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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통 Aug 02. 2020

영화 속 무의식

파솔리니의  <아카토네>  

    1961년에 제작된 파솔리니의 데뷔작 <아카토네(Accattone)> 는 ‘아카토네(거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 사실은 로마 방언이면서 비격식적으로 사용했던 용어)’라고 불리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에 대한 모든 알레고리를 여기서 다루기보다는 내가 관심 있는 무의식의 공간인 그의 ‘꿈’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아카토네(1961)' 포스터 


 아카토네는 쉽게 말하자면 포주이다. 여자를 꼬여 그 여자에게 매춘을 시켜 그 돈으로 먹고 산다. 하지만 영화 초반부터 줄곧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듯한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 물론, 흔히 논다는 남자들의 허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카토네는 자신의 모든 감정 표현을 ‘죽음’의 개념과 연관 지어 표현한다. 마치 죽는 게 하나도 두렵지 않다는 듯 과한 행동을 하지만, 이상하게 ‘정상적인’ 일(일용 노동자로서)을 하고 집에 와서 뻗은 후에 꾸는 그의 꿈은 그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매우 애처로워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꿈속에서 그는 어느 난간을 비틀거리며 위태롭게 걷고 있다. 갑자기 친구들이 그를 부른다. 친구들이 불러 그쪽으로 가려고 향하니, 친구들은 갑자기 진흙 속에 파묻혀 버린 시체가 된다. 그러다 다음 장면에서 모두들 검은 양복을 입고, 꽃을 든 채로 어딘가 향하고 있다. 어디 가냐고 아카토네가 물으니, 아카토네가 죽었다며 묘지로 가버린다. 아카토네도 그들을 따라 가지만 묘지 문지기는 그는 못 들어온다며 막아 세운다. 담벼락으로 올라가 땅을 파는 인부에게 아카토네는 그늘 말고 양지바른 곳에 땅을 파달라고 부탁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아카토네가 이 꿈을 꾸면서 계속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군데군데 들리는 그의 신음소리는 그가 얼마나 꿈속에서 괴로워하고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카토네가 포주질이나 도둑질을 했을 때는 호기롭게 위태위태한 내기도 걸 정도로 강한 듯 보이지만, 정작 정상적인 프롤레타리아의 삶을 살고 난 후에는 무의식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무척 두려워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 해서 파솔리니는 노동자의 거친 삶이 얼마나 숨 막히고, 삶을 옥죄여 오는지를 비유적으로 알려주고자 하는 듯하다. 


사회주의자였던 파솔리니는 자신의 노동력이 착취되는 순간, 자신의 생명도 끝이라는 메세지를 던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카토네의 꿈으로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이 장면은 이 영화에서의 가장 핵심일 것이다. 


아카토네는 죽음이 두렵지 않은 듯 행동하지만, 사실 그 기저에는 죽음에 대한 강한 두려움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무의식적으로는 죽음에 대한 상당한 공포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의식의 알레고리란 언제나 신비롭게 표현되는 장치이다.


https://www.imdb.com/title/tt0054599/?ref_=nm_flmg_wr_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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