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넷째 날 - 3] 자극과 도파민을 추구하는 북페어의 혀
두 번째는 바로 매번 외부 음식만 먹게 된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 외부 숙소에서 지내다 보면 식사 또한 외부에서 하게 됩니다. 물론 좋은 재료로 건강하게 조리하여 판매하는 식당도 많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고단하게 되면 즉각적으로 도파민이 분출할 수 있는 음식을 찾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자극적인 음식을 계속해서 찾게 되면 어느새 입맛은 가벼워지고 건강은 더욱 나빠지게 됩니다. 심지어 피곤함을 일시적으로나마 해결하기 위한 선택지인 맥주를 매 끼니마다 마시다 보면 건강은 저 멀리 닿지 못할 곳으로 영영 떠나버리게 되는 것만 같습니다. 너무 당연한 듯 외식을 이어가다 어느 순간 ‘이게 큰 문제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고 깨닫고 이것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 다짐한 작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코엑스의 지하, 그러니까 스타필드 코엑스몰에는 매우 다양한 업체가 입점하여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로 이어진듯한 지하는 사실 여러 건물들이 함께 지하를 공유하고 있는 형태였는데, 제가 그 작은 사건을 겪은 곳은 ‘오크우드’라는 건물의 직원 식당이었습니다. 그때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부스를 은지 작가에게 맡겨두고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미로 같이 얽혀있는 지하 공간을 탐험하는 겸 또 피로를 풀어줄 만한 아주 자극적인 음식을 찾던 중 문득 발견한 이 직원 식당은 어떤 곳인지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도파민 자극보단 호기심 해결이 중요했던 것이었지요. 그렇게 식권을 구매하고 오랜만에 식판에 음식을 가득 담아 식사를 시작했습니다만.. 당시 제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자극적이고 도파민이 분출되는 맛과는 전혀 다른, 싱겁고 무미건조한 맛으로 일관된 음식들만 입으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괜히 식당에서 밥을 먹었나 싶은 생각에 후회를 하던 찰나 갑자기 머릿속에 번뜩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적어도 사내 매점이라면 많은 인원을 위한 조리를 담당하는 전문 조리사분들이 계실 것이고, 또한 그 조리사분들에게 영양분을 고루 섭취할 수 있는 식단을 짜고 전달해 주는 영양사분이 계실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분명 밖에서 대략 1.5배의 금액을 더 주고 사 먹는 음식보다 훨씬 건강을 담보할 텐데 이 음식을 입에 넣는 순간 나는 왜 후회를 했는지 의문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적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 또한 이렇게 자극적이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떠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왜 맛이 없다고 느꼈을까요? 그것은 외부 음식에 입이 무뎌지다 못해 절여져 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간이 세고 자극적인 음식들에 익숙해진 저의 미각은 건강은 무시한 채 순간의 쾌락에 쉽게 넘어가버렸던 것이었죠. 하지만 호텔에서 밥을 해 먹을 수도 없으며, 앞서 언급했듯 에어비앤비에서 그 피곤한 와중에 식사를 차려 먹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 이러한 외부 행사, 특히 타 지역에서 진행되는 행사는 음식을 건강하지 못하게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