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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m Musica Dec 19. 2023

1년 전 오늘과 지금의 오늘

1년 전 오늘. 독일에서 학위 마치고 귀국한지 2달쯤 지났던 시점에 서울독일학교 어시스턴트 지원에 합격했다는 통보 메일을 받았다. 귀국 후에 생각보다 빨리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기대감과 동시에 오랫동안 공부하느라 사회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내가 사회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공존하였다. 내가 꿈꿔왔던 연구자로서의 삶을 뒤로한 채 나는 현실적인 밥벌이의 현장에서 올 한 해를 치열하게 보냈다. 외국인학교 계약직 조교 및 보조교사라는 타이틀로.


주된 업무는 교사들 수업자료 복사 및 코팅 (혹은 자르기), 교사들 수업준비 보조, 스쿨버스 동승, 학교 외부행사 지원 등 말 그대로 보조업무가 주된 업무였다. 물론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내가 원하는 일만 할 수 있는 건 절대 아니지만 나는 이러한 단순하고 루틴한 업무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나의 전공과 능력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토론해보고 싶은 욕심이 늘 있었다.


다행히 이번 가을학기부터 팟캐스트 및 뮤직 프로듀싱 특활 수업을 맡을 수 있었다. 사실 지난여름학기에는 전임자가 맡았던 특활을 인수인계받아 진행했어야 했기 때문에 별다른 동기부여 없이 꾸역꾸역 했다. ㅠㅠ 특히 나는 팟캐스트 준비 및 뮤직 프로듀싱 수업 준비에 온갖 힘을 쏟았다.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실험해 보는 일 자체가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고 성장 과정이었다. 학생들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수업 후에 편집하고 정리하는 일 또한 나에게는 의무라기 보디는 즐거움이었다. 또한 음악학 전공자로서 한 학기에 한 번 정도 한국 근현대 대중음악 개론 및 판소리 개론 강의도 추진했었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계약 만료 시점인 내년 1월까지도 추진할 예정.

1년전 오늘 받았던 합격통보 메일


계약만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확히는 지난 수요일) 교장과 재계약 여부를 두고 면담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교장 말에 의하면 내가 독일학교에서는 독일인이 아닌 외국인의 신분이다 보니 독일어 의사소통이 다소 힘들다는 점, 또한 이번학기에 보조교사 뽑는 자리에 많은 독일인 지원자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교장 앞에서는 알겠다고 쿨한 척하며 담담하게 대응했지만 면담이 끝나고 아무도 없는 빈교실에 들어가 바닥에 주저앉아 혼자 펑펑 울었다. 갑자기 김창옥 씨의 말이 떠올랐다. “어떤 상황에 좌절해서 눈물을 쏟는다면 그 상황에 진심으로 임한 것이다.” 그래. 나는 독일학교 교사로서 진심을 다해 일했던 것일까? 아님 단순히 자존심이 상해서 눈물을 흘렸던 것일까? 매일같이 출근하느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던 루틴도 조만간 끝나겠군. (참고로 독일학교는 수업시작이 매우 빠른 편이다.)


어쨌든 올 한 해 수고했다. 그리고 일하는 딸 새벽밥 해주느라 늘 고생하셨던 엄마에게도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 앞으로 더 잘 될 거고 눈부신 미래가 있을 거라고 믿고 싶어서 배경음악은 이한철의 “슈퍼스타”로 선곡하는 걸로 ㅎㅎ (이 노래는 유학시절 힘들 때마다 피아노 치면서 불렀던 노래 중에 하나 ㅎㅎ 개인적으로 진짜 명곡이라고 생각함.)


#밥벌이의 고단함 #괜찮아 잘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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