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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토 Oct 19. 2020

<실리콘밸리 디자이너의 입사 썰 說> 연재를 앞서

넌 꿈이 뭐니? Jony Ive요.

넌 꿈이 뭐니? Jony Ive요.

안녕하세요, 마이크로소프트 산하 링크드인 UX 디자이너 안토입니다. 최근 UX 디자이너의 실리콘밸리 입사 관련 글을 쓰다가, 여태껏의 제 경험을 함께 엮어서 아예 쭉 시리즈로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새 매거진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이 매거진엔 UX 디자인과 실리콘밸리 입사에 유리한 학교 선택, 카네기멜론의 HCI 프로그램과 수업, 취업박람회, 카네기멜론의 천재적인 괴짜들, 면접, 사이드 프로젝트, 인턴십, 수많은 실수 등 제 다이내믹했던 실리콘밸리 입성까지의 여정을 다루면서 여러분들께 유용한 정보까지 콕 집어서 전달해 드리려 합니다.


다소 색다른 콘텐츠를 시도하는 만큼 여러분들이 얼마나 좋아하실지는 모르겠지만, 페이스북에서 나온 실리콘밸리의 모토, "Move fast, break things" 주의를 본받아서 일단 일을 저질러봅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앞서 인트로 느낌의 프롤로그 먼저 발행합니다. 그럼 재밌게 읽어주세요!




Prologue: 넌 꿈이 뭐니? Jony Ive요.

2008년, 중학생 때 받은 첫 아이팟 나노로 인해 내 인생의 꿈은 정해졌다.


옛날 엄마의 소니 MP3 플레이어는 분명 작은 화면에 사용법이 복잡해 보였는데, 아이팟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알루미늄 바디의 차가운 촉감, 크고 시원한 화면, 거울처럼 반짝이는 뒷면, 그리고 무엇보다 '토도독' 소리를 내며 메뉴를 움직이는 직관적인 클릭 휠. 나에겐 모든 게 완벽했던 첫 전자기기였다. 그리곤 인생의 목표가 마치 아이팟의 뒷판 유리처럼 깨끗하게 정해지는 듯했다.


"난 이거 만든 사람들처럼 되어야겠다."

나의 인생템, 아이팟 나노 3세대

하지만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내가 사랑에 빠진 아이팟, 맥북, 아이팟, 그리고 아이패드는 다양한 부서의 노력의 결실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난 실리콘밸리 입성을 원했지만 도무지 어떤 역할로 입성을 할지 몰랐다. 따라서 무슨 학과로 어떤 대학교를 입학해야 할지도 몰랐다.


막연히 "실리콘밸리는 컴퓨터공학이겠거니" 생각해서 고등학교 때 컴퓨터공학을 선택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코딩에는 더럽게 소질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컴퓨터공학이 아니라면 애플의 매끈한 라인을 담당하는 산업디자인 부서인가? 하지만 나는 그림에도 소질이 전혀 없었고, 중학교 때 산업디자인 비슷한 수업들을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제품의 외적인 부분을 디자인하는 건 정말 재미가 없고 따분했다. 난 분명 아이팟의 무언가에 끌렸지만,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아이팟의 외형에 끌린 것도 아니었다.


도대체 뭘까?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채 난 학교가 끝나면 공부는 뒷전이었고, 마크 주커버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몇 번이고 돌려봤다. 나도 마크처럼 친구들을 위해 멋진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환상에 빠졌고, 나만의 서비스 출시를 위해 스타트업 아이디어 개발에 몰두를 했다.


난 중국 베이징의 국제학교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마침 당시 페이스북이 막 차단됐을 시기였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돈을 내야 하고 불안정했던 VPN의 사용 없이 페이스북 차단을 우회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거 좀 대박인데?" 접속 속도도 굉장히 빨랐고, 번거롭게 VPN을 켰다 껐다 하지 않아도 됐다. 기회가 찾아왔다. 이 방법을 잘 이용하면 꾀나 멋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 나는 곧바로 웹사이트 만드는 방법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 wired.com

코딩이 싫었던 나는 워드프레스라는 서비스를 통해 그럴싸한 웹사이트를 만드려 했으나, 애초에 그럴싸한 서비스는 그럴싸한 로고가 필요했고, 그럴싸한 폰트가 필요했으며, 그럴싸한 색깔을 골라야 했다. 이때부터 폰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일러스트레이터로 로고 디자인을 깨작깨작 해보고, 다른 웹사이트 디자인을 베껴가며 웹디자인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디자인에 재미를 느끼고 처음으로 게임 외의 취미가 생긴 순간이었다.


그리고 몇 개월 뒤, 늦은 새벽에 나는 macrevo.com이라는 도메인을 구매하고 내 첫 워드프레스 웹사이트를 연동시켰다. 웹사이트에는 페이스북 차단에 필요한 몇 줄의 코드, 그리고 그 코드를 사용하는 방법이 적혀있었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할 생각에 들떠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예상대로 VPN 살 돈은 없지만 페이스북에 중독되어 있던 내 친구들은 열광했다. 웹사이트 방문자수는 하루하루 쭉쭉 올라갔고, 조만간 선배 후배 할 것 없이 쉬는 시간에 날 찾아와 페이스북 차단을 풀어달라고 찾아왔다. 마치 마크 주커버그가 된 느낌이었고, 처음 느껴보는 좋은 느낌이었다.


3개월 뒤에는 학교 선생님들이 차단을 풀어달라고 찾아왔고, 6개월 후에는 상하이, 천진 등 타 지역의 학생들에게 감사 이메일이 날아왔으며, 총 25,000명의 방문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1년 뒤에는 베이징의 한 카페에서 모르는 사람이 내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모습을 봤다.


이때 나는 인생에 처음 느끼는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며 인생의 목표가 확고해졌다. 실리콘밸리에 디자이너로 입성하면 되겠구나. 나처럼 코딩을 못해도 이쪽 분야에서 이룰 수 있는 게 많겠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만의 세상이 아니구나. 애플의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존경하던 미지의 인물은 애플의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맡았던 디자인 수장, Jony Ive였구나. 내 꿈은 Jony Ive다.


그리고 약 6년 뒤 나는 실리콘밸리에 UX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달고 정식 입성을 하게 된다.

이 시리즈에선 큰 꿈을 안고 실리콘밸리 입성을 향해 달려간 나의 6년간의 UX 디자인 여정을 소개한다.


실리콘밸리 입성 꿀팁 - 테크에 대한 관심

나의 이야기는 고등학생 때 이야기부터 시작하지만, 많은 독자분들께선 이미 국내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해외행을 결심하거나, 다른 직업을 가진 상태에서 미국 대학원 진학을 꿈꾸고 계신다. 본인이 이쪽에 해당된다면, 이 이야기를 대학교 이야기가 아닌 대학원 이야기로 그대로 치환해서 읽으시면 된다. 카네기멜론의 HCI 학부 경험이 상당수 석사과정과 동일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UX 디자이너는 보통 IT기업, 또는 IT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에 취업하기 마련인데, 핵심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반드시 필요한 직종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HTML/CSS/JS에 대한 이해도를 꾸준히 높여왔다. 이제는 기본적인 프론트엔드 기술은 당연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iOS/Android의 인터렉션 기법, 인공지능이 디자인에 미치는 역할, Raspberry Pi 등 소규모 컴퓨팅 툴의 발달로 인한 센서의 보편화 등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기술적인 이해도의 종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항상 기술의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자. 기술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나중에 포트폴리오 구축이나 면접을 볼 때 여러분을 살리는 구세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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