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um Musica Oct 12. 2024

2024 봉산탈춤 다 모여라! 리뷰

 봉산탈춤은 본래 황해도 여러 지역에서 추어오던 탈춤으로서 "해서탈춤"이라고도 불리며 극본, 안무, 재담과 노래가 따른다. 예로부터 황해도 지역은 문화적, 경제적으로 비교적 윤택했던 지역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국가와 지역간의 교류가 활발한 편이었다. 아쉽게도 6.25 전쟁으로 인하여 황해도 지역의 봉산탈춤은 더이상 접하기 어려워졌다.


 6.25 전쟁 이후 1958년에 월남한 연희자들에 의해 한국봉산가면극연구회가 조직되었으며 1967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되었고 2020년 국가무형유산 봉산탈춤보존회로 승인되었다고 한다. 필자는 지난 10월 5일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열렸던 "2024 봉산탈춤 다 모여라!" 축제에 다녀왔고, 고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접했던 봉산 탈춤을 실제 공연으로 보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 축제는 사단법인 봉산탈춤보존회의 주관아래 총 10개의 공연팀이 참여하였는데 공연팀 목록은 다음과 같다. (참고로 필자는 아쉽게도 모든 공연팀의 공연을 보지는 못하였고, "대구 흥터", "제주대 탈춤연구회", "화곡본동성당 성모시니어아카데미" 이렇게 세 팀들의 공연을 관람하였다.)


1) 사) 한국가면극연구회 봉산탈춤예술단

2) 서울예술대학교 민속연구회

3) 화요국악회

4) 봉산앤젤스 (봉산탈춤강습반)

5) 제주대 탈춤연구회

6) 대구봉산탈춤연구회 '흥터'

7) 화곡본동성당 성모시니어아카데미

8) 여주점동초등학교_날아라! 춤추는 촌닭

9) 탈:바꿈

10) 꼼수 위의 묘수


 특히 "제주대 탈춤연구회"는 봉산탈춤을 제주어로 재해석하였는데,북한의 전통춤을 제주어 재담으로 표현한 것이 흥미로웠다. 아쉽게도 제주어를 완벽하게 알아듣지 못해서 중간중간에 놓친 부분도 있었지만 제주어의 전통과 해서지방의 전통을 결합시킨 제주대 탈춤연구회의 실험적인 시도는 눈여겨 볼만했다. 제주도와 해서지방은 지리적으로도 꽤 먼 위치에 있는데 탈춤을 통한 이 두 지역간의 문화적 융합이 필자에게는 꽤 인상깊었다. 역사적으로도 제주어는 꽤 오랜시간 핍박과 소외의 아픔이 있었고  봉산탈춤 역시 지배층 세력의 불합리한 모습에 대한 해학과 풍자를 구현하기에 제주어와 봉산탈춤의 콜라보레이션은 나름 의미가 있었던것 같았다. 즉 제주어와 봉산탈춤의 콜라보는 일종의 사회적 저항의 성격과도 연관되어 있는듯 했다.


 "제주대 탈춤연구회"에 이어 "화곡본동성당 성모시니어아카데미" 팀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화곡본동성당 성모시니어아카데미"는 평균연령 75세의 성당 시니어 자원봉사자들의 동호회였는데, 각잡힌 칼군무보다는 아무래도 연령대가 있어서 춤동작이 제각각이었지만(아무래도 연습 시간이 촉박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그랬기에 공연 참여자 한 분 한 분의 개성이 담긴 춤동작이 돋보였다. 지도자 선생님의 춤을 뒤에서 따라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던 어르신들의 자세가 빛났고 이 분들의 평소 삶과 가치관도 봉산탈춤처럼 신명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한 재담과 퍼포먼스 보다 어르신들의 봉산탈춤을 향한 순수한 열정이 훨씬 가치있게 다가왔었다.


 오후 공연 일정을 마친 후 봉산탈춤을 주제로한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관객들은 봉산탈춤에 대해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적극적으로 물어보았고 관객들의 질문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은 관객들은 봉산탈춤의 보존, 전승 및 현대적 계승의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어보였다. 봉산탈춤 보존회 관계자의 대답에 의하면 결론적으로 봉산탈춤의 완전한 형태 , 즉 정통성에 기반한 보존은 어렵단다. 남북으로 갈린지 오랜 시간이 지난데다가 봉산탈춤 1세대 분들은 이미 다 돌아가신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봉산탈춤의 전통을 온전히 재현하는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봉산탈춤을 동시대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현시대의 젊은 세대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현실적으로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생각에 동의한다. 봉산탈춤의 성격 자체가 사회비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봉산탈춤의 계승에 있어서 동시대성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즉, 원형의 보존에 얽매이기 보다는 봉산탈춤을 지금 이 시대의 모습을 어떻게 반영하고 재해석할것인지에 대하여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즉, 봉산탈춤의 본질인 해학과 풍자의 정신은 보존하고 지켜나가되 현시대의 다양한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축제 역시 봉산탈춤 전통의 충실한 재현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지금 이 시대에 여러가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보다 재치있게 포착하고 재담으로 표현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와 문화는 고정되지 않고 늘 변하기 마련이니깐.




이 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RKO 관객비평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4 놀자 청년 연극제<4 사 死 SA>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