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난 이걸 누구의 도움없이 혼자서 잘 해나갈수 있을까. 결정을 해놓고도 후회, 또 후회 뿐 이었다.
겁도 없이 난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어떡하지.
잠도 오지않고 한숨만 늘어가고 난 도망치고만 싶었다.
그러면서도 무슨 자만심인지 하면 하지 뭘 못해.
그렇게 스스로 위안을 하면서 드디어 아르바이트 한명과 내가 온전히 편의점 점주가 되었다.
손님이 딸랑 종소리를 울리며 문을 열고 들어올때마다 가슴은 콩다콩닥
"어서오세요" 소리는 목구멍으로 기어들어가고
스캐너 든 손은 덜덜떨리고 바코드는 왜 그렇게 안찍히고
포스기화면과 물건을 확인할 겨를도없이 카드를 거꾸로 꼽았다 바로 꼽았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제일 복병은 담배였다.
다른 물건들은 손님들이 필요한걸 직접 가져오지만 담배는 직접 찾아서 건네줘야하기때문에 250여가지나 되는 담배종류의 이름과 자리를 다 익혀야만 했다.
뜻도 의미도 알수없는 이름들을 외우고 자리를 익히는데 만 두세달은 헤메인것 같다.
새벽 다섯시면 울려대는 휴대폰알람이 왜 그렇게 야속한지 끄고 또 끄고 다섯번은 울려야 일어날수 있었다.
무겁기만한 몸을 이끌고 새벽어둠을 헤치고 문을열고 청소하고 빈자리 물건채우고 준비완료하고 나면 어김없이 찾아와주는 손님들이 있기에 나의 편의점생활은 또 하루가 채워진다.
아침을 못먹고 출근하다가 컵라면 에 삼각김밥으로 허기를 채우는 직장인, 아직도 끊기힘든 담배손님, 모닝커피와 샌드위치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등, 그래도 누군가 에게 편의를 제공해줄수 있다는 뿌듯함도 나를 견디게하는 힘이 되는것 같다.
일찍 시작한 하루지만 한숨돌리고 나면 매일해야하는 숙제처럼 컴퓨터에 앉아 상품발주를 해야한다.
3천여종이나 되는 상품들을 하나하나 몇개팔렸는지 몇개남았는지, 어떤 상품들이 잘 나가는지 확인하며 컴퓨터 화면을 보며 눈이 빠질거같아도 매일해야하는 숙제중의 하나다.
매일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듯한 하루하루지만 어찌보면 나에게는 천직인듯도 하다. 육십이 넘은 나이에 할수있는 일을 찾는것도 마땅치 않고, 다른사람밑에서 일하기도 쉽지않은데 혼자하는게 좀 벅차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서 찾아낸 잘할수 있는 일인것 같다.
요즘은 워낙 몇발짝만 움직이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편의점들이 너무 많아서 마이너스 운영중인 편의점들도 많고 반면에 몫이 좋은곳은 엄청 잘되는 곳들도 있지만 내가 하고 있는 곳은 번화하지도 않고 조금은 외진듯한 뒷골목에 있어서 썩 잘되는 곳은 아니지만 아르바이트를 최소한으로 쓰면서 내가 혼자운영하기는 수월한 곳이다.
모든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이 똑같은 생각이겠지만 열심히 한만큼 더 많이 벌수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걸 아는 사람들이 더 많을것이다.
최대한 인건비를 줄여야하기에 아르바이트를 짧은 시간만 쓰고 내가 채워야할시간은 너무길고 때운시간만큼의 최저시급에도 못미치지만 내사업장이고 이만큼만이라도 벌수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으며
치받는 울화를 꾹꾹 누르며 난 오늘도 편의점에서 긴 하루를 이렇게 대꾸없는 누군가에게 하소연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