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um Musica Oct 24. 2024

지역 청년 우수 공연  <끝올 프로젝트> 공연 리뷰

MZ들의 국악: The세로 & 소리꽃 가객단

 들어가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주체의 일환으로 지역 청년 우수 공연 <끝올 프로젝트>가 지난 10월 17일과 18일 이틀간에 걸쳐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개최되었다. 특히 <끝올 프로젝트>에서는 국악 분야의 우수한 신진 음악인들의 실험적인 공연의 자리를 마련하였으며, 지역과 청년 예술가들의 협업을 통해 독창적이면서 우수한 공연을 선보인 데 중점을 두었다. 필자는 지난 10월 17일 공연에 다녀왔으며 10월 17일 공연에는 'The 세로'와 '소리꽃 가극단' 이렇게 두 팀의 연주로 진행되었다.


The 세로

 The 세로의 멤버들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예술사를 졸업한 젊은 국악 연주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김범식: 아쟁, 이승민: 판소리, 문세미: 가야금, 양성태: 타악)기존의 판소리 레퍼토리를 전통적인 서사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구성하며 재해석 함으로써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멤버들의 구성을 보면 소리꾼이 주인공이고 나머지 악기 연주자들은 소리꾼을 받쳐주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것 같지만 이들은 서로 대등하게 각자의 소리를 표현하면서 갈등과 화합이라는 얼핏보면 대조적인 프레임 안에서 음악을 구현해낸다. The세로의 멤버들에 의하면 이번 공연에서는 심청가의 주요 대목을 새롭게 재구성하여 연주하였으며, 심청가에 내포된 “한”과 “인물과 인물간의 갈등”에 주목하였단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연주했던 음악 레퍼토리들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무겁고 음색이 다소 어두운 듯 했다. 또한 이들이 재해석한 심청가는 국악기와 판소리로 연주되긴 했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국악적인 요소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존의 국악에서 들었던 선율, 장단, 음색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또한 소리꾼의 역할이 전적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주도적인 역할이라기 보다는 가야금, 아쟁, 타악기와 함께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The세로의 음악은 인도의 전통음악인 라가 (Raga)와 유사한 것 같았다. 라가 음악에서 자주 등장하는 즉흥연주의 성격도 보였고 (실제로 The세로 멤버들이 즉흥 연주를 했는지는 정확하게알 수 없었지만), 라가 음악의 중요한 특징중의 하나인 드론 (Drone) 의 특정음을 중심으로 하는 유동적인 리듬과 템포의 지속저음 반주 스타일도 The세로의 음악에서 엿볼 수 있었다. 기존 국악 소재와 악기를 가지고 국악적인 요소를 살리기 보다는 오히려 배제한 것 같은 아이러니를 The세로의 음악을 통해 보았다. 필자는 The 세로의 공연을 보면서 심청가를 어떠한 극적인 요소로 재해석했는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The세로가 구현하고 있는 “이질적인 음색으로 국악 낯설게 하기”의 컨셉트에 더욱 주목하였다. 기존의 평조, 계면조,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세마치, 휘모리 등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국악이라는 정형화된 프레임으로 가둘 수 없는 The세로의 음악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소리꽃 가객단

 소리꽃 가객단은 6명의 MZ세대 여성 소리꾼으로 구성된 국악 그룹으로 국악에 K pop 댄스를 접목시킨 퍼포먼스를 시도하고 있는 그룹이다. 즉 들리는 소리에서 보여주는 소리를 추구하는 음악 그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 소리꽃 가객단은 “옹헤야”를 편곡한 “헤야옹”, 전남 진도의 민요를 재해석한 ”이야“와 경기민요 “사철가” 등을 연주하였다.


The세로의 연주와는 달리 소리꽃 가객단의 연주는 국악적인 요소를 배제하여 낯선 음색으로의 접근 보다는 오히려 국악적인 특징들을 부각시켰던 것 같았고 가사 변형 없이 기존의 가사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창법 및 연주에 있어서도 기존의 판소리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걸그룹을 연상시키는 의상과 춤으로 국악과의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음악이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또한 연주자 각자의 음악적 개성을 강조했던 The세로와 다르게 합창과 통일된 안무, 일명 칼군무를 통해 퍼포먼스의 통일성을 추구하였다. 즉 The세로의 국악을 낯설게 하기 전략과는 반대로 소리꽃 가객단은 국악에 보다 친숙하고 흥겹게 접근함으로써 대중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였다.


나가며

<끝올 프로젝트>연주회를 보면서 젊은 국악인들의 프로페셔널한 연주도 인상적이었지만 이들의 음악적 고민 과정, 즉 국악에 대해 2020년대 지금 현재 의 관점으로 어떻게 접근할 것이며 국악 레퍼토리들을 어떻게 재구성 할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과정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며칠전 필자는 국악찬송 작곡가로 잘 알려진 한 목사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목사님에 의하면 한국적인 음악이라는 것은 단순히 국악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음악을 넘어 한국인 고유의 역사와 정신을 재현하는 음악이 진정성있는 한국적인 음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The 세로와 소리꽃 가객단의 공연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한국적인 정서, 즉 “한”의 정서와 이와 대비되는 “흥”의 정서를 독창적이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나갔다는 점에 의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RKO 관객비평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4 봉산탈춤 다 모여라!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