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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Jun 14. 2020

정 없는 회사

여행잡지 에디터 5일 차

'정 있다'의 기준은 뭘까? 직장인 생활을 이제야 시작한 나는 정 있는 회사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매일 엄마와 통화를 하며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엄마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직장에 들어가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엄마는 부산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차장으로 근무 중이다. 따라서 내가 가지고 있는 '회사'라는 것에 대한 생각은 엄마에게 들은 것으로 꾸며져 있다.


엄마가 말하길, 회식 같은 단체 생활을 많이 하고 서로를 챙겨 주는 분위기의 회사가 '정 있는 회사'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정 없는 회사'이려나.



입사 5일 차가 된 지금까지 첫날을 빼고 점심은 거의 혼자서 해결했다. 나와 함께 입사한 팀장님과 함께 한 첫날 점심마저도 나머지 직원들과 다 같이 먹은 것이 아니었다. 11시부터 시작된 상무님과의 대화가 점심시간인 12시를 살짝 넘겨 끝이 났다. 사무실에는 이미 사람들이 점심을 먹으러 떠난 후였고, 당황한 우리는 회사 근처 샌드위치 집에 가서 간단히 끼니를 때웠다. 다음 날부터 팀장님은 꼬박 집에서 점심을 싸왔고 게으른 나는 매번 점심을 밖에서 해결했다.


화요일은 교육원 동기와 만나서 부타동을 먹었고,

수요일은 혼자서 돈가스를 썰었으며,

목요일은 편의점에서 홀로 라면과 소시지,

금요일은 첫날 먹은 샌드위치가 생각 나 다시 방문했다.


며칠 동안 혼자 점심을 때우며 만감이 교차했다. 점심 식대가 안 그래도 쥐꼬리만 한 월급에 포함돼있는 데다, 혼자서 먹는 밥은 썩 맛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가 팀장님과 나, 둘 뿐인 우리 회사에서 특별한 단체 생활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철저한 개인플레이에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업무에 복귀했는데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일은 어때? 괜찮아?"

차마 '그렇다'는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대신, "너는 꼭 좋은 회사 들어가. 점심값도 따로 주고, 제대로 된 밥을 챙겨주는 좋은 회사 말이야"라고 당부했다.

친구는 내 말뜻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 내가 드디어 일을 시작한다며 들떠 있을 때, "조그마한 회사에서 니를 제대로 챙겨주겠나? 별로면 얼른 튀어나와라"라고 했던 엄마의 불안을, 단지 기우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처럼 말이다.


오늘은 내 사수가 떠나는 날이었다. 5일 동안 그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으며 의지를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정말 나 혼자 헤쳐나가야 한다. 불안해하는 나에게 그는, "모르는 거 있으면 카톡 해요"라고 했지만 내 불안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6시가 다 되도록 마지막까지 인수인계를 점검하고, 짐을 주섬주섬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수고하셨어요. 앞으로 대신 잘해볼게요."

그는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직원들에게 차례로 인사를 한 후 훌쩍 떠났다. 1년 6개월을 일한 그를 위한 송별회 따위는 없었으며 서로 아쉬움도 없어 보였다. 깔끔하고 빠른 헤어짐, 정 없는 우리 회사에서 과연 나의 마지막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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