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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Sep 03. 2021

장애인, 유리천장 이야기

제도적 도움의 사각지대, 난청인 이야기

나는 난청인이다. 수화를 쓰는 농인들 위주의 청각장애인 세계에서 난청인들은 비중도 낮고 발언권도 크지 않다. 얼마 전 은수 좋은 날이라는 유튜브를 시청했는데 난청인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고 최근 내가 겪었던 일과 비슷한 일도 겪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유튜브에서 본 그분의 이야기는 장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던 내 사춘기 시절의 이야기 같았다. 나는 장애인인가, 비장애인인가, 분명 내 주변의 친구들은 비장애인이고 일반학교에 다니며 수업을 듣고 있는데 나만 다른 사람인 것 같던 그 묘한 이질감. 아마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모를 감정일 것이다. 

 

그중 가장 공감되던 이야기는 주민센터에 장애인 등록을 위해 첫 발걸음을 했던 이야기다. 나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장애등록을 하고 장애인으로서 사람을 대하고 제도적인 부분에 대해 신청하고 했던 기억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일들을 겪어 왔다. 처음엔 나도 유튜브의 은수 씨처럼 장애인의 눈높이에서 맞춤으로 대해주길 원했다. 하지만 비장애인이 대다수인 세상에서 난청인만을 위한 배려를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병원에 갔을 때, 요즘의 코로나 시국에서 난청인은 당황스러운 순간을 계속 맞이하게 된다. 우선 사람이 많으면 안내방송도 잘 들리지 않고, 그래서 물어보고자 하면 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입모양을 볼 수도 없다. 그래서 마스크를 벗고 얘기해주면 안 되냐고 물어보면 코로나19 방침이라 벗으면 안 된다고 답을 한다. 물론 글을 쓰거나 해서 상황을 해결할 수는 있지만 그러기엔 상대에게 나의 상황도 이해시켜야 하고 복잡한 점이 많다. 그리고 글로만 모든 의사소통을 100% 진행하기엔 시간의 여력도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현재 많은 지자체가 행정명령으로 예외사항을 두고 있긴 하지만 그 또한 애매한 부분들이 많다. 경기도의 행정명령 중 관련 있는 예를 들고자 한다.


* 명령사항: 대중교통, 다중이용시설, 의료기관 등
* 예외사항: 검진 등 의료행위 중 마스크 착용이 어려울 때, 수어 통역을 할 때


예외 사항대로면 청각장애인이나 난청인들도 의료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이런 예외사항에 대해 알고 있는 병원이 얼마나 될까? 명령사항 중 의료기관이 명시되어있고 예외사항에 대해 설명이 되어있지만 의료기관은 막상 이러한 고객을 만나면 혼란스럽다.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기엔 청각장애인(그중에도 난청인)의 수가 많지 않고 충분히 사회적인 공감대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점이 아쉽다. 은수 씨 이야기처럼 주민센터에 가도 마찬가지이다. 장애인 복지 창구도 모든 장애인에게 열려있지는 않다. 특히 난청인의 경우 정확하게 티가 안 날뿐더러 준비할 서류들도 많은데 과연 필담만으로 온전한 소통이 가능할까? 나도 얼마 전 주민센터에 갔을 때 역시나 사람은 많았고 정확한 소통을 위해서 정중하게 마스크를 내리고 말씀해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결국에는 안된다는 답변이었다. 알아들을 때까지 힘들게 소통을 했고 못 알아듣는 부분은 A4에 글을 써서 소통을 하곤 했다. 하지만 소통이 완전하진 않았던지 내가 요청한 교통카드 겸용 복지카드가 아닌 일반 복지카드로 잘못 발급받은 적이 있다. 물론 의사소통 간에 오류가 있었을 수 있고 마스크를 벗지 않고 대화로 모든 걸 진행하기엔 한계가 있었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경우 보통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의 실수로 치부해버리는 것 같아 화가 많이 난 기억이 있다. 


출처 : 마포 보청기 블로그


물론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지만 모든 걸 법으로만 해결할 순 없다. 행정명령의 예외사항 권고에도 병원이나 심지어 공공의 민원을 해결하는 주민센터 또한 마스크를 벗지 않고 응대한다. 기존의 행동을 바꿔서(마스크 벗기) 생길 파장이 더 크기에 예외사항이 있음에도 선뜻 그것을 적용시키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상황에 평소에 대처가 되어있지 않고 내가 실제 당사자가 아니라면 당황스러운 상황일 뿐이며 아마도 대다수의 경우는 마스크를 벗지 않는 쪽을 택할 것이다. 마스크를 벗어서 생길 문제가 더 크기에. 사회적인 인식과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장애인이 뛰어넘을 수 없는 유리천장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제도도 의료와 공공서비스를 올바르게 받을 권리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글로서 조금이나마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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