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캐롤]에는 두 주인공이 서로를 응시하는 장면이 크게 두 번 등장한다. 하나는 테레즈(루니 마라)와 캐롤(케이트 윈슬렛)의 첫 만남을 다룬 도입부의 회상씬이다. 백화점에서 일하던 테레즈는 멀리서 쇼핑을 하던 캐롤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테레즈의 눈을 느낀 캐롤도 그녀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처음으로 인지한다.
두 번째 응시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루어진다. 캐롤과 테레즈는 사랑에 빠지지만, 현실의 문제가 그들을 갈라낸다. 한동안의 이별 끝에 상대에게 먼저 다가가는 건 캐롤이다. 캐롤은 간절한 태도로 테레즈에게 재회를 요청한다. 자리를 떠난 테레즈는 마지막에 이르러 결국 자신의 연인에게 돌아가기로 한다. 호텔에서 다른 이들과 어울리며 태연히-하지만 기대와 불안을 품고 테레즈를 기다리던 캐롤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테레즈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마치 테레즈가 그랬듯, 이번엔 캐롤이 테레즈를 바라보고, 테레즈도 캐롤을 바라본다.
이 두 번의 '응시'는 '초대'로 바꿔 불러도 그럭저럭 의미가 통할 것이다. 첫 장면에서 캐롤은 테레즈가 보낸 시선을 깊고 선명한 응시로 돌려준다. 이 응시는 테레즈에게 보내는 초대와 같다. 마지막에는 역할이 바뀐다. 돌아온 테레즈가 캐롤의 눈을 바라보는 모습은, 첫 만남에서 캐롤이 테레즈에게 보냈던 시선과 같다. 이제는 캐롤이 테레즈가 보낸 초대에 응할 차례인 것이다. 두 사람을 감싸던 인파는 정물이 되고, 포커스는 오로지 캐롤과 테레즈에게 집중된다. 캐롤은 다가오는 카메라-테레즈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미소를 짓는다. 우리는 그 눈을 마주하는 테레즈가 된다.
-2021. 0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