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간격
“당신의 사진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그것은 충분히 다가가지 못한 것이다.” 라고 어느 위대한 사진 작가가 말했다. 사진을 찍을 때 항상 깊이 새길만한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다가감에 대해 복잡한 고민이 생긴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고자 우리는 누군가의 삶의 공간 속으로 너무 무리하게 다가가려 하지는 않았던 걸까.
요즘 카메라에 50mm 단렌즈 하나만을 끼워놓고 다니는 날이 많다. 찍고 싶은 피사체를 만났을 때 좀 더 망원으로 당겨 찍고 싶은 경우가 늘어난다. 아니면 더 가까이 접근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피사체가 나를 의식하고 카메라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천천히 그 피사체와 교감을 쌓아가기엔 현실적으로 시간적, 공간적 제약에 부딛히는 상태. 언젠가부터 그런 경우 촬영을 포기하고 미련없이 뒤돌아서게 되었다. 지금 내가 찍을 수 있는 피사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진의 여러가지 종류 중 스트리트 포토는 찍으면서 가장 생각할 게 많은 장르일지도 모르겠다. 찍어야 할 순간보다 찍지 말아야 할 순간에 대해 더 예민한 감각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는 사이에 내가 가장 편하게 느껴지는 피사체와의 거리가 생겨났다. 카메라를 손에 든 타인으로서 낯선 공간에서 그 공간의 낯섬 자체를 프레임 안에 담고 싶었다. 그렇게 여행자의 간격을 만들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