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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우 Oct 19. 2020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건다.

강현우 드림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건다.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순간 상황에 빠져버린다. 앞에 앉아있는 사람은 뒤로 보내 놓고 상황을 보며 대답한다. 앞에 놓인 커피가 토해내는 열변에 차갑게 식어버린다. 이런 대화를 나눈 날은 내가 한 모든 게 밉다.


 몸을 뉘었던 모양으로 어그러져있는 이불도 미워 보이고 언제였던가 한편에 꽤나 멋지다고 쌓아 둔 책들도 못나 보인다. 그런 날은 책상 위 모든 걸 바닥에 내려놓고 책상 먼지부터 닦는다. 닦인 책상 위로 물건들을 다시 정돈하며 지난 대화를 곱씹는다. 어그러진 이불을 탈탈 털어 곱게 편다. 어쩌면 구겨졌을지 모를 상대의 마음을 생각한다. 사람에게 집중하자는 마음은 늘 갖지만 이렇게 불쑥 상황에 집중해버리는 부족한 사람이다.

 

 각자의 속도가 있다는 걸 앎에도 뻔한 지름길을 두고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면 그 상황을 말리고 싶어 진다. 그 길 위에 어떤 행복이 놓여 있을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바늘에 찔려도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 있음을 앎에도 바늘 정도엔 끄떡없는 나를 꺼내버린다. 바늘보다 작아진 상대의 마음을 바라보지 못했다. 어디로 들어가도 일방통행 화살표와 마주해 자꾸 나아가야만 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그런 날이면 정리를 한다. 어그러진 이불과 쌓인 먼지가 눈에 들어오는 날이 또 오겠지만 적어도 내일은 그러지 말자 그러지 말자 해본다. 사람을 바라보자 해본다.

 





글. 사진 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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