도 먹어볼 만하다.
- 커피앳웍스(카페, 1터미널 일반구역 3층과 면세구역 3층&탑승동 면세구역 3층&2터미널 일반구역 3층)
인천공항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카페 중 하나로 조금 생소하지만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곳이다. 세 가지 원두 중 취향껏 선택해서 주문할 수 있으며, 특히 라떼에는 DIVA라는 산미 있는 원두가 제격이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바닐라빈 크림라떼[ICE ONLY 6,200원]로 바닐라빈이 잔뜩 들어간 아인슈페너라고 생각하면 된다. 왠지 달달한 커피가 당길 때 방문하는 곳이다.
굳이 식당을 일일이 다 검색하지 않아도, 인천공항 어플인 인천공항+에서 쉽고 간편하게 전체 식당 목록, 위치와 운영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추천 리스트에 끌리는 식당이 없어 여전히 식사를 어디에서 할지 고민이라면 전체 식당 목록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인천공항 어플을 추천한다. 이외에도 주차요금 결제 서비스, 출도착 항공편 리스트를 제공하기도 하니 여행 가기 전에 공항 어플을 한 번쯤 활용해 보는 것이 좋다.
아무튼 제일 맛 좋은 건 관제탑에서 바깥의 공항 풍경을 보며 먹는 아이스 카페라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