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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풍 Dec 24. 2019

#04 아기 심장소리의 감동

아빠육아 - 이런 느낌 처음이야!

2014일 11월 25일 예진이의 존재를 알게 된 날, 계획임신을 위해 노력한 지 딱 3개월 만이다. 아내가 아무래도 산부인과에 가봐야겠다고 해서 약간의 기대를 품고 찾은 병원에서의 진찰. 내심 기다리던 소식이라 내 얼굴에 ‘저 아이 기다렸어요!’가 쓰여 있었던 듯싶다. 웃음 띤 담당 선생님의 “아이 기다리셨어요?”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네!”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왔고, 선생님, 간호사, 아내 모두 얼굴에 미소가 번져갔다. 진찰 결과 임신은 맞지만 아직 아기집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초기라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는 말씀에 좋아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온 감정이 마음을 훑고 지나갔다.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일부러 걱정할 거 없다고 일부러 더 기쁜 티를 냈었던 듯싶다.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어떻게 다음 진찰 일까지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병원에서의 조언대로 최대한 움직이지 말고 절대 안정만이 최선이었기에 아이가 안정이 되면 알리려고 했던 애초의 계획과는 달리 당장 다음 주에 양쪽 집안 모두 김장 일정이 있었기에 어른들에게 알렸다. 서른넷이라는 동갑 나이에 결혼한 우리들이라 양가 어른들 모두 알게 모르게 아이가 늦게 들어서면 어쩌나 내심 걱정을 하고 계셨는데 결혼 두 달여 만에 아이를 갖게 되었다는 소식에 너무도 큰 축복들을 해주셨다. 오히려 걱정하지 말라고 너무 임신 초기이면 그럴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씀에 불안한 마음이 어느 정도 가셨던 것 같다. 양가 어른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최대한 조심을 하며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밝음이’라는 태명을 짓고 밝음이를 위해 하루하루 기도로 버티었던 듯싶다.


11월 29일 저녁을 먹고 난 뒤 아내의 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와 불안함 마음 안고 급하게 산부인과 응급실로 향했다. 다행히 임신 초기에는 그럴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좀 작긴 하지만 자리도 잘 잡혔다며 축하의 말과 함께 아기집 초음파 사진을 산모수첩과 함께 받아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서 “이제 마음 놓고 좋아해도 되는 거지?”라며 아내에게 꿈이 아님을 확인받고 ‘드디어 내가 아빠가 되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기쁨이 용솟음쳤다. 이 기쁨을 누구에게라도 알리고 싶어 아직 소식 모르는 친구들에게 밝음이의 존재가 들어있는 기쁨의 초음파 사진을 뿌리며 축하를 받았다. 그때의 감정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듯싶다.


그렇게 기쁨의 나날을 보내며 밝음이를 위한 여러 가지 것들을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갔다. 우선 아기집이 보이지 않아 미뤄두었던 고운 맘 카드도 신청을 하고 병원에서 아기의 존재를 먼저 확인했기에 기념 삼아 테스트기도 구입해 증거도 남겼으며 주위에서 추천하는 태아보험도 며칠 바짝 공부하여 여기저기 꼼꼼히 비교해 본 뒤 가입을 하며 입덧이 심한 아내를 위해 집안 일과 임신과 태교, 출산을 위한 공부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12월 9일 아내는 하혈을 하였고 급하게 찾은 병원에선 아이의 위치가 이상하다며 ‘절박유산’ 일 수도 있으니 일주일간 아무것도 하지 말고 누워있거나 입원을 권유하셨다. 유산이라는 단어에 사색이 되었던 우리 부부는 절박유산이라는 단어가 잘만 대응하면 아이를 지킬 수 있다는 담당 의사 말에 한시름 놓았다. 입원을 하면 좋겠지만 당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어서 집에서 지내기로 하고 일단 유산방지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아 피 말리는 며칠을 보냈던 듯싶다. 돌이켜 보면 서른넷 인생에 이렇게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한 시기가 없었으리라.


진료 당시 아이 상태가 궁금하거나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속 태우지 말고 언제든 진료받으러 오라는 말씀에 4일째 되는 날 다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천만다행으로 아직 백 프로 안심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기집 상태도 예뻐졌고 미약하긴 하지만 밝음이의 심장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콩알만 한 아기집에서 두근두근~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에 우리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물을 흘렸다. 내가 세상에서 들어본 가장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아니었나 싶다.


임신 초기에 경험할 수 있는 몇 가지의 일들을 겪으며 한 아이를 감당할 수 있는 부모가 되는 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절실히 깨달았던 듯싶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예비 아빠들이여! 임신 테스트기의 두 줄과 아기 심장소리의 감동은 겪어본 사람만 아는 기쁨이니 기대해도 좋으리라. 내가 한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기쁨! 절대 공감할 수 있으리라!


임신 테스트기의 두 줄과 아기 심장소리의 감동 겪어본 아빠만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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