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평생 지울 수 있을까?
COVID-19으로 인해서 싱가포르의 대부분 회사는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Phase 2로 들어서면서 본인도 일주일에 2-3번 회사에 나가서 근무를 하지만 아직도 많은 동료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재택근무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다. 사실 필자에게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 그래서 요즘 최대한 회사 출근을 하려고 한다.)
장점
출퇴근 시간을 아껴서 그 시간에 운동을 더 할 수 있다.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많은 언론에서 재택근무로 인한 체중 증가를 걱정했었다. 미국에는 Couch Potato (소파에 앉아서 감자칩 먹으면서 넷플릭스(티브이)를 본다는 뜻... 필자를 말하는 것이다... ㅡ.ㅡ)라고도 하는데, 티브이를 주로 보고 운동량이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본인도 이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해서 본격적으로 홈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에 홈트레이닝과 유산소 운동을 적절히 병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내 주변에 최소한 3명의 친구들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오히려 체중을 엄청나게 감량했다. 두 명의 한국 친구는 각각 8Kg 정도씩 그리고 인도 친구는 무려 30Kg를 감량했다. 몇 달 만에 다시 만난 그는 놀라울 정도로 변해있었다. 부디 요요현상이 생기지 않기를...
음식을 직접 만들기 시작하고 솜씨가 약간 늘었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주로 밥을 사 먹거나 테이크 아웃해서 집에서 먹는다. 중국 사람들이 많이 그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부분이 중국인으로 구성되어있는 싱가포르 특성상 밖에서 외식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외출 자제를 권장하기 때문에 근래 음식 배달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본인은 혼자 살아서 주문하는 양이 많지 않고, 한국과 다르게 대부분 배달료를 받기 때문에 일 인분을 시키기에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싱가포르에서 격리하면서 딱 한번 맥도널드 햄버거를 주문해봤는데 3분 거리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파는 8불짜리 빅맥세트를 배송료 4불을 더 내고 30분 만에 받을 수 있었다. 음식은 이미 다 식었고 컴플레인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먹었는데 다시는 주문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재택근무하면서 음식을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한국에 계시는 어머니의 원격 비디오 강의를 통해서 이것저것 해보았는데 생각보다 먹을만했다. 그런데 식재료 비용도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사 먹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나는 거 같지가 않다. COVID-19 동안 내 신용카드의 대부분은 슈퍼에서 사용되었다. 그래도 이것저것 해 먹어 보니 나름 괜찮았던 거 같다.
단점
회사만큼 업무가 생각보다 효율적이지 않다.
이것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단점은 절대 아니다. 필자에게만 단점인 것이다. 필자는 혼자 살다 보니 집에서 일을 하면 대화할 일이 없다. 물론 콘퍼런스 콜을 들어가기는 하지만 일주일에 몇 번만 있고,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과 통화를 하지 않는다면 하루에 단 한마디도 안 할 때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출근을 선호한다. 인간은 역시 사회적 동물이다. 한때는 캐스트 어웨이 (Cast Away)의 윌슨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또 혼자 사는 것이 꼭 단점은 아닌 것 같다. 출근하는 회사 동료들 중 몇 명은 오히려 가족이 있어서 업무효율이 떨어져서 출근을 선호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맞벌이 부부가 많은데 부부가 같이 재택근무하면서 애들까지 학교를 안 가고 온라인 수업을 했을 때에는 그들 표현으로는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고 한다. ㅎㅎ
유튜브 보는 시간이 늘었다.
요즘은 정보를 얻는 데 있어서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검색하는 것보다 유튜브에서 많이 찾는다. 사용기라던지 음식 만드는 방법 등을 찾거나 한국 뉴스를 보는데 유튜브를 이용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정보를 얻는 목적보다 그냥 시간 때우기 위해서 예능을 보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한번 보기 시작하니 유튜브 알고리즘이 계속 비슷한 영상을 추천하고, 계속 클릭 클릭하다 보니 늦게 자기 시작하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대신 킬링 타임용 영상을 보는 시간이 더 많아지게 되었다. 특히 주말에 밥 먹으면서 보기 시작하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서 세워둔 주말 계획을 제대로 끝낸 적이 없게 되었다.
사실 유튜브를 평생 지우고 살 생각은 없고, 그럴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최소한 일주일 동안 내가 유튜브 없이 살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위에 단점으로 말한 대로 허송세월 한 시간이 많아진 것에 대해서 스스로 한심하게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에 최소한 일주일은 나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지 않을까서였다. 한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포스팅을 집중하던 시절 마찬가지로 SNS 없이 살아보고자 노력한 적이 있어다. 어느 책의 필자가 추천한 대로 SNS 앱을 주중에는 지우고 주말에 다시 깔아서 쓰는 패턴을 이용했었다. 그때 깨달은 것이 주말에 SNS를 다시 깔면 생각보다 댓글이 많이 없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내가 굳이 매일매일 들어갈 필요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기에 요즘은 알림 설정을 꺼놓고 이전보다 들어가는 횟수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튜브가 바통 터치를 한 것 같다.
당분간 뉴스나 정보를 찾는 데는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이용할 생각이다. (인터넷을 끊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이렇게 여기에 글을 남기는 것은 나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확실하게 지키기 위해서이다. 오늘 (8월 2일) 일요일에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유튜브를 지웠다. 최소한 오늘 오후는 독서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그동안 미뤄왔던 글도 한편 쓸 수 있었다. 다음 주 일요일 (8월 9일) 온라인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다시 유튜브를 볼 예정이다. (아직 앱을 깔지 교회 홈페이지에서 볼 지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다음 주 일요일에 여기에 결과를 업데이트하겠다. (스스로에게) 부디 성공하기를 바란다!!
유튜브를 지우고 일주일이 지났다. 저번 주 일요일 (8월 2일)에 지후고 일주일 후 오늘 (8월 9일)에 온라인 예배를 위해서 다시 접속을 했다. 폰과 태블릿에서 앱을 지우고 웹페이지에서도 보지 않았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금단현상? 은 없었다. 없으니깐 보이지 않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버릇처럼 들어갔던 것 같다.) 일주일을 동안 느낀 점을 한마디로 하자면 다음과 같다.
유튜브는 없으면 안 보고, 있으면 계속 본다.
보통 매일 뉴스를 보고 예능 보느라 시간을 보냈는데 안 보고 있어도 불편한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막상 유튜브를 보지 않으니깐 느낀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인터넷 세상이 이미 바뀌었다는 것이다. 유튜브 전에는 사용기 등은 모두 블로그 등을 통해서 봤는데 이제는 대부분 유튜브를 통해서 본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 유튜브를 안 보고 필요한 정보를 블로그에서 찾아봤는데 정보는 있어도 오래되었고, 최신 정보가 있어도 자세한 정보는 연결된 유튜브에 찾게 되어있었다. 특히 최신 테크 리뷰는 유튜브에서만 찾을 수 있어서 일주일 동안 확인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안 봤더니 오늘 유튜브를 보게 된 것이 꼭 다이어트 요요현상 같이 하루 종일 못 본 것을 몰아보게 된 다는 것이다. 그래도 일주일 동안 보는 총시간보다는 적은 것 같았다.
앞으로도 한동안 컨트롤을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당분간은 주중에는 앱을 지우고, 안 보도록 노력하고 주말에만 보도록 해야겠다. 유튜브에서 찾는 정보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의 일부를 독서에 투자해겠다고 다짐하는 일요일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