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통 Dec 14. 2020

살인자의 무의식

킬러 인사이드: 애런 헤르난데즈의 마음

오늘은 꿈과 관련된 무의식은 아니지만,  에런 헤르난데즈의 ‘무의식’이 어떤 세계였을까 고민하며 만든 다큐를 한 편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그의 이런 ‘무의식’이 그의 끔찍한 범행을 이끈 원동력이었을까? 하는 이 알쏭달쏭한 관점 역시 이 다큐의 기저에 깔려 있다.

     

제목은 “킬러 인사이드: 애런 헤르난데즈의 마음(Killer Inside: The Mind of Aaron Hernandez)”  2020년 제노 맥더못 (Geno McDermott) 감독의 작품이며 총 3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에런 헤르난데즈는 누구인가? 과연 그는 어떤 사건을 저질렀던 것인가?

NFL을 즐겨보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해서 전혀 몰랐던 사건이었다.

 

에런 헤르난데즈는  유명한 페트리어츠 구단( 정도는 안다!) 유망주이스타 선수였으며, 17살에 대학에 입학할 정도로 탁월한 운동신경을 지녔다. 또한 패츠와 5년간의 재계약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1급 살인죄로 체포되었고, 선고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도대체 왜 뭐 하나 부족할 거 없는 이 젊은 스포츠 스타는 왜 살인을 저질렀을까? 또한, 이 건 이외에 두 건의 살해사건 의혹도 있어서 재판을 받아야 했다. 유명한 변호사를 고용한 탓인지, 더블 호머 사이드(이중 살인)에서는 무죄의 판결을 받았다. 이미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상태였던 탓일까? 하지만 정황 증거상 그는 두 건의 살해 사건의 가해자라는데 의심의 여지는 없어 보였다. 그의 친구들은 지역 마약 딜러상, 감옥을 들락날락 거리며 지내는 잡법들..

 

과연 그는 왜 살인사건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추적해 그의 무의식을 탐구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어린 시절 동네 친구, 동네 지인들, 하물며 10대 시절 그와 섹스를 했다고 고백하는 동성 친구와 그의 아버지까지 등장하며 헤르난데즈의 내면을 탐구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가설은 그가 동성애자이지만, 마초의 아버지 밑에서 그런 동성애적인 면을 들키고 싶지 않아 강하게 보이는 운동, 즉 풋볼을 택하므로 해서 자신의 이런 성적 정체성을 숨기고자 했다는 점이다. 이게 비단 그의 문제가 아니라 같이 풋볼을 했던 친구들 몇몇도 같은 이유로 풋볼이라는 가장 남성적인 스포츠를 선택했었노라고 고백하는 장면도 이어진다.

     

두 번째 가설은 풋볼 선수로 겪은 수많은 뇌진탕이 그의 뇌를 파괴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이 역시, 이 사건 전 후 NFL에서 일어나는 뇌진탕이 얼마나 선수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과학적으로 입증되어서 NFL 위원회에서는 자체 프로토콜을 만들어 시행함으로 해서 선수들을 보호하겠다고 발표하였다.

https://www.nfl.com/playerhealthandsafety/health-and-wellness/player-care/concussion-protocol-return-to-participation-protocol

     

그리고 끊임없이 NFL에서 만연한 뇌진탕의 위험성에 대해 일축했던 전 NFL 커미셔너였던 폴 테 글리아부(Paul Tagliabue)는 13년이 지나서야 자신의 발언이 얼마나 경솔했는지에 대해 사과하였다.  

https://www.espn.com/nfl/story/_/id/18601169/former-nfl-commissioner-paul-tagliabue-apologizes-1994-concussion-remarks

     

     

다시 헤르난데즈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런 두 가지의 가설로 그의 범행의 심리를 추적해본다. 평생을 감옥에서 살아야 하는 전도유망했던 27살의 청년.

그 청년은 매사추세츠의 오래된 법인 ‘감옥에서 죽은 사람에 대한 죄는 모두 면책된다.’는 점을 이용하여 자살을 택한다. 아마 페츠와 한 재계약금을 딸에게 남겨주고 싶었던 마음이 아니었을까라고 다들 추측하였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의 자살사건을 계기로 매사추세츠의 오래된 그 법률은 폐지되었고 그의 죄는 면책되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변호사는 부검을 요청하고 뇌 부검 결과, 그의 뇌는 60대나 70대에서 볼 법한 뇌질환들이 발견되었으며, 특히 감정조절 부분에 많은 손상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많은 NFL 선수들이 수많은 뇌진탕을 겪으면서 비슷한 뇌손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실험 결과를 다시 한번 입증하게 되는 셈이다.

 

NFL 하면 떠오르는 나의 단상은 '모순'이라는 점이다. 여성들의 여성성(부적합한 의미의)을 강조하여 치어리더들에게 비키니 화보 달력을 찍게 하거나, 그들은 수없이 많은 관계자들에게 성희롱을 당하지만 이러한 공공연한 현상에 대해 분노하거나 이의를 제기한 치어리더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당연히, 그들은 그 일을 관두고 회의를 느끼지만, 또 다른 치어리더들은 선수들과의 잠자리를 꿈꾸기도 한다.

 

마초적인 남성성을 강조하는 스포츠인만큼, 그만큼 여성들의 역할은 그 보조적인 역할이거나 성적 희롱의 대상으로 전략할 뿐이다. 물론, 이 다큐멘터리는 이런 NFL의 특성을 다루지 않고, 그가 왜 결국 살인자가 되었는지 다각도로 추적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순히 우리나라 르포 프로그램에서 "그는 악마였습니다." 그런 수준이 아니라,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 형제들 간의 관계, 친구들과의 관계, 청소년 시절의 트라우마, 성적인 정체성, 펫츠 구단 스타일까지 그의 일대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세심하고 세밀하게 분석한다.

 

결국 귀결되는 지점은 남미 출신의 너무나 마초적인 아버지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에 따른 결과, 갑작스러운 아버지 죽음에 대한 어머니의 대처(어머니는 사촌 누나의 남편과 눈이 맞아 동거를 시작한다), 자신의 성적인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갈등을 남성적인 모습이라 지칭되는 행동들(욕설과 폭력, 마약 등)로 숨기려 했던 심리, 잦은 뇌진탕으로 인한 뇌손상, 페츠 문화에 대한 부적응 등이다.

 

이처럼, 사람의 마음은 딱 하나로 단정 지어질 수 없으며, 이런 살인자들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추적 등이 범죄심리학의 기본이 아닐까 싶다. 그는 희생자인가, 가해자인가.

물론 그가 저지른 살인들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 역시 또 다른 의미의 희생자일 수도 있다는 점을 살짝 지적하고 싶다.

     

*P.S : NFL 위원회가 만든 프로토콜은 현실적인 여러 저러한 이유로 잘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선수들의 뇌진탕 비율은 급감이 아닌 급증하고 있다.

     

https://thesportsrush.com/nfl-news-nfl-concussion-protocol-explained/


자세한 영화 정보 : https://www.imdb.com/title/tt11475228/?ref_=nv_sr_srsg_2

 

애런 헤르난데즈에 대한 정보 https://en.wikipedia.org/wiki/Aaron_Hernandez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속 무의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