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친구랑 대전과 부산 여행... ing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장소는 부산행 ktx 열차 안!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택시를 타고 대전역을 갔지만..
몇 분 차이로 기차를 못 탈 것 같아서 친구랑 눈물을 머금고 환불수수료를 내면서 기차표를 취소했다.
5200원의 환불수수료를 더 지불해야 했지만..
기차역을 놓쳐서,
우리는 성심당 빵을 맛있게 냠냠할 수 있었다!
냠냠하면서 대전역에서 기다리며 여행에 들뜨거나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 구경도 할 수 있었다!
원래 itx였던 기차를 ktx로 바꿔서 놓친 기차의 도착시간과 비슷하게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만약 나 혼자 있었다면 아마도 계속 자책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 쫌만 더 빨리 준비해서 나올걸... 하면서.
하지만 같이 온 친구가 곁에 있었기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이 친구는... 정말 신기한 친구다.
내게는 정말 서툰 애정표현들을 밥을 먹으면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그냥 갑자기 숨 쉬다가 문득 표현한다.
아, 나 지금 너무 행복해!
어떡하지, 네가 너무 좋아
나 진짜 이런 기분 드는 거 너랑 처음이야
우린 진짜 운명인가 봐! 좀만 더 빨리 고등학교 때 만났다면 좋았을 텐데!
...
정말 많다!!
어제는 자려고 누운 침대에서 또 서로 까르르 까르르거리다가 거의 뭐~ 프러포즈! 를 받았다.
"나는 이렇게 평생 오순도순 너랑 이렇게 살고 싶어"
"만약 내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너한테 매달릴 거야"
이번 여행의 명언을 날리셨다.
이 친구가 이렇게 애정표현을 날릴 때마다 처음에는 사실 당황스러운 감정이 있었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나를 좋아해 주지? 하는 마음에.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그저 고마웠다.
아무것도 아닌 나를 이렇게 좋아해 주고,
또 그런 감정들을 가감 없이 이렇게 표현도 많이 해주어서,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너랑 이렇게 예쁜 인연을 맺을 수 있었어서,
그저 고마웠다.
나도 어릴 땐 감정표현들을 참 잘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표현들이 너무너무 쑥스럽고 심할 땐 굳이 해서 뭐 해..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래서 이 친구가 더 신기하고 이 친구로부터 배우고 있다.
표현을 해야 상대방에게 나의 예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표현을 하는 게 절대로 창피하거나 전혀 쑥스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래서 나도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서 이 친구에게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몽글몽글하고 소중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
예전에 읽은 가담항설에서 나온 구절이다.
같은 슬픔조차도 사실은 전혀 달라요.
책을 읽고 풍부한 감정을 알게 된다는 건
슬픔의 저 끝에서부터 기쁨의 저 끝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감정들의 결을 하나하나 구분해 내는 거예요.
정확히 그만큼의 감정을
정확히 그만큼의 단어로 집어내서
자신의 마음을 선명하게 들여다보는 거죠.
내가 얼마큼 기쁜지 얼마큼 슬픈지
내가 무엇에 행복하고 무엇에 불행한지
자신의 마음이 자신을 위한 목적을 결정하도록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타인에게 정확히 전달하도록.
나무도 바위도 없이 숨을 곳 하나 없는 숲 한복판에서
매에게 쫓기는 까투리의 마음이,
엊그제 임을 잃은 제 마음에 비할 수 있을까요
같은 단어를 알고 있다면 감정의 의미를 공유할 수 있고
같은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면 감정의 흐름을 공유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만들죠.
정기 씨가 저에게, 제가 정기 씨에게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많은 고난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와 위로가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