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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Jun 13. 2020

폐지 줍는 할아버지

여행잡지 에디터 3일 차

지난 이틀간 회사에 있는 내내 긴장을 해서 그런지 퇴근만 하면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집에 돌아가면 어질러진 바닥을 보고 한숨 쉬다 바로 침대에 눕기 일수. 살아야 하기에 곧 일어나 저녁 준비를 하고 밥을 먹으면 시간은 금세 가버려 9시가 된다. 유튜브를 조금 더 보고 11시면 잠이 든다. 



이틀을 그렇게 보내니 3일 차 아침에는 현타가 찾아왔다. 아침형 인간이 아니기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든 것도 있고, '직장인이 되면 저녁에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에 이틀 내리 업무 빼고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것 같았다. 


잡지 에디터가 정말 박봉이기도 하고, 차라리 일찍 퇴사를 해서 공부를 하고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골머리 싸매며 출근하는 길. 회사 코 앞 나만의 담배 스폿에서 모닝 땡(?)을 하며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그 순간 내 앞을 지나가는 폐지 줍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아, 우리 엄마, 아빠 나이 들어 폐지 줍게 안 하려면 내가 열심히 해야지.'


할아버지를 본 순간, 야속하게도 제일 먼저 든 생각이다. 


정확히 언제까지 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더 어릴 때는 생각이 달랐다.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이어가시는 분들을 보면 도와드리고 싶었지, 적어도 저런 매정한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으며 내 것만 챙기는 이기적인 사람이 돼가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쓰렸다. 


'그래, 아직 3일 차잖아. 일단 해보는 거야.'

씁쓸한 마음을 다 잡고 업무에 몰두했다. 그때, 김 팀장님이 잠깐 얘기 하자며 나를 불러냈다.


"일은 어때요? 할 만해요?"

곧 나갈 분이지만 아직은 나의 상사이므로 각 잡은 자세로 대답했다. "네.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그래요. 다행이긴 한데... 다른 게 아니라, 주영 씨가 너무 질문이 없어서. 원래 신입 때는 이것저것 물어봐야 하는데 물어보지를 않으니 일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했어요."

잡지 형식이 매월 바뀌는 게 아니기에 사수가 만들어 놓은 5,6월호 파일을 참고해 그대로 7월호 원고를 만들고 있기도 했고, 사실 눈치 보느라 질문을 '못' 했던 경우가 많다. 사수에게 뭔가를 물어봐도 꼼꼼히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이렇게 해서 저렇게 하면 돼요. 클라우드에 다 남아 있으니까 그거 참고하세요."

이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질문을 더 하라고... 질문을 해도 눈치 보이고, 질문을 안 하는 것도 신입의 도리가 아니다.


... 나더러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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