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4 사 死 SA.. 일종의 말장난 같기도 하였고, 함축적이면서 은유적인 제목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死'는 죽음을 뜻할것이고, 'SA'는 토요일인 'Saturday'일까? '사'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이렇게 언어유희를 사용한 제목 덕분에 연극 <4 사 死 SA>는 시작전부터 묘한 궁금증을 자아내었다.
연극이 시작하기 전 프로그램 노트를 읽으면서 <4 사 死 SA>의 컨셉을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4개의 단편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의 서민들, 특히 젊은 세대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고민과 희망사항을 유쾌하면서도 풍자적으로 그려내고자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것을. 오 헨리의 <아르카니아의 연인들>, <경찰과 송가>, 알퐁스 도데의 <별>과 데니먼 러니언의 <부치, 아기를 보다> 네 개의 작품들은 한국의 평범하면서도 속물기질을 가진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한국 사회의 모습을 재해석함으로써 젊은이들의 현실을 친숙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풍자하였다.
첫 번째 작품인 오 헨리의 <아르카니아의 연인들>은 가난하지만 상류층의 삶을 동경하는 마담 엘로이즈 다르시와 헤럴드 파링턴의 최고급 호텔에서의 기묘한 만남에서부터 시작한다. 구질구질한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돈을 다 끌어모아 최고급 호텔에서의 휴양을 보내고 있는 엘로이즈와 헤럴드. 두 사람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의 와인과 파인 다이닝을 시켜보기도 하는 등 평소에 누릴 수 없었던 사치를 부리면서 그렇게 일주일동안 가까워진다. 서로의 신분을 속여가며 부자 행세를 하는 두 사람. 그러나 호텔을 떠나기 전날 마지막 밤, 이들은 가난한 본래의 자신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허세를 부렸던 지난 일주일의 시간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다음날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팍팍한 현실의 가난한 젊은이로 다시 되돌아간다. "나는 사실 비싼 와인보다 소주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에요."라는 헤럴드의 웃픈 고백은 쓸쓸한 여운을 남긴 채.
두 번째 작품인 오 헨리의 <경찰과 송가>는 지독히 가난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먹고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차라리 삼시세끼 먹여주고 재워주는 감옥에 들어가기 원하는 한 젊은 남자. 감옥에 들어가기 위해 그는 의도적으로 온갖 범죄를 저질러보지만 번번이 계획이 꼬인다. 경찰은 젊은 남자가 아닌 그의 주변에 있는 마약쟁이와 사기꾼을 체포함으로써 그는 경찰의 감시망으로부터 계속 벗어난다. 결국 그는 삶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포기하고 그냥 되는대로 살기로 결심한다.
세 번째 작품인 알퐁스 도데의 <별>은 첫사랑의 추억을 잊지못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 온 한 여학생을 짝사랑하고 썸을탔던 과정을 재치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렇지만 달달했던 썸은 금방 깨지고 오랜시간 추억만을 간직한 채 남자는 여사친들과 씁쓸하게 소주를 마신다. 누구나 소싯적 경험했을법한 잊지못할 첫사랑과의 썸타는 이야기를 아련하게 나타낸 작품이다.
네 번째 작품인 데니먼 러니언의 <부치, 아기를 보다> 는 전직 조직폭력배면서 현재 기술자로 일하는 부치와 그의 동료인 해리와 리사의 금고털이의 과정을 묘사한다. 부치는 아이의 출생으로 인해 폭력배 생활을 접고 기술자로서 새 생활을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의 동료들이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 금고를 털어 돈을 나눠갖자고 제안을 한다. 부치는 마음속으로 갈등하지만, 결국에 동료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늦은 밤 금고털이에 나선다. 그러나 부치의 아기가 시도때도 없이 울어대고 아기를 진정시키랴 이들의 금고털이는 쉬워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금고의 주인인 할아버지가 확인차 수시로 금고집을 들락날락거리는 바람에 금고털이는 자꾸 차질을 빚는다.
네 작품 단편들을 통해 우리 시대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욕망을 읽을 수 있었다. 먹고 살기 팍팍하고, 그렇기 때문에 부에 대한 무한한 환상을 가져보기도 하고, 이루어질 수 없었던 첫사랑을 쓴 소주를 먹으며 곱씹어보는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들. 인상깊었던 것은 등장 배우들이 모두 하나같이 검은 옷을 입었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우리 내면과 삶의 어두운 모습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그런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블랙코미디"를 검은 의상을 통해 암시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한편 연극 <4 사 死 SA>를 제작한 극단 '작은집단 조은공연 운동본부'는 거대한 자본과 인원, 에너지를 투자하는 대신에 작은 인원과 자원속에 청년들의 큰 열정으로 운영하는 극단이다. 즉 이들은 청년 배우들의 자생력과 자발성을 강조하며, 이 시대 젊은 사람들의 고민과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그렇기에 앞으로의 극단 '작은집단 조은공연 운동본부'의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이 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RKO 관객비평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