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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리 Apr 28. 2018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같이의 가치

까리온에서 테라디요스까지 | 25km

우리가 가야할 길

여느때나 다름없이 다시 걷기 시작한다. 오늘도 다 함께.

사진 찍어준다고 해서 신나게 뛰어다녔다. 난 사진을 찍을 줄은 알아도 사진을 찍힐 줄 모른다는 크나큰 단점이 있다. 이번 순례길에서는 이 단점을 어느 정도 해소한 것 같다. 좋은 사람들 덕분에.

해가 다시 구름에 가렸을 때.

우리는 걷다가 알게 된 아빠와 딸의 조합, 프란시스코, 그리고 딸 클라우디와 친해져 함께 걸었다. 클라우디는 너무 어렸고, 아빠인 프란시스코는 영어를 하지 못해서, 우리가 아는 최대한의 스페인어를 총동원하여 이야기를 했다. 사실 커뮤니케이션에는 언어보다는 소통하려는 마음 가짐이라고 생각한다. 스페인어를 잘했으면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야 했겠지만. 없어도 우리는 소통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여행 중에 언어는 어떻게 해결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데, 커뮤니케이션은 태도가 먼저라고 생각을 한다. 커뮤니케이션에는 언어 외에도 수많은 수단이 있다.

오늘의 하늘은 수채화 같은 하늘

수채화 와도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걷는다. 까미노 길이 선물하는 맑고 청아한 하늘이다. 며칠 전 비가 온 구름은 온 데 간데없고, 맑고 청아한 하늘과 코 끝을 뻥 뚫어주는 공기가 어느새 다가와 있다. 걷다 보면 어느새 뜨거운 낮의 태양이 성큼 다가와 있고, 목과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한다. 그 땀에는 우리네 인생이 서려있다.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걸어왔을까? 

K, 그리고 H 가 많은 인생 이야기를 하며 걸어간다.

길을 걸으며 대화를 하면, 어느새 길보다는 서로의 인생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춰 듣고 얘기하고 있다. 


순례길을 걷다보면 제일 자주 이야기 하는 질문이 있다. 제일 싫어하는 질문중에 하나이기도 하지만, 결국 대답을 아직까지 얼버무리고 마는 그 질문, "왜 순례길에 왔어?". 이 질문은 길이 끝나고 나서도 쉽게 답을 낼수 없을것 같다. 그저 내 영혼이 이끌었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여행을 떠난 이유에 대해서는 이제 완벽하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꼭 이유를 찾아야 하는건 아니지만, 이 길이 끝날때에는 답을 명확히 찾을수 있을까? 

여럿이서 걸으면 시간은 빨리 가지만 전체적으로 가는 속도가 더뎌진다. 바가 보이면 맥주한잔을 하고 가고, 각자의 체력이 다 다른데 힘든 사람을 우선적으로 맞춰주니까 좀 더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우리는 놓고 가지 않는다. 같이의 가치를 알고 있으니까. 


Beatles 의 음반 'Abbey road'의 앨범 커버를 오마쥬해서 사진을 찍었다. Abbey road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도 "한번 더 뭉쳐보자" 라는 제안이었으니, 우리는 뭉쳐서 함께 걸었다고 해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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