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 1] 느긋한 마음이 불러온 재앙의 시작
사실 항저우라는 곳은 우리에게 그리 친숙한 도시가 아니었습니다. 2022년 코로나-19로 인해 아시안게임이 지연 개최 된다는 굉장히 기본적인 정보가 전부였습니다. 도시를 뒤덮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홍보 배너들을 보며 ‘저거 다 2023으로 바꾸려면 지출이 상당하겠는데…?’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항저우라는 도시를 서서히 알아갔습니다. 중국엔 훨씬 유명하고 방문할 명소들도 많은 도시들이 있었지만 왜 우리는 잘 알지도 못했던 항저우라는 도시에 방문했던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2023 Livable Poetry Fair {Vivere In Una Poesia}’라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항저우의 시후(Xihu)구의 산골 마을에서 열린 이 행사는 중국내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는 플리마켓 형태의 행사였습니다. 의류나 식료품뿐만 아니라 음료 및 다양한 굿즈 상품들도 많았던 이 행사에서 우리는 책이라는 문화 영역을 맡게 되었죠.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이 행사의 주최팀은 한국에서 고스트북스와 리틀룸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우리에게 초청 의사를 전하며 행사의 풍성함을 더해달라 요청하였습니다. 2023년을 ‘해외 행사 참가의 해’로 정한 우리에게 있어 이러한 초청은 매우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잘 알지도 못했던 도시에서, 그것도 국내가 아닌 해외의 누군가로부터 ‘이러이러한 행사가 개최되니, 고스트북스가 참가해줬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메일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있었을지에 대해 말이죠. 그래서 초청 메일과 함께 이들이 행사와 자신들에 대해 알려주는 정보를 샅샅이 확인해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익숙하진 않지만 공유해준 중국 SNS 속 이들의 활동과 모습들이나 첨부해준 행사 개요에 대한 pdf파일을 면밀히 확인했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시는 분들은 어쩌면 ‘얘네는 의심이 참 많아서 이렇게 세세하게 체크하는구나’라고 생각하실수도 있지만 사실 ‘해외 행사에 참가하고 싶은데 좋은 시점에 온 이 초청 메일이 제발 진실이었으면 좋겠다..’에 더 가까웠습니다. 흔하디 흔한 스팸 메일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난 제안이길 바랐고, 그렇기에 진실이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구글링을 했던 것이죠. 마침내 제공해준 여러 정보들 및 웹 서칭을 통해 이들이 ‘레알'임을 확정지을 수 있었습니다. 행사를 주관한 ‘Brshitang studio’는 다양한 활동을 주관 및 공간을 대여하는 곳으로, 시각 예술과 공간의 예술적 가치를 탐구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였습니다. 이들은 차밭으로 둘러싸인 시골 마을에 자리한 스튜디오를 거점으로 촬영 공간 대여나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꾸준히 자신들의 가치관을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소스를 통해 확인한 이전 행사에서의 아름답고 풍성한 모습을 통해 이들이 추구하는 방향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얕은 의심이 깊은 확신으로 전환된 순간, 바로 참가 의사 메일을 전했습니다. 2018년 이후 오랜만에 참가하는 해외 행사였기에 설레고 들뜬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부푼 마음과 차곡차곡 나아가는 준비를 통해 평화롭고 행복한 ‘준비-진행-마무리’가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준비'의 단계부터 벌써 커다란,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급격하게 소모시킨 문제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들뜬 마음에 비례해 ‘일찍' 준비하는 것을 간과했다는 것이고, 자세히 말하자면 해외 행사 특히 중국이라는 나라를 방문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고 필수불가결한 존재라 할 수 있는 ‘비자'를 일찍 준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