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현우 Jan 25. 2020

아프리카에서 주워 온 돌 #3

강현우 드림


동행의 존재는 여러모로 든든하다. 즐거운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 셈이고 힘들 땐 서로 의지할 수 도 있으니까. 동행은 가난한 여행자에게 단비와 같았다. 혼자였던 나에게도 좋은 사람들이 생겼고, 그들과 함께 이집트를 떠나 에티오피아로 향했다. 숙소는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에 위치한 한 가정집이었다. 엄마와 두 아들이 살고 있는 집, 손님이 올 때면 아들들이 손님에게 제 방을 내주고 거실에서 잔다. 우리는 두 아들의 채취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방 안에 짐을 풀었다.


하루는 방 문 사이로 들어오는 연기에 잠에서 깼다. 연기를 피해 문을 열고 나오니 커피콩이 볶아지고 있었다. 분나 마프라트(Bunna Maffrate)는 귀한 손님이 왔을 때 커피콩을 직접 볶아 그들만의 방법으로 커피를 내려 대접하는 에티오피아 전통 의식이다. 여러 잔에 커피를 채워 깔아놓고 그 중 3잔을 권한다. 첫 번째 잔은 ‘우애’, 두 번째 잔은 ‘평화’, 마지막 잔에는 ‘축복’을 담는다. 유칼립투스 잎과 향을 피우고 커피를 볶아 연기를 내는 이유는 신성함을 표시함과 동시에 집안에 있는 벌레들을 쫓고 오는 벌레들은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에겐 그들의 삶이 있었고 그 삶 속엔 지혜가 숨어 있었다. 우리는 무릎을 탁 치며 앞에 놓인 우애, 평화, 축복을 연달아 마셨다.

우애, 평화, 축복 / 2017 개인전 'anddraw' starbucks in Prague





*하루는 신발에서 돌이 떼구루루 나오더라고요. 아프리카에서 다 털어내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몰래 숨어 비행기를 타고 따라왔나 봐요. 가방 주머니에서도 접힌 바지 밑단에서도, 모두가 잠든 12인실 침대에 조심스레 누웠을 때 어떤 생각들도 귓밖으로 떼구루루. 가끔 이렇게 떼구루루 나온 돌들은 꽤나 반갑습니다. 


제가 주워온 돌들이 당신의 신발 속에 몰래 자리 잡길 바라요.

-강현우 드림


작가의 이전글 아프리카에서 주워 온 돌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