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운전면허에 도전하며 알게 된 것
#안죽어요. 못죽여요.
얼마전 지인을 만났는데, 겁이 나서 운전면허 취득을 망설이고 있다고 했어요.
“뭐가 가장 무서워요?”
“운전하다가 제가 사람을 죽일까봐요.”
사고가 날까봐도 아니고 ‘사람을 죽일까봐’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떠올리며 두려워하는 지인의 말을 들으니 웃음이 나왔어요. 그런데 저마다의 표현은 다를지 모르지만 운전을 생각할 때 가장 두려운 게 사고가 아닐까 싶어요.
두려움에 망설이고 있는 그 분에게 말해줬어요.
“저기. 그런데 정말 걱정 안하셔도 되요. 못 죽여요."
"그런 상황까지 가도록 강사님이 그냥 지켜보고 있지 않아요. 필요할 때 먼저 브레이크 밟아 주고요.
핸들 돌리는 것이 미숙하면 핸들 잡고 돌려 주기도 해요."
사실 얼마전 따끈따끈한 운전면허증을 받은 저도 비슷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여차저차 장내 기능까지 통과했는데, 가장 두려움을 안겨주는 순간은 바로 도로주행 직전이었어요.
‘지금 이 실력으로 내가 운전을 한다고?’
'내가 도로로 나가 그 많은 차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운행을 한다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제가 지금 바로 운전해요!?"
"그럼 제가 해요?"
무슨 그런 엉뚱한 질문을 하냐는 듯한 강사님의 대답에 온몸이 경직되고 머릿속은 백지장이 될 지경이었어요.
그런데 말이지요. 그냥 처음에는 전방 잘 주시하고 운전대만 잘 잡고 있으면 되요.
그냥 아바타가 되어 옆자리의 강사님의 지시를 잘 따라서 하시면 되요.
‘나는 아바타도 안될 것 같은데… 긴장되서 강사님 말씀도 잘 안들려요…’
그래도 괜찮아요. 결정적인 순간(아마도 사고가 날 것 같은 순간이나 대처하기 어려운 돌발상황이 생긴 순간)에는 옆자리의 구세주께서 다 알아서 해주실 거에요.
그러니 핸들을 잡은 손에 힘 빼고(초반엔 긴장해서 온 힘이 손에 들어가 있을 것인데, 힘을 빼고 계셔야 돌발상황에 구세주께서 핸들을 돌려 드릴 수 있어요) 운전하세요.
경험적으로 보니 주행 코스가 익숙치 않은 곳이라면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적으로 보고 가시면 도움이 되요. 신호 보랴, 주변 상황 살피랴, 강사 지시사항 들으랴 정신 없는데 길마저 낯설다면 더 당황하실 수 있어요. 그러니 코스를 익숙해질 때까지 미리 보고 가면 좋아요.
#긴장하면 떨어져요
시험 보기 전 마지막 2시간 주행 연습을 할 때였어요. 당연히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지요. 그 때 강사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겁먹지 마세요. 시험 볼 때 사고 나면 시험관 책임입니다”
“긴장하지 마세요. 긴장하면 떨어져요”
이전 강사님이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말이 많으셨는데, 이 강사분은 말을 아끼는 분이었어요.
혼자 할 수 있게 지켜보다가 꼭 필요한 멘트만 절제해서 던지니 말이 잘 들렸어요.
이 타이밍이 영상처럼 정말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의식적으로 몸의 힘을 좀 빼 봤어요.
그랬더니 온 몸의 긴장이 쫙 풀리면서 마음이 편안해졌고, 동시에 시야가 확 뚫리는 느낌이었어요.
몸의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랄까요.
평온해지니 집중이 잘 되고 신호등, 도로상황 등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어요.
이런 평온한 상태로 코스를 돌고 학원에 진입하는데, 강사님이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어려운 코스를 더 잘하시네요. 이제 특별한 변수만 없으면 합격하시겠어요”
#본인의 판단을 믿으세요.
앞의 이야기를 들으신 분은 제가 단번에 합격한 줄 아실 것 같아요.
그런데 제게도 시행착오가 있었답니다.
랜덤 코스 선택에서 가장 쉬운 구간을 골랐고, 하늘이 도왔다 싶었는지 나도 모르게 박수가 절로 나왔어요. 어렵게 느껴졌던 핸들링도, 신호도, 차선변경도 모두 계획한 대로 착착 진행되었고, 고가를 넘으면 8할은 마무리가 되는 거였어요. 고가를 무사히 통과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어요.
‘아. 합격하겠구나’
그런데 마지막 차선 변경을 해야 했는데, 좀처럼 틈이 보이지 않았어요.
금방이라도 뒤차가 달려들 것만 같아서 연신 틈을 노리다가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순간에 핸들을 돌렸는데, 순간 시험관이 반대쪽으로 핸들을 돌리는거에요. 종료 지점을 눈 앞에 두고 갓길에 차를 세운 시험관이 단호한 어조로 얘기했어요.
“실격입니다”
당시에는 너무 민망하고 허무한 마음이 앞섰는데, 지금 생각하면 실격되길 정말 다행이에요.
당시의 제 마음을 보면 ‘합격할수도 있고, 불합격할수도 있겠다’였거든요.
아직은 운전이 두려운 상태, 이 실력으로 합격해도 절대 차를 몰고 나갈 수 없다고 느낀 상태.
그런 상태로 시험봐도 되는 줄 알았고, 다들 그렇게 하는 줄 알았어요.
두 번째 시험 직전의 상태는 어땠냐고요?
‘이변이 없으면 합격하겠다’
‘쉬운 코스에 걸리면 좋겠지만, 어떤 코스라도 잘 할 수 있겠다’
이런 편안한 마음이었어요.
그리고 1차 때 실격되었던 차선변경을 하는 마음은 어땠을까요?
‘아. 이 타이밍에 이렇게 들어가면 문제 없겠어.’
정확하게 판단이 되고, 그 판단을 믿을 수 있는 상태였어요.
결론적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시험을 봐도 되는 상태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세요.
그리고 자신 없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주행 연습을 조금 더 해보시길 권합니다.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조급한 맘이 들수도 있지만 평생 운전할 생각을 하면 충분히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어요. 6시간 연습 후 추가로 하는 한 시간, 두 시간은 질적으로 달라서 실력이 쑥쑥 올라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40이 넘어 면허를 따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막연한 두려움이 밀려왔어요.
‘겁 많은 내가 이 나이에 면허를 딸 수 있을까?’ 지레 겁먹고 고민하는 분들이 계실텐데.
조금 늦었어도 괜찮아요. 고민 말고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