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에필로그 - 2] 우리만의 특별 방식
가장 중요한 것은 앞서 이야기했듯 그 행사의 장르입니다. 아트북을 취급하는 북페어에 인문학이나 철학 관련 서적을 가져갈 순 없습니다. 문학을 다루는 행사에 그림책을 가져갈 수 없듯이 말이죠. 아, 물론 아예 가져가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행사의 분위기와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겠지요. 다행히 고스트북스 대부분의 도서 및 상품들은 주로 참석하고 있는 아트북페어의 분위기와 어울립니다. 하지만 좀 더 부스를 다채롭게 꾸미기 위해, 기존의 출간 도서 리스트와 큰 차이가 없는 경우에 다른 옵션을 추가합니다. 그것은 바로 ‘해외도서’입니다.
고스트북스는 다양한 국가의 작가들이 직접 만드는 아티스트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서점 정체성의 꽤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해외 아티스트북은 책방을 방문하는 손님분들로 하여금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도서가 가져다주는 흥미를 고취시켜 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북페어에서 또한 그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그렇기에 그동안 서점에서 많이 찾아준 책들의 경우 미리 추가로 주문해 놓기도, 많이 판매는 되지 않았지만 운영자들이 신경 써서 소개하고 싶은 책들을 추려 가져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항상 행사장에서 많은 분의 관심을 이끌어냅니다. 우리의 선택과 의도가 잘 맞아졌다는 생각에 문득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이렇게 행사 성격에 맞게 소개하기 좋은 책과 상품들을 추려 우선 리스트를 꾸려봅니다. 지난 행사를 참고 삼아 적절한 수량도 확인하고, 좀 더 반응이 있겠다 싶은 것들을 넉넉하게 준비를 합니다. 이번 2023년 행사는 43팀이 참여한 2022년보다 거의 2배가 많아진 77팀이 참가를 합니다. 확실히 좀 더 커진 규모로 예상이 되니 우리의 상품들을 좀 더 많이, 신경 써서 소개하고픈 해외도서도 좀 더 다양한 게 준비를 해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제품들을 어떻게 서울까지 가져가야 할지 말이죠. 이때 이 대목에서 대부분의 북페어는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줍니다. 미리 참가자의 제품을 가득 담은 택배를 받아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북페어가 진행될 행사장에 행사 전날 미리 짐을 보낼 수도 있거나 혹은 북페어 운영팀이 미리 계약해 놓은 물류창고에 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서울국제도서전은 미리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습니다. 아마 많은 수의 참가팀이 미리 보낸다면 관리하기가 힘들 테니 운영진의 선택을 십분 이해합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작은 차에 가득가득 짐을 싣고 대구에서 서울로 장거리 여정을 떠나야만 합니다. 서울을 오가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긴 운전의 여정도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게 있다면 대구에서 이천까지의 운행은 막힘없이 쭉쭉 이어지지만 이천에서부터 서울로 들어오는 운행은 너무나도 막힌다는 것입니다. 서울 주변의 위성도시에서 서울 안으로 진입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계신다는 것을 막히는 도로 정체 상황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다시금 서울 과포화 상태에 대한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몸소 느끼는 지난한 시간을 거쳐 마침내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코엑스에 도착할 수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