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넷째 날 - 2] 안락한 집이 없어 겪는 누적된 피로
첫 번째는 역시나 서울에 우리의 집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아늑하고 따뜻한 진짜 집은 행사가 이루어지는 코엑스로부터 대략 300km가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린 이 정처 없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에 임시거처를 마련해야만 합니다. 다행인 부분은 우리처럼 일시적으로 도시의 한 공간을 점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은 데, 그들을 위한 공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말을 쓸데없이 풀어썼는데 요지는 호텔이나 에어비앤비가 있다는 것입니다.
두 가지는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좀 더 자유로운 공간 활용이나 안락함을 느끼고자 한다면 에어비앤비가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도서 전이라는 전쟁터에 참여한 장수들입니다. 공간 활용은 할 필요가 없으며 오로지 안락함과 편안함, 그리고 깔끔함이 가장 최우선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반드시 호텔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일 청소가 이루어지는 방과 더불어 푹신한 침대와 베개 및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가까운 곳에서 구할 수 있는 호텔이 도서전 숙소를 정하는 데 가장 우선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완벽하게 우리의 피로가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를 해주고 정리를 해준다 하더라도 결국 이곳은 우리의 집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일상의 순간을 함께 공유하는 우리 모든 생활 도구들이 없을뿐더러 가장 중요한 ‘마음의 안식처’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한 채 오로지 씻고 잠만 자는 곳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가 힘들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완벽히 편하게 있지 못하게 되고, 피로가 100% 해결된다기보단 조금씩 남은 상태로 이어가다 마지막날에는 전날 푹 자도 피로가 꽤 많이 남아있는 상태가 되어버리게 됩니다. 결국 행사를 모두 마치더라도 여전히 피로가 적지 않은 양이 몸에 남아있는 상태로 체크아웃을 하게 되는 것이죠.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 카드키를 반납하는 이때는 정말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합니다.
하지만 더욱 절망적인 건 300km 거리의 우리의 따뜻한 집까지 다시 운전을 해서 가야 한다는 것… 그래서 행사가 끝나더라도 마지막 일정으로 서울의 명소 어딘가를 한 곳 더 방문하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이렇게 피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누적된 상태가 이어진다는 것이 바로 건강을 해치는 첫 번째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