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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품은태양 Dec 03. 2022

모내기

자연의 생명의 시작과 수확과 결실 그리고 휴식의 가뭄

2021년 6월이 시작되었을 때 날씨가 화창해서 아내와 함께 집 근처 산책을 또 다녀왔었다. 솔직히 매일 같이 산책을 한다. 관련된 글을 못 만들었을 뿐이다. 평소 다니던 산책로를 벗어나서 새로운 그리고 미지의 산책로를 찾아보아 걸어보자고 하는 나의 의견을 아내가 받아들여서 집에서 강가 근처 농지에 논들이 가득 찬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경운기가 오가며 움직이는 소리, 농부들이 논에 받아둔 물에 쌀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모내기(모심기)를 하는 모습이 분주해 보였다.


농부들이 힘겹게 일하는 모습을 보려고 산책을 나선 것이 아니었는데 뒷짐 지고, 어슬렁 거리며 걸어가는 중년의 부부의 모습이 어찌했을까? 아내는 부담스러워하고, 나는 괜찮다면서 아내를 다독이며 농지의 큰길을 지나쳤다.


모내기가 완료된 논


조금 소심한 아내와 달리 나는 모내기가 마무리된 논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본다. 아내가 이런 사진을 왜 촬영하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자연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좋은걸....


사진을 보면 이제 아기 쌀 새싹을 일정한 간격으로 물이 충분히 젖은 땅에 심어놨다.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풍요로운 땅의 모습이 어찌 아름답지 아니한가?



모내기를 하는 농부와 이양기 모습 _출처 : 울진군



쌀농사의 매우 중요한 시작을 알리는 '모내기'는 보통 5월에 많이 하게 된다. 5월 중순에서 하순에 많이 하는데, 이제는 기후변화 탓인지 6월 초에도 모내기를 하고 있었다. 옛날에는 모내기철에는 온 동네 사람들이 각자의 논에 품앗이를 하여 손으로 직접 논에 모를 심었는데, 요즘 모내기철의 모내기 모습은 '이양기'라는 농기계가 겹겹이 쌓여 있는 모판을 위에 올리고 한 사람이 운전해서 자동으로 왔다 갔다 하며 모를 심는다.


벼농사 하기 너무 쉬웠어요?라고 말을 하면 안 된다. 아무리 농촌에 농기계가 있어 농사가 쉬워 보인다고 착각을 하면 안 된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고 생각을 하는 우리 부부는 농부들의 일하는 모습이 힘들어 보였다. 모두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었기 때문이다. 사진을 빨리 촬영하고 서둘러 논을 벗어났다.



큰 농지의 길을 지나 저수지처럼 보이는 언덕을 향해 좁아지는 농로를 걸어서 언덕을 오르니 위와 같은 저수지 풍경이 펼쳐졌다.


이제 원래의 목적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차분히 대화를 하며, 산책을 즐겼다. 전혀 상상을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경로의 산책로를 발견을 했다는 생각에 난 기분이 좋았고, 아내는 주말에 장모님과 둘이서 다시 새로운 산책 코스를 알려드려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근처 보이는 아파트와 저수지의 물에 비친 실루엣이 마치 물에 그림을 그려 놓은 것 같다.


황금빛으로 익어버린 보리


저수지 주위를 몇 바퀴 돌고 나니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다. 다시 저수지 아래 농지로 가는 길에 황금빛으로 익은 보리가 눈에 띄었다. 사진을 촬영했다. 한국의 농사는 이모작의 특징을 보인다.


보리는 추위에 강해서 가을에 벼 수확이 끝난 후 심어서 4월, 5월경에 수확하는 작물이다. 처음부터 이모작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앙법'의 농사 기술(모판에 벼 씨앗을 키운 후 논에 모내기를 하는 농사 기술)이 개발이 되고 나서 같은 땅에 1년 동안 벼를 심고 수확하고, 바로 보리를 심는 2번의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난 농부는 아니다.


하지만 집에 작은 테라스에서 농사를 공부를 하는 아마추어 도시 농부이다. 반면 아내는 농부와는 거리가 매우 먼 도시 여자이다. 보리차를 끓일 때 보리를 매번 보고 있지만 실제 보리가 저렇게 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자주 볼 기회가 없는 전형적인 도시 여자가 아내이다.


농사를 포기한 갈라져버린 논


급히 지나 갈대는 못 봤던 생명이 살지 못할 것 같은 사막 같은 거대한 지진이 나서 온 땅이 갈라져버린 논이 크게 보였다. 갈라진 틈 사이에 잡초는 조금 보였지만 저 논의 땅주인은 올해 벼농사를 포기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모두가 풍요로울 것 같은 농지에 저런 모습을 보니 돌아가는 길이 조금 먹먹했다.



그런 우리 부부의 마음을 아는지 붉은 양귀비 같은 꽃이 우리를 보고 환하게 혼자 웃어주었다. 이런들 어찌하리오? 저런들 어찌하리오?


생명은 영원하지도 않으며,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는 것을....

아름답고, 신선할 때 웃고 즐기고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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