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비밀글 구독서비스를 신청해주셨던 분은 솔직하게 나의 비밀글 구독서비스를 신청하시는 이유에 대해서 염탐이라고 표현하셨다.
염탐?
어디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는 아니라서, 뭔가 음흉한 느낌에 순간 흠칫하게 되었었다. 그래서 찾아봤었다. 염탐이라는 단어의 한자풀이와 뜻에 대해서.
염탐 廉探 (살필 염, 찾을 탐)
네이버 사전 뜻 : 몰래 남의 사정을 살피고 조사함.
찾아보고나서 흠칫했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썩 나쁘기만 한 표현은 아니구나 싶어서.
몰래라는 단어가 뭔가 거시기하게 보이긴하지만 난 과연 염탐을 안하고 사나 생각해보니 그것도 아니더라. 나도 누군가를 끊임없이 염탐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염탐하며 살아갈 생각이다.
뭐든 그것을 하는거 자체를 가지고 옳다 나쁘다 할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내 삶에 '활용'해서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
염탐은 부정적으로 활용하면
질투의 화신이 되어
나도 상대에게도 공격이 된다.
염탐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면
나도 상대에게도 선한 영향력이 된다.
지난 달 나의 글을 염탐하고 싶어서 신청하신다는 분은 후자이셨다.
그녀는 나의 비밀글 구독서비스를 받아보시고서는 다음과 같은 피드백을 주셨다.
"앨리스님 4번째 글 좋았어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중에 위로가 되었어요."
"책내용 인용해주시는거 너무 좋더라구요."
"김짠부님 몰랐었는데 앨리스님 덕분에 알게되어 그 분 책 도서관에 예약걸어두었어요"
"앨리스님 글 읽고, 자극받아서 저 내년에 생각만 해오던 00에 다니기로 마음 먹었어요'
내 글이 나비효과로 누군가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해주었다니. 최고의 피드백이었다.
그녀의 염탐은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선한 영향력이 되어주었다.
난 사실 그녀가 염탐이라는 마음을 고백해주었을 때 이미 후자의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염탐이라는 마음을 상대에게 표현했다는 것 자체는 이미 스스로 그 감정에 대해서 인정하고 수용되었다는걸 의미한다.
스스로 인정하고 수용한 감정이기에 염탐이라는 마음을 악의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만약 그 감정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고 수용하지 못하고 부정한다면? 내면에서 도사리고 있는 그 감정은 자신의 존재감을 어떻게든 뿜뿜거리거라서 감추려해도 삐집고 드러난다.
이렇게되면 겉으로는 칭찬을 하는듯하지만 나를 깍아내리기도 하는듯한? 아리송한 말의 에너지가 전해진다.
그래서 감정을 표현해야 나도 상대도 안전해지는거다.
그녀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표현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 그녀가 내 준 용기로 나도 그녀도 정말 안전해졌다.
나도 그녀못지 않게 누군가를 끊임없이 염탐하며 산다. 그런데 그 염탐을 그녀처럼 그렇게 표현해봤던 적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가까운 사이일수록 난 그 마음을 숨기기위해 더 애를 쓰면 썼지 드러내본 적은 없다.
그녀를 보며 나를 되돌아보았고 나 또한 그녀처럼 그런 마음을 표현하며 살아야겠다 싶었다.
난 독서를 작정하고 시작하고 주로 작가님들을 염탐하며 지내왔다.
그들의 삶에 대해서
그들의 생각에 대해서
그들의 활동에 대해서
처음에는 너무 신기했었다. 내 주변에서는 없는 사람들이 책 속에서는 너무나도 넘쳐났었기에 세상에 이런 사람들도 정말 있구나싶었다.
신기함을 넘어섰을 때는 호기심으로 바뀌어갔다.
그들은 어떻게 이렇게 살지?
그들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그들은 어떻게 이런 활동을 하지?
이 호기심의 끝에 알게 된 것은 그들의 뇌회로는 나와는 전혀 다르게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삶과 내 삶이 달랐던 이유는 같은 상황에 놓여져있어도 바라보는 관점자체부터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같은걸 보고도 다른 생각을 하는거다. 왜? 자동반사적으로 반응해서 돌아가는 뇌회로부터가 달랐으니까.
아이들이 어릴 때 시냅스가 어쩌구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아이들의 시냅스의 발달이 중요하기에 외부에서 주는 자극에 따라서 시냅스의 발달에 영향을 준다고.
그래서 애들 어릴 때 많이 보고 느끼고 듣는 다양한 경험들이 중요하다고
나도 까먹어서 기억은 잘 안나지만 이 시냅스는 동일한 자극만 받으면 기존 유지만 되는 것일테고, 다양한 자극을 받으면 다양하게 발달된다는거일거다.
동일한 자극 속에서만 살면, 어릴 때 셋팅된 뇌회로에서 큰 변화가 없다. 쉽게 말해 한 도로만 설계된 채 사는거다.
그런데 다양한 자극을 받으며 살면, 어릴 때 셋팅된 뇌회로를 바탕으로 그 외 다양한 샛길 회로가 만들어진다. 그러면 한 도로만 설계된 삶이 아닌, 그 다양한 도로들을 다채롭게 활용하며 살게 되는거다.
삶에 한 도로만 있으면 막히면 돌아갈 길이 없다. 막혀도 그 길 위에서만 살아야한다.
그런데 삶에 다양한 도로를 가지고 살면? 가던 길이 막히면 돌아서 갈 수 있는 길을 '생각'해보게 된다. '생각'이란걸 하며 살 수 있는거다.
내가 그동안 염탐해오던 많은 분들은 외부에서 다양한 자극을 받으며 사는 사람들이었다.
현장에서 생생한 경험을 하며 살거나, 독서를 하며 간접적인 경험을 하며, 그들 또한 누군가를 염탐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염탐한다고 그들의 뇌회로를 모두 이해할 순 없지만 적어도 언젠가는 그들의 뇌회로가 어느정도 이해되어지는 날이 오긴 오더라.
이 맛에 이 염탐을 멈출 수 없게 된다.
염탐을 하다보면 나도 기존에 돌아가던 뇌회로가 아닌 다른 뇌회로가 나도 모르게 돌아가는 걸 순간순간 알아차리게 되니까.
그래서 염탐은 계속 되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