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유니콘을 보다 #2

<일상에 숨어 있는 또 다른 토이스토리!>

by 하 율

픽사의 공감 파워! 디지털 시대 모두가 기술에 심취되어 감탄하고 있을 때 그 안에 숨겨진 공감 파워를 한 번 관찰해 보자.

아직도 우리에게는 스머프 1새대가 구식이거나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기술적면에서나 스토리면에서도 그리 나쁘진 않다. 언젠가 8살 딸아이에게 스머프 1세대를 보여주며 과거에 내가 느꼈던 감흥을 전달해 주려했다. 하지만 딸아이는 바로 "이건 이상해!"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렇다. 그간 애니메이션 기술은 훌륭한 애니메이터의 화려한 기술에서 2D와 3D의 복합 기술로 진화해 왔다. 그러한 면에서 애니메이션 산업의 변화는 토이스토리 전후로 나눠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티브잡스가 애플에서 퇴출당하고 픽사를 움직일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애니메이터를 내보내고 수학자를 대거 투입한 것이다.

(출처 : Pixar)

그 동안은 애니메이터들이 수십, 수 만장의 2D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하였다면 잡스가 이끈 픽사팀은 미분공식으로 수식화하여 같은 그림을 정밀하고 다양하게 표현했다. 유체역학을 바탕으로 100% 컴퓨터 그래픽의 기술적인 차이를 실감있게 표현하는데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과거의 라이온킹과 지금의 라이온킹의 시각적 느낌만 봐도 벌써 세대간의 세련미가 다르게 반응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혁신은 픽사를 인수한 월트디즈니에서도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술의 진화이다. 지금 여기서 말하는 혁신의 포인트는 조금 다른 내용이다. 토이스토리의 혁신은 바로 일상의 관찰이다.

다음은 故 피천득 선생 수필집으로 한 번 들어가 볼까 한다.

나는 아빠입니다. 지금은 늙은 아빠입니다. 엄마 노릇을 해보지 못한 것이 언제나 서운합니다. 그리고 엄마들을 부러워합니다. 특히 젖먹이 아기를 가진 젊고 예쁜 엄마들이 부럽습니다.
<중략>
아기는 커가고 있습니다. 자라고 있습니다.내가 우리 딸에게 사다 준 인형이 있습니다. 돌을 바라다보는 아기만한 인형입니다. 눈이 파랗고 머리는 금빛입니다. 소위 '블론드'입니다. 얼굴은 등근 편, 눈이 그다지 크지 않아 약간 동양적인 데가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웃는 낯입니다. 인형은 누이면 눈을 감고 일으키면 자다가도 금방 눈을 뜹니다. 배를 누르면 웁니다. 그러나 그렇게 아프게 해서 울리는 때는 별로 없었습니다.나는 이 인형을 사느라고 여러 백화점을 여러 날 돌아다녔습니다. 인형은 처음에는 백화점에 같이 나란히 앉아 있는 친구들을 떠나 낯선 나하고 가는 것이 좀 불안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상자에 들어 있는 저를 들고 오지 않고 안고 왔기 때문에 좀 안심이 되었을 것입니다. 귀국할 때도 짐 속에 넣어 부치지 않고 안고 비행기를 탔습니다. 떠나오기 전에 난영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살 테니까 한국 이름을 지어 준 것입니다. 한국에서 사는 개들에게 서양 이름을 지어 주는 것은 참 이상한 일입니다. 우리 집 개들은 갑돌이와 갑순이입니다. 동생이 없는 우리 서영이가 난영이를 처음 안을 때의 광경을 영리한 엄마들은 상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세월이 흘렀습니다. 아까 말한 대로 아기는 큽니다. 자랍니다. 서영이는 초등학교를, 중·고등학교를, 그리고 대학을, 그리고 시집갈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난영이를 두고 떠났습니다. 그것도 난영이 고향인 바로 뉴욕입니다. 난영이는 언니 따라 자기 고향에 얼마나 가고 싶었겠습니까.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냉정한 이별을 할 수 있나 봅니다. 난영이는 자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어른스러워지지도 않았습니다. 언제나 아기입니다. 서영이를 떠나보내고 마음을 잡을 수 없는 나는 난영이를 보살펴 주게 되었습니다. 날마다 낯을 씻겨 주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목욕을 시키고 머리에 빗질도 하여 줍니다. 여름이면 엷은 옷, 겨울이면 털옷을 갈아입혀 줍니다. 데리고 놀지는 아니하지만 음악은 들려줍니다. 여름이면 일찍 재웁니다. 어쩌다 내가 늦게까지 무엇을 하느라고 난영이를 재우는 것을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난영이는 앉은 채 뜬눈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는 참 미안합니다. 내 곁에서 자는 것을 가끔 들여다봅니다.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난영이 얼굴에는 아무 불안이 없습니다. 자는 것을 바라보면 내 마음도 평화로워집니다. 젊은 엄마들이 부러운 나는 난영이 엄마 노릇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출처 : 서영이와 난영이 / 피천득 <인연>중에서

<사랑하는 딸 서영에게 선물해준 난영이와 피천득>

17년 전 만난 피천득선생은 아흔을 훌쩍 넘기신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난영이와 대화를 즐기시던 문학 소년이었다.

당시 또 다른 세상의 이야기는 그 분께서 살고 계시는 방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우리도 내밀한 일상에서 자신만의 관점으로 살펴본다면 토이스토리는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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