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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Jun 13. 2020

어쩔 수 없는 한국인

여행잡지 에디터 4일 차

한국인은 정말 특이한 민족이다.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지만 코로나19로 집에만 틀어박혀 있어야 했던 때, 대체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 모를 '달고나 커피 만들기'가 유행했다. 인스턴트커피 조금, 설탕 많이, 물 쪼록- 해서 400번을 휘저어 만드는 커피. 당시 유튜브에는 달고나 커피 만드는 영상이 대유행했다. 영상 댓글에는 하나같이 "이건 정말 한국인 종특"이라면서 "집에서도 일하기를 멈추지 않는 한국인",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한 민족"이라는 우스갯소리가 가득했다.



늘 그랬듯 원래 있는 형식대로 원고를 쓰고, 전날 지적받은 만큼 질문도 더 하려 노력했다. 회의도 없고 특별할 게 없는 하루. 심지어 오늘은 말 그대로 '칼퇴'를 할 수 있었다. 새로 나온 6월호를 회사 근처 대형 서점에 납품하러 6시 땡 하자마자 사수와 같이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납품하고 집에 바로 가시면 돼요."

늘 눈치 보며 30분은 더 있다 퇴근했는데, 드디어 진정한 칼퇴를 할 수 있다니. 삐져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6시가 되었다. 사수는 진작에 짐을 다 챙겨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죄송하다며 5분만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고 후다닥 짐을 챙겨 같이 나왔다. '이상해. 칼퇴라니, 칼퇴라니..!'


집에 가서도 묘한 기분은 지속됐다. 동시에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별다른 업무가 없어도, 남들 다 하는 칼퇴를 해도 불안한 아이러니한 상황. 나, 그냥 행복하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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