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셀프 채찍질 당하고 있는 건에 대해
인정(認定) 그리고 인정(人情)
나는 두 가지 모두에 세상 목말라하는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소소한 칭찬부터 꽤나 각 잡힌 평가나 보상까지 그것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든 나에게 와닿는 단 한 방울의 인정(認定)이라도 빠르게 흡수하고 많이 의지하는 편이다.
반대로 말하면 나는 '채찍'에 매우 취약하다. 물론 건설적인 피드백은 언제든지 수렴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상대방의 전달 방식이 조금이라도 삐뚤게 다가온다면 여지없이 내 마음에 스크래치를 남긴다.
간혹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대차게 혼나거나 상처받는 경험이 오히려 성장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되어주던데, 도대체가 나는 그런 장면마다 공감하기가 어렵다.
당근과 채찍, Good cop Bad cop에 있어서 나는 채찍과 Bad cop을 소화하는 데 아직도 한참 미숙하다. 아무리 성장을 위한 과정이라 하더라도 사람이라면 으레 칭찬을 더 필요로 하고 원하는 거 아닌가? 아님, 이 또한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일 뿐 사실은 정도의 차이로 적당히 결론지어야 하는 걸까.
다른 이들은 나처럼 이렇게 칭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걸까? 이렇게 당근 한 조각에 들었나 놓여 질정도로 취약한 건 아무래도 나쁜 건가? 내가 좀 더 무뎌져야 하는 걸까?
이 뒤죽박죽인 생각의 끝에 결국 마무리는 내 '예민함'으로 돌아온다.
내가 당근에 더 목말라하는 이유는, 나는 남이 채찍질해 주기 전에 이미 충분한 셀프 채찍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뾰족한 자기 검열, 끊임없는 인정욕구로 인해 누구보다 나에게 들이미는 잣대가 더 날카롭고 높다 보니 어지간한 양의 당근으로는 그 균형을 따라잡기가 어려운 거다. 그래서 유독 더 칭찬에 목을 맨다.
결국 사람들마다 기질이나 성향에 따라 필요한 당근과 채찍의 밸런스는 천차만별이겠구나 싶다.
이렇든 저렇든 나는 여전히 모두에게 더 많은 칭찬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외치고 싶다.
말하지 않을 뿐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각자가 쏟아붓는 노오오오력을 누군가 알아주길, 인정해 주길 내심 기다리고 있다. 혹여나 바라지 않았다 해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듣게 된 칭찬과 격려는 또 얼마나 좋은가.
어쩌면 처음엔 오글거려도 한 번 응원해 보고, 두 번 칭찬해 주고, 세 번 축하하면서 차근차근 연습해 봐야겠다.
어쨌든 길고 힘든 하루의 끝에 누군가 내가 노력한다는 걸, 애쓰고 있다는 걸,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는 것만큼 큰 힘이 되는 건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