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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우 Jan 19. 2020

아프리카에서 주워 온 돌 #2

강현우 드림

사막의 밤,

아가미가 생겼나 싶을 정도로 홍해에 몸을 던졌던 난 젖은 몸을 말리고 이집트 수도인 카이로를 거쳐 시와(Siwa)로 향했다. 인생 첫 사막을 보기 위해 향한 시와 사막은 어린 왕자가 먼저 발을 디뎠던 곳이다. 삭막하게 펼쳐진 모래 위를 걸었다. 비단결처럼 고왔던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게 누군가의 종이 위에 허락 없이 낙서를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이 언제 그랬나는 듯 사막 위를 다림질 했다. 해가 모래 사이로 들어갔고 곧 밤이 찾아왔다. 사막의 밤하늘은 정말 놀라웠다. 그 많던 사막의 모래가, 밤이 되자 하나 둘 하늘로 올라가 별들이 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빼곡 채우고 있었다. 몰려오는 감동을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고 싶어 너도 나도 시선은 하늘을 향한 채 잠을 미뤘다.


낙타의 밤, 나의 밤.

잠이 든 사이 눈 대신 모래라도 내린 듯 시와는 한층 더 짙은 모래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여느 바다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누군가가 쌓은 모래성처럼 형태만을 이루고 있던 마을. 그 마을의 심심함을 달래준 건 다양한 무늬의 ‘천’이었다. 그들이 짠 무늬는 옷에, 바닥에, 방석에 그리고 벽에도 스며들어 있었다. 그중에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낙타의 등 위에 올려진 투박한 모습의 천이었다. 자투리 천조각을 엮어 만든 옷과 장식물이 등허리를 덮기 시작해 대나무처럼 뻩은 다리까지 흘러 내려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화려한 모습의 낙타에 시선을 빼앗겨 한참을 바라보다가 욕심을 내 한걸음 더 다가서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아름다울 줄만 알았던 낙타의 두 눈엔 피곤함과 그 너머로 체념이 담겨 있었다.


얼마 뒤 탐험가 모자를 쓴 남자가 낙타 주인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한참을 얘기하던 남자는 이내 돈을 건네주고 의가양양하게 낙타 등 위로 올랐다 낙타는 누군가 자신의 혹 사이에 엉덩이를 붙이면 일어서야 된다는 걸 이미 알았는지 질겅질겅 씹던 풀을 삼키고 휘청 거리며 일어났다. 남자를 태운 채 점점 멀어져가는 낙타의 뒷모습에는 여행 전 나의 뒷모습이 서려 있었다.

낙타의 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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